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맞아 가족여행을 빙자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예고했던 대로 밀양, 언양, 부산, 진해, 마산 등 경상남도 일대의 맛을 두루 보고 왔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가보고 싶었던 곳들 중 부산의 만수스시와 세정, 진해의 원해루 등은 휴가중이라 아쉽게도 방문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래는 이번 여행중에 맛 본 것들입니다. 궁궁해 하실 것 같아서 우선 맛배기로 먼저 올립니다.
늘 하던 대로 이번에도 여행지에서 첫 날 아침식사를 하겠단 생각으로 서둘러 출발하여 오전 8시전에 밀양에 도착했습니다. 돼지국밥의 원조를 논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지역 중 한 곳이 바로 밀양입니다. 방앗잎을 수북히 얹은 돼지국밥을 먹었습니다. 갑판장은 아주 맛나게 먹었는데 아내와 딸아이에겐 별로였는지 남겼습니다.
점심은 언양에서 불고기와 육사시미, 육사시미초밥 등을 먹었습니다. 순전히 아내와 딸아이를 위해 정한 메뉴인데 반응이 기대이하였습니다. 아마도 그간 맛난 고기를 흔하게 먹인 탓이지 싶습니다.
언양에서의 식사는 반찬으로 나온 생콩잎절임을 맛 본 것에 의의를 두겠습니다.
갑판장네의 부산 입성을 기념하기 위해 일명 이승기호떡이라 불리는 씨앗호떡도 한 개씩 맛을 봤습니다. 이에 앞서 녹차빙수도 맛볼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소동으로 인해 찾아가던 중 발길을 돌렸습니다.
후텁지근한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오후 3시부터 여섯시반까지는 숙소에서 샤워를 한 후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고 달콤한 오수를 즐겼습니다. 피로회복, 원기충전!
남포동 먹자골목의 무진장 매운 떡볶이로 구강소독(?)을 했습니다. 너무 매워 셋이서 1인분도 다 먹지를 못했습니다. 어찌됐든 딸아이의 배를 채워놔야 뒷탈이 없습니다.
만찬으로 선택한 자갈치의 양곱창은 그닥...
이거 추천한 분들은 #$%&*#$%&*#$%^&...
동네에 있다면 가끔 쇠주 한 잔 털러 들리겠지만 서울시민인 갑판장네가 부산까지 원정을 가서 먹을 정도는 아니지 싶습니다.
실패한 만찬의 아쉬움을 달랠 겸 한치비빔모밀의 양념장이 궁금해서 달려 간 곳은 한치가 없어서 휴무랍니다. 어찌 이런 일이...
용두산공원 밑자락에 위치한 숙소 근처에 에일맥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펍이 있길래 들렸습니다. 2년 쯤 전에 이 곳을 방문했다면 좋았을텐데...그간 갑판장이 맥주덕후스런 지인들(푸모씨, 윤모씨 등) 덕에 개성이 강한 맥주들을 흔하게 마시다 보니 어지간한 맥주에는 별 감흥이 없습니다. 그래도 두루 흥미로웠던 맥주집입니다. 잘 되는 집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가족과 동행한 여행이라 부산에서의 밤은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아쉽지만 이쯤에서 숙소로 돌아가얄 수밖에요. 숙소 인근의 편의점에 진열된 우유를 보니 부산에 내려 온 것이 새삼 실감이 납니다.
아참! 부산에 친구가 있었지. 아내가 깨우쳐주지 않았으면 깜빡할 뻔 했습니다. 비록 야심한 시각이지만 친구와 조우하여 부산에서의 밤을 조금 더 연장시켰습니다.
그 친구와의 인연을 되짚어 보니 35년 쯤 되었습니다. 오래 된 인연이니 부산의 밤도 길~~~게 이어집니다.
둘쨋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쿨쿨 자는 가족들은 푹 자게 놔두고 새벽인간 갑판장만 숙소를 빠져 나와 재첩국으로 해장을 했습니다. 시내 한복판에 숙소를 정하니 여러모로 참 편리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영업을 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있길래 첫 손님으로 입장을 했습니다. 내력이 있어 보이는 곳이라 '진하고 강한 맛'으로 부탁을 드렸더니 강배전의 탄자니아를 에스프레소스럽게 내려줍니다. 부산을 다시 방문한다면 또 들리고픈 카페입니다. 갑판장을 기억해주실라나요? ㅎㅎ 덕분에 부산에서의 추억을 하나 더 쌓았습니다.
둘쨋날 오찬은 부산의 만수스시를 방문할 작정이었는데 하필 그 곳도 휴가랍니다. 그래서 플랜B를 발동하여 세쨋날 오찬으로 찜한 집을 방문하기 위해 진해로 이동을 했습니다. 거기선 궁금해 하던 해초비빔밥을 맛봤습니다. 갑판장은 맛나게, 아내는 그닥, 딸아이는 ...해물파전.
부산에서 못 먹은 팥빙수를 마산에서 맛봤습니다. 70년대부터 영업을 했다니 무려 40년도 넘는 내력이 있는 분식집의 팥빙수입니다. 지나치게 달지않고 구수한 팥냄새가 좋았습니다.
마산의 부림시장을 구경하던 중에 딸아이가 목이 마르다며 식혜를 사달라기에 한 잔 사줬는데 곁에 계시던 손님(사진 중앙의 중년부부)曰 '여기 무지 오래 된 집입니다. 마산에 올 때마다 일부러 들려서 단술을 사갑니다.'랍니다. 이 말씀에 쥔할매曰 '죽을 때까지 해야지'랍니다. 어렸을 적에 어머니께서 집에서 만들어 주시던 감주의 맛입니다.
창동예술촌을 구경하던 중에 정원이 이쁜 카페가 보이길래 쉬어 갈 겸 들렸습니다. 나름 유명한 카페라는데 인근에서 공방을 운영중인 분의 전언에 따르면 이날 부로 쥔장이 새로 바뀌었답니다.
갑판장네가 부산에서의 일정을 줄여가며 굳이 마산으로 온 까닭이 순전히 건아구찜 때문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사실입니다.
10년전에 마산에서 맛봤던 건아구찜의 맛을 잊지를 못해 기어코 다시 찾아 온 것입니다. 10년전에는 원조집의 이웃집에서 아구찜을 먹었었는데 이번에는 원조집입니다.
아내와 딸아이는 세쨋날 아침에도 쿨쿨 잠만 잡니다. 새벽인간 갑판장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홀로 숙소를 빠져나와 아침식사를 하였습니다.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오동동 복요리거리가 있습니다. 새벽에 오동동에서 복국을 안주삼아 홀로 마시는 마산소주의 맛은 기똥찹니다. 왜냐하면 지금은 휴가중이니까요! 들어가서 또 자도 됩니다.
잠꾸러기 딸아이의 입맛회복을 위해 차로 30분을 달려 진해로 되돌아 왔건만 안타깝게도 원해루의 문이 굳게 닫혔습니다. 전화로 문의하니 휴가랍니다. 진동의 미더덕회를 포기하고 온건데 말입니다. 쩝~
도로 마산으로 돌아 왔습니다. 어젯저녁에 이어 오늘 점심메뉴도 또 건아구찜입니다. 원조집과 10년전에 먹었던 집의 맛을 비교해 보기 위한 선택입니다.
2박3일간의 짧은 여정을 마치고 야밤에 귀경을 했습니다. 딸아이는 피곤했는지 곧장 집으로 들어 갔고, 아내와 둘이서 늦은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이번 여행은 갑판장에겐 나름 보람찬 여행이었지만 아내에게 그닥 신통하지 않은 여행이었고, 딸아이에겐 아니 간 만 못한 여행이었지 싶습니다. '어디' 보다 '무엇'에 방점을 두면 훨씬 재밌는데 말입니다.
첫댓글 먼 사진이 이렇게나? 금복주가 어서오라 손짓하네
휴가직후라 일이 많아서 이 글을 오늘중으로 마칠 수 있을지 모르겠구만요.
건아구찜에 한잔 하고프네...
건아구찜도 좋구
복국도 좋구먼
휴가중인데 어제, 오늘 사무실...ㅠ.ㅜ
난 돼지국밥에 한 잔 ^^
멋진 휴가를 즐기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