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엔 퇴근길 수원 라마다 호텔에 들려 롯데 자이언츠선수들을 보았다.
어제가 '야구의 날'로 한국야구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땄던 날(8월 23일)이었다고 한다.
구단버스가 호텔 옆 길에 주차되어있고 차문은 열려있어 선수들을 기다렸고 팬들은 커피나 선물을 들고 서있었고 코치진의 지인인 듯한 사람들도 서있었다.
사인 받을 공이 많았으면 좋았는데 공인구가 하나 밖에 남지 않아 나름 사연이 있는 선수에게 받으려고 호텔정문에서 기다렸다 .
보통 코치진이나 통역들이 먼저 나오기도 하고 한꺼번에 우르르 나오기도 하는데 어제는 한명 한명 간격을 두고 나와서 사인받을 공만 있었다면 전부 다가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딱 한개 밖에 없는 공을 누구에게 내밀까? 고민하다 전준우 선수를 생각했다.
전준우선수는 경찰청 야구단에 있을 때 화성야구장에서 경기하는 걸 봤었고 복귀 후 열정적인 모습을 봐서 좋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보니 운동할 때의 강한 모습 보단 부드러운 인상이 있었다.
빅보이 이대호선수나 빠른 발의 손아섭 , 안경 에이스 박세웅 그리고 주장 민병헌, 찬스에 강한 채태인, 포수 안중열 키 큰 투수 진명호, 기아 타이거즈에서 이적한 고효준 선수 그리고 마무리 손승락 등 개성이 강한 선수들이 있고 외국인 투수 레일리, 어제는 장시환 투수가 선발이었다.
그리고 포수로 고생하며 최근에 홈런을 친 나종덕 선수가 인상에 남고 어렵게 고생해서 올라온 정 훈 선수도 좋아한다.
또한 한동안 부상으로 안보이다 최근 마무리로 나오고 있는 박진형 선수도 멋지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2군으로 내려간 경우와 부상으로 못나온 선수들이 있고 최근 감독과 단장이 사퇴를 하여 분위기가 안좋은 현실을 보면서 이젠 좀 살아나서 부산도 부산이지만 전국의 팬들을 다시 기운나게 했으면 한다.
스포츠라는게 늘 이기는 팀만 이기고 지는 팀이 위축되는 것 보다 끝날 때 까지 최선을 다하고 꼭 스타플레이어만 주목을 받는 것도 좋지만 사연 많은 선수들이 반짝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물론 프로야구선수가 되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도 인간승리이며 대단한 것이기에 모든 선수를 응원하고 싶고 어떤 팀을 응원하고 어떤 팀을 싫어 하기 보다는 늘 노력하고 프로답게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좋아한다.
일본에 갔을 때 드라마를 보기 보다는 이대호 선수가 경기하던 프로를 좋아했고 그가 잘되는 것이 좋았었다.
팬들의 사인 부탁에 선수들은 기꺼이 몸을 낮춰 응해주고 몇몇 선수는 자주 보는 팬들인지 대화가 어색하지 않았고 정성스럽게 준비한 선물을 건내고 호텔을 떠났다.
어제 경기는 kt위즈나 롯데자이언츠가 물러날 수 없는 경기였으며 12회 연장까지 이어 졌으나 롯데는 고효준 선수의 마무리와 전준우 선수의 호수비로 3:3 무승부로 끝났다.
kt위즈 또한 창단 후 계속 고전했는데 요즘 5강에 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고 지금는 강한 팀이 되어 분위기가 좋다.
1982년 창단 이후 이름 그대로 남아 있는 팀(당시 이름을 그대 쓰는 팀은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뿐) 이 살아나길 빌며 공이 여러개 있다면 선수들의 사인을 모두 받았으면 덜 아쉬울 것이다.
참고로 나는 특정 팀만을 좋아하지 않으며 능력있고 계속 이기는 선수도 좋지만 이름값보다 사연있고 부족한 뭔가를 채우려는 선수들을 더 좋아한다.
사인에 응해주신 '전준우'선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