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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전 동구 인동시장에서 '3.16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가 열렸다. 극단 '떼아뜨르 고도' 배우가 가두행진단의 선두에서 상황극을 펼치고 있다. |
[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어린 아이들이 만세 삼창을 외치는 목소리가 대전 동구 인동에 울려 퍼졌다. 봄바람에 태극기도 힘차게 펄럭였다. 2000여명의 시민들은 태극기를 손에 꼭 쥐고 역사 속 선열들의 투쟁을 이어받아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행진했다.
3월 16일인 오늘은 96년 전인 지난 1919년 동구 인동장터에서 대전 처음으로 독립만세운동이 시작된 날이다. 지난 2000년부터 줄곧 이어온 ‘3․16 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특히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김직원의 손자 김호경 씨와 박종호의 손자 박경학 씨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인동장터는 과거 인동가마니 시장으로 불리며 1일과 6일에 장이 섰는데, 장날인 16일 이곳에서 대전 독립만세운동이 시발됐다. 만세 삼창을 외치는 장사꾼은 삽시간에 불어났지만 헌병대와 보병대가 무차별 총격으로 탄압, 15명이 사망하고 수 십 명이 부상당했으며 9명이 체포됐다.
100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국가는 해방됐지만, 같은 반 친구들과 행진한 초등학생들부터 함께 태극기를 흔들던 엄마와 세 남매, 휠체어를 끌고 나온 늙은 노인까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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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끌고 행진에 참여했던 송화선(89)할머니. |
백발의 노인은 불편한 몸에도 휠체어를 끌고 참여해 태극기를 흔들었다. 송화선(89) 할머니는 머리에 대한 독립 만세가 쓰인 띠를 두르고 양 손에 태극기를 꼭 쥐고 참석자들과 함께 행진했다.
송 할머니는 “비록 만세운동 당시에는 태어나지 않았지만 재연을 보니 옛 생각이 많이 난다”며 “어렵고 힘들었던 옛 생각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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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역사교육을 위해 행사장을 찾은 이순주 씨와 자녀들. |
“엄마, 옛날에도 진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었어? 나처럼 어린 애들도?”
“이보다도 훨씬 많았단다. 네 친구 같은 아이들도, 언니 오빠들도 많았어.”
대전 서구 갈마동에 사는 이순주 씨는 어린 세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올해 8살인 첫째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역사를 직접 알려주고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 씨는 궁금한 게 많은 첫 째 딸을 비롯해 둘째(7) 딸과 막내아들(4)에게 삼창이 무슨 의미인지, 태극기가 어떤 의미인지를 하나하나 설명했다.
이 씨는 “사실 아이들이 독립만세운동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는 못한다. 흥겨운 사물놀이에 신나 하고 있다(웃음)”며 “어렸을 때부터 역사의 아픈 면과 우리 조상들의 희생을 바르게 알려주고 싶어 데려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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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대전 동구 인동시장에 열린 '3.16 인동장터 독립만세운동 재연행사'에 참석한 인동 시장 5공주. |
인동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5공주(?)도 행진에 참여했다. 이은자(78) 씨는 인동 시장에서 상점을 하고 있는 네 명의 친구들과 이곳을 찾았다.
이 씨는 “이럴 때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희생한 순국선열을 기리는 등의 활동이 많았는데 요즘에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손주들도 행사에 참여해 직접 보고 역사를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행진이 끝난 뒤 고운매합찬단의 3․1절 노래와 강문식 광복회 동구지회장의 기미독립선언문 낭독, 9개 보훈단체 회장단의 만세삼창이 이어졌다.
한현택 동구청장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올 해 ‘3․16 인동장터 만세운동’이 다른 해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며 “새롭게 조성된 ‘만세로 광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나라의 독립을 위해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소중한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2부 행사에서는 극단 ‘떼아뜨르 고도’가 연출한 마당극 ‘응답하라 1919 인동의 함성’이 진행됐다. 명성황후 시해사건과 헤이그 만국평화회의로 시작된 민중의 반란과 만세운동에 이은 일본군의 무자비한 학살로 희생당한 영혼의 달램과 씻김 등을 예술적이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들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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