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모 원장은 병원 근처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자 진료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여 직원 수를 늘리고 병원 규모도 확장하기로 했다. 현재의 병원을 담보로 원하는 만큼 대출 받는 것은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평소 알고 지내는 보험 설계사를 통해 이자가 낮고 대출을 좀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을 알아 봐 달라고 부탁 했다.
얼마 후 보험 설계사가 가져온 자료대로 추천하는 은행에 최대 가능 금액을 대출 신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은행으로부터 병원장의 신용도 하락으로 대출 가능 금액이 줄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대출의 연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며칠 사이에 신용이 떨어질 수 있는가 병원장은 모를 일이었다.
사실인즉 그 부탁을 받은 설계사가 대출 금액을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은행마다 문의를 한 것이 화근 이었다. 각 금융기관들은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CSS)을 통해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 관리하는데 잦은 대출 문의가 신용위험을 높여 신용한도를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얼마 전 국제결제은행에서 논의한 ‘신바젤협약(바젤 2)’은 1988년부터 적용되어 온 ‘바젤1’을 대체할 새로운 BIS 자기자본 규제제도를 나타낸다.
국제결제은행(BIS)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자기자본 규제협약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 각국 금융감독의 지침이 된다. ‘신바젤협약’을 국내에 도입하면 국내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확충이 시급하다. 금융감독원은 새로운 BIS 기준을 적용할 경우 국내 19개 은행의 평균 BIS 비율은 11.7%에서 9.7%로 하락하고 이 중 11개 은행은 BIS 비율이 9% 이하로 떨어진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 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자기자본 확충에 신경을 쓰게 되고 개인의 대출도 개인 신용도에 따라 관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국제 금융 환경의 변화로 실제 이미 은행별로 위와 같은 예가 진행되는 곳도 있고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7년 늦어도 2008년에는 ‘신바젤협약’ 시행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 금융 환경 변화가 개인금융에도 변화를 가져 오는 것이다.
개인 신용 어떻게 평가 하나
먼저 금융기관의 개인신용 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개인신상 정보, 거래실적 정보, 최근 6개월 간 신용 조회 수, 신용거래 불량 정보, 신용한도·신용소진·연체 등이 없는 신용거래 내역 등이다. 이를 통해 얻어진 평점이 높으면 신용 위험이 적은 우수고객, 낮으면 연체 등 불량을 일으킬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위험고객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평점이 정해지면 평점의 높고 낮음에 따라 대출한도 및 이자율을 차등화 함으로써 금융기관은 위험관리와 수익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신용은 개인신용정보,신용불량정보, 조회처 정보로 구분되어 관리된다.
신용거래정보는 신용개설정보, 대출정보, 보증정보를 포함한다. 신용개설정보는 신용거래를 하고자 하는 개인이 신용공여기관에 ‘신용정보제공 및 활용 동의서’에 날인하고 동의하면 신용공여기관이 해당 신용거래 정보를 등록하고 조회하게 된다. 개인의 금융거래 중 다음 사항은 신용에 관한 정보로 이용된다.
대출정보 및 채무보증 현황(금액 상관 없음).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 현황(금액제한 없음). 가계당좌예금 개설 및 해지 사실. 신용카드 발급 및 해지 사실. 신용불량 정보에는 금융기관의 신용 거래 시 연체가 발생된 일자, 금액, 사유, 등록기관 이름, 해제 일자 같은 내역이 기록된다. 대출금 등의 연체, 용도 외 유용 사실. 신용카드 대금 미결제 등 신용카드 거래 질서를 문란케 한 사실. 지급보증 대지급금 발생 사실. 어음 또는 수표 부도 사실 및 거래정지 처분을 받은 사실. 국세, 지방세, 관세 등 세금 체납 사실. 리스자금 또는 리스료 연체 사실. 부정한 방법으로 대출을 받는 등 금융거래 질서를 문란케 한 사실. 민사 불이행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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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 떨어지면 어떤 불이익 받나
이와 같이 금융권 제도에서는 개인의 신용도를 철저히 관리 하고 있지만 실제 그 대상이 되는 개인들은 자신이 신용 불량에 의한 불편함이 닥치기 전에는 신용 관리에 철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실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용의 중요성에 얼마나 무감각한가를 잘 말해 준다. 금융기관 간 차이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비율이 20대의 경우 3%에 불과하고 학교에서 금융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비율도 20대가 33%, 그리고 20대의 22%가 개인신용도 관리의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신용이 하락하면 제일 먼저 대출에 지장을 받는다. 기존 대출의 경우 추가 이자를 더 물어야 하거나 신규 대출의 경우 개인 신용도가 좋지 않으면 대출금의 한도가 축소된다든지 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회사원 한모씨는 현금 서비스 2000만원을 쓰고 있었는데 지난해 실직으로 인해 이자를 제 때 갚지 못하자 몇 차례의 경고 끝에 신용 한도가 20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고 이자를 2% 더 물어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는 신용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 되지 않으나 실직이나 급여 등 소득의 감소, 예기치 않은 질병, 보증의 부도 등과 같은 사고가 발생 할 경우에 평소에 신용관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낭패를 보기가 쉽다. 이밖에도 신용카드 한도 제한, 입사 및 이직 시 불이익, 당좌개설 등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개인신용은 은행을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은행 거래가 없다가 필요한 경우 대출을 신청해도 거래 실적이 없어서 좋은 신용평점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평소에 개인의 신용도를 관리 해두는 것이 만일의 경우를 대비 할 수 있는 좋은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신용 관리를 할 것인가?
1. 우선 지출이 소득을 넘지 않는 것이다. 지출은 소득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불필요한 지출이나 즉흥적인 소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산을 세워 생활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2. 신용카드는 한두 개 정도가 충분하다. 전국은행연합회 자료에 의하면 2003년 신용불량자 350만명 중에 220만명 약 63%가 신용카드 사용에 의해 신용불량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는 결제를 뒤로 미룰 수 있어 편리 한 듯 보이나 충동적인 사용이 동반 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한두 개만 집중적으로 사용하면 관리도 편하고 거래실적 누적으로 우량고객으로 평가 받게 되어 금리 혜택이나 신용한도 증가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3.지급기일을 체크하고 엄수한다. 금융기관의 대출 상환일, 신용카드 결제일, 이자 지급일, 통신요금, 도시가스요금, 전기요금 그리고 케이블 TV요금 등 모든 지급 기일을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 이러한 사소한 것도 3만원 이상 3개월 이상 연체 시에는 개인 신용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4.주소지를 철저히 관리한다. 이사 등으로 주소가 변경되면 금융기관에 연락해서 청구서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번거롭다면 메일로 청구서를 받으면 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 연락이 되지 않아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연체가 된 후라도 방법을 찾자. 연체가 되면 금융기관의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해결 방법을 의논하는 것이 유리하다. 게다가 연체 후 별다른 조치 없이 90일이 지나면 실제적인 타 금융기관을 포함해서 경제활동에 제약을 받는다.
6.정기적으로 개인 신용정보를 조회한다. 신용조회를 자주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연 1회 정도는 거래하는 금융기관이나 신용조회기관을 통하여 자신의 신용정보를 조회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약 자신의 자료에 오류가 발견 되면 전국은행연합회나 신용정보 회사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상위 기관 금융감독위원회에 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
7.신분증 분실 등에 따른 위험을 방지 한다. 신분증 분실 시 해당 금융기관에 연락하여 분실 사실을 통보 하여 명의 도용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 만일의 명의 도용에 의한 채권 추심, 변제 요구 등에 대비해야 한다.
8.철저한 계좌 관리가 필요하다. 대출금의 이자 납입 계좌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 초과, 자동이체 거래시 잔액 확인 등 본인의 계좌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하여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한다.
9.해지가 아니라 탈회를 하자. 만약 필요 없는 신용카드를 말소 할 때는 자르거나 해지 정도로 끝내지 말아야 한다. 반드시 해당 금융기관에 탈회 의사를 밝혀야 한다. 탈회는 카드 사용 정지는 물론 카드에 관련 된 개인 정보도 말소시키는 것이다.
머지않아 개인신용이 탁월한 사람은 담보 없이 싸인 하나로 몇 억을 대출 받는 대신 어떤 사람은 몇 억 짜리 담보를 제공해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시대가 온다면 그저 상상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