제주에인감귤밭 → 자동차 8분 3.7km → 천지연폭포 → 자동차 40분 32km → 서귀포 김정희유배지 → 자동차 16분 12km → 카멜리아힐 → 자동차 1시간 37km → 국립제주박물관 → 자동차 24분 7.5km → 제주민속오일시장
노란 감귤이 익어가는 제주 감귤밭
뜨끈한 바닥에 배를 깔고 손바닥이 노래지도록 까먹는 감귤의 상큼하고도 달달한 여운. 우리가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지금 제주는 노란 감귤이 한창이다. 농장들에선 탱글탱글 잘 익은 감귤을 직접 딸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곳곳에 예쁜 포토존도 마련해 겨울 제주여행을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준다.
겨울이 더 아름다운 감귤농장, 제주에인감귤밭
겨우내 가장 흔한 과일이 되어버린 감귤이지만 과거엔 왕실에서나 맛볼 수 있는 귀한 진상품이었다. 조선시대엔 성균관 유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제주에서 진상한 감귤을 함께 나누며 과거를 치르는 ‘황감제(黃柑製)’가 실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폐단도 적지 않았다. 감귤의 종류에 따라 진상시기와 양까지 정해두고 이를 채우지 못하면 책임을 물었다. 제주목사를 비롯한 관리들까지 사사로이 감귤을 탈취하면서 제주 사람들에게 감귤나무는 ‘눈물나무’로 통했다. 그러다 1970년대에 이르러선 제주를 대표하는 소득작물로 떠올랐다. 감귤나무 한 그루에 보통 60~70kg의 감귤이 열리는데, 10kg이 2천원대 중반으로 거래됐다. 당시 대학등록금이 2~3만원이었으니 감귤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 하나 대학을 보냈다. 이때 감귤나무는 ‘대학나무’로 불렸다.
감귤체험 1
감귤체험 2
최근엔 평균기온이 상승하면서 남부지방은 물론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감귤을 재배한다. 그러나 거리마다 돌담 너머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여전히 제주뿐이다. 게다가 길가에 자리한 농장들은 하나같이 ‘감귤체험’ 안내판을 걸어두었다. 직접 딴 싱싱한 감귤을 맛볼 수 있으니 관광객들에겐 일석이조다. 서귀포에 자리한 제주에인감귤밭도 그런 공간 중 하나다. 앙증맞은 바구니 하나를 가득 채우면 1kg 정도 되는데, 체험 중에 따 먹는 감귤은 제한이 없다. 어르신들은 이제 막 꼭지를 딴 신선한 감귤 맛에 연신 감탄이다. 한두 개 직접 따서 맛보니 금세 잘 여문 감귤을 골라내는 눈이 생긴다. 손자들도 함께 감귤 따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감귤체험을 마친 후에는 감귤밭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예쁜 추억을 남긴다. 탐스런 감귤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겨울 제주의 감성이 물씬 느껴진다. 감귤밭 한편에 카페가 있어 느긋하게 걸음을 쉬어가기 좋다. 한라봉을 갈아 만든 에이드와 감귤청을 올린 크래커 등 색다른 메뉴들이 눈과 입을 상큼하게 만들어준다.
감귤밭 포토존 1
감귤밭 포토존 2
곳곳에 포토존을 꾸민 감귤밭
감귤밭 카페 1
감귤밭 카페 2
한라봉 에이드와 감귤차
3대가 함께 즐기는 열린관광지, 천지연폭포
아열대성, 난대성 상록수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천지연은 입구부터 겨울을 잊게 만든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바위를 뒤덮은 콩자개덩굴이 연둣빛 싱그러움을 더한다. 나무기둥에 걸어둔 ‘I ♡ 천지연’ 가랜드도 사랑스럽다. 걸어서 10여 분이면 폭포 앞에 도착한다. 웅장한 기암절벽과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깊고 푸른 호수, 그 위로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가 천지연(天地淵)이란 이름과 딱 들어맞는다. 수심 20m에 이른다는 웅덩이엔 천연기념물인 무태장어가 살고 있다. 천지연 서쪽 언덕으로는 또 다른 천연기념물인 담팔수 다섯 그루가 자생한다. 그야말로 자연과 생명의 보고다.
제주 자연과 생명의 보고인 천지연폭포
아이들도 좋아하는 천지연
가랜드로 꾸민 포토존
유모차 이동이 편리한 산책로
겨울에도 싱그러운 콩자개덩굴
3대가 함께 즐기는 천지연
출구 쪽 징검다리
천지연은 지난 2017년 열린관광지로 선정돼 폭포 앞까지 완만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유모차와 동행하기에도 단차가 없어 이동이 편리하다. 장애인화장실과 수유실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3대가 모두 만족스런 여행지다. 그러나 돌아 나오는 길에 공연장으로 이어진 다리 너머 산책로는 유모차나 휠체어 접근이 어렵다. 마지막에 호수 위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산책로 바닥이 돌이라 아이들과 동행할 경우 넘어지거나 부딪히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겠다.
장애인화장실
장애인 주차구역
수유실
유모차, 휠체어 대여소
여행자를 위한 물품보관함
제주 흑돼지구이
추사를 되짚어 보다, 서귀포 김정희유배지
제주는 조선시대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한양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보니 중앙과의 단절과 고립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특히 당쟁이 심해진 조선 후기에 이르면 제주에 유배된 이들이 날로 늘어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추사 김정희도 그들 중 하나였다. 정적이었던 안동 김씨 세력의 탄핵을 받아 1840년부터 8년 3개월 동안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게다가 집 주위에 가시나무를 둘러치고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시킨 위리안치형(圍籬安置刑)이었다. 당대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추사에겐 더없이 가혹한 형벌이었다. 그러나 추사는 이 시기 동안 유배의 고통과 가족의 죽음, 자신을 추앙하던 무리들이 등을 돌리는 아픔을 겪으며 권력과 자만을 내려놓고 한 명의 위대한 선비로 다시 태어난다. 그렇게 완성된 것이 그 유명한 추사체요, 또 <세한도>였다.
서귀포 김정희유배지 전경
유배지 담장의 가시나무
제자들을 가르치는 추사
추사가 유배생활을 했던 서귀포 대정에는 복원된 유배지와 함께 관련 유물을 전시한 추사관이 세워져 외로운 선비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여러 페이지에 걸쳐 소개되었던 추사관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언뜻 단조롭게 보이는 건물이지만 오른쪽에서 바라보면 <세한도> 속 둥근 창과 소나무가 고스란히 재현됐다. 전시관에선 추사의 다양한 글씨를 만나볼 수 있는데, 제주 유배 이전과 이후의 작품을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유배생활이 추사의 일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세한도>를 재현한 추사관 1
<세한도>를 재현한 추사관 2
추사관 내부 1
추사관 내부 2
추사관 내부 3
추사유배지 근처에서 맛보는 제철 방어회
동백꽃 흐드러진 카멜리아힐
겨울 제주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꽃, 바로 동백이다.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초연히 피어난 동백꽃은 요염한 여인네의 입술처럼 붉고 탐스럽다. 그렇게 단번에 눈과 마음을 사로잡더니 송이 째로 툭, 미련조차 없었던 듯 떨어져버린다.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꽃잎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서서히 사그라지는 동백꽃의 아름다움은 내내 그리운 이름이 되어 여행자를 유혹한다. 겨우내 제주에선 붉은 동백꽃을 흔하게 만날 수 있는데, 일부 자생지는 주차난과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등으로 몸살을 앓는다.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대형주차장을 갖춘 카멜리아힐을 추천한다. 워낙 규모가 커서 주말에도 꽤 여유롭게 동백꽃을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토종동백과 애기동백은 물론 흰색과 핑크색 등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동백꽃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산책로 대부분이 완만한 평지여서 어르신들은 물론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도 부담이 없다. 일부 계단에는 경사로를 설치해 휠체어나 유모차 이동도 편리하다. 입구 매점을 시작으로 소온실과 대온실, 카페 등 곳곳에 따뜻한 실내공간도 자리해 차가운 바람을 피하기에도 좋다. 군고구마와 호떡 등 겨울 먹거리도 즐길 수 있다.
동백꽃이 만발한 카멜리아힐 1
동백꽃이 만발한 카멜리아힐 2
동백꽃이 만발한 카멜리아힐 3
다양한 포토존 1
다양한 포토존 2
다양한 포토존 3
다양한 포토존 4
겨울바람을 피하기 좋은 온실
관람객을 위한 휴게 공간
관람객들을 위해 준비한 난로
따끈따끈한 호떡
다양한 테마의 산책로 1
갈대 산책로
다양한 테마의 산책로 2
산책로에 마련된 경사로
진짜 제주를 만나는 시간, 국립제주박물관·제주민속오일시장
제주를 떠나기 전, 혹은 도착한 후 여유시간을 이용해 들러볼 곳을 찾는다면 국립제주박물관을 추천한다. 공항에서 자동차로 10여분 거리에 자리한 이곳은 화려한 볼거리 대신 수천 년 제주인의 삶을 오롯이 담아냈다. 선사시대 제주부터 독자적인 문화를 꽃피웠던 탐라국, 나라의 지위를 잃고 몽골군에 마지막까지 대항하다 원나라의 통치를 받아야 했던 고려시대, 잦은 자연재해와 왜구의 침입으로 고단한 생활을 이어갔던 조선시대까지 이 섬이 지닌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마침 기획전시실에선 ‘낯선 곳으로의 여정, 제주 유배인 이야기’란 제목으로 제주의 유배문화를 소개하고 있어 추사유배지와 함께 묶어서 둘러보기 좋다.
국립제주박물관 전경
국립제주박물관 내부 1
국립제주박물관 내부 2
국립제주박물관 내부 3
기획전시실 내부 1
기획전시실 내부 2
기획전시실 내부 3
주출입구 경사로
점자안내판
대여 가능한 유모차와 휠체어
국립제주박물관 근처에서 맛보는 전복우동과 전복김밥
매 2·7일이라면 제주민속오일시장에 꼭 들러보자. 제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 오일시장은 아낌없이 담아놓고도 한두 개쯤 슬쩍 덤을 얹어주는 넉넉한 인심과 푸근한 정이 넘친다. 특히 이곳 시장에만 존재하는 ‘할망장터’에선 텃밭에서 직접 키운 채소와 산과 들에서 캔 갖가지 나물, 말린 고사리 등을 판다. 안쪽에는 도시에서 보기 어려운 대장간도 자리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