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_20140311_원칙없는합의로 마지막 자존심마저뭉개려는가.hwp
원칙 없는 합의로 마지막 자존심마저 뭉개려는가?
지난 2월28일 지역 MBC 구성원들의 맹렬한 비난에도 불구하고 강행하려던, ‘지역 유료방송 재전송료’에 대한 서울 MBC의 ‘콘텐츠 공급권료’를 인정하는 협약서 조인이 일단 무산되었다. 그러나 그날 결정된 내용이 알려지면서 분노를 넘어 비애를 야기하고 있다. 지역 MBC 노동조합은 수차례의 성명과 면담을 통해 합의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면 적어도 지역 구성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은 갖추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서울과 지역의 갈등의 골만 깊게 할 뿐이라고 호소에 가까운 경고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사 사장단은 이날 결의를 통해 현재의 ‘누더기 합의안’은 전혀 손대지 않은 채, 지역사 사장선임 주총이 열리는 3월10일부터 유임되거나 새로이 선임되는 사장들로부터 개별적으로 사인을 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임되는 사장은 그렇다고 치고, 아무런 내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신임사장에게서 바로 사인을 받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사장자리를 줄 테니 합의안에는 무조건 사인을 하라는 것 아닌가?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불소급(不遡及)의 원칙은 들어 봤어도 ‘퉁치기’도 원칙이란 말인가?
법치(法治)의 여러 개념 가운데 ‘불소급(不遡及)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 결정한 정책이나 법률이 과거의 행위나 재산권에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법(法) 개념이다. 아주 이례적이지만 중대한 공익(公益)과 정의(正義)의 요청에 의해 소급(遡及)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또한 현실의 예외적 원칙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도대체 ‘퉁 치기’ 원칙은 무슨 원칙인가? 협의가 시작된 2013년부터는 소급을 원칙으로 하고, 그 이전인 2012년까지는 불소급하겠다고 했으면 그것이 원칙이지, 2012년까지의 CATV 재전송료는 서울이 통으로 먹는 조건으로, 나머지 유료방송(Sky Life, IPTV) 재전송료만 2012년분까지 불소급을 인정한다는 게, 어떻게 원칙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기가 막히고, 누가 들을까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이다.
현실적 협상 불가피론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의 기준과 원칙은 있어야
지역 유료방송에 대한 ‘실시간방송’ 제공의 대가로 받는 재전송료는 온전히 지역의 몫임을 서울 MBC도 알고 있다. 다만 서울 MBC는 지역MBC와의 네트워크 협정과 같은 모호한 계약관계를 빌미로, ‘실시간방송’ 제공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전송료에도 ‘콘텐츠 공급권료’가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MBC의 주 수입원이 광고이고, 광고는 지역MBC의 재전송으로 인해 단가가 상승하므로 지역MBC는 이에 대한 대가로 ‘송출료’를 요구할 수 있다. 어디 이뿐인가? 다시보기 등 프로그램 2차 유통으로 인한 수익이 1000억을 넘어 날로 그 비중을 키우기까지 지역의 송출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이나 하단 말인가? 그런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현 네트워크협정에도 ‘실시간방송’에 있어서는 ‘공급권료’는 유보하기로 되어 있다. 이 조항은 적어도 현재까지 실시간방송에 있어 ‘공급권료’는 무상임을 규정한 것이라는 게 법적 해석이다. 그리고 서울이 주장하는 ‘공급권료’에 대항해 ‘송출료’를 요구함으로써도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법적 자문의 결과이다. 유감스럽게도 지역사 사장 어느 누구도 이런 법리(法理)로 대응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광고손실 보전차원에서 바라보아도 최소한 70(지역):30(서울)이 합리적이다.
각자의 방송권역에서 행하는 ‘실시간방송’에 있어서는 아무리 서울에서 제공한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해당 지역사가 배타적, 독점적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방송법이 정한 법률이다. 이미 지역은 ‘전파료 산정’에서 ‘저작권’을 포함한 콘텐츠제공에 대한 비용을 치렀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재전송 또한 ‘실시간방송의 보편적 시청권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뿐인데, 여기에 ‘저작권료’를 다시 요구하는 것은 이중 삼중의 요구로 아예 법을 무시하겠다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직접 수신율이 7% 남짓한 현실에서 유료방송에 재전송을 중단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로부터 재전송료의 명목으로 가구당 280원을 월정액으로 받는 것은, 유료방송이 독립적인 채널 편성을 통해 홈쇼핑과 같은 광고행위를 함으로 인해 한정된 광고 시장의 파이에서 지상파 파이를 일정 정도 손상시킨 부분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손실된 지상파 광고 파이를 서울은 얼마이고, 지역은 얼마인지를 계산해 이에 맞추어 총 유료방송 재전송료를 분배한다면 그나마 합리적일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손실액을 평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 기준이 아예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다행히 대안으로 확보해 볼 수 있는 틀은 기존의 서울 : 지역의 광고배분율로 서울과 지역의 총 유료방송 재전송료를 나누는 것이다. 유료방송 재전송료는 광고 감소액에 대한 보전료로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광고배분율의 마지노선은 65(서울):35(지역)이다. 총 유료방송 재전송료는 현재 서울이 약 50%, 지역이 약 50%로 거의 반반씩 나눠가지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서울은 원래의 서울, 수도권에 해당하는 50%를 가지고, 모자라는 부분 15%를 지역 몫에서 가져가면 되고, 이렇게 되면 지역은 원래 지역 몫 50%가 35%로 줄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지역 재전송료를 100이라 가정했을 때 서울은 여기서 30을 가져가면 되고 지역은 나머지 70을 받으면 된다. 이렇게 볼 때도 2103년부터 지역 재전송료를 50:50으로 쪼개 그 절반을 서울이 가져가겠다는 합의는 지나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수직관계인 네트워크체계를 인정해 합의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지역 재전송료 배분율은 70(지역):30(서울)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동안 지급하지 않은 ‘CM순서지정료’와 ‘간접광고’도 원칙에 맞게 배분하라
이번 지역 재전송료 배분 합의 과정에서 눈에 띄는 내용 하나는 재전송료 합의의 대가로, 지금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던 ‘CM순서지정료’와 ‘간접광고’에 대한 배분율 논의를 시작한다는 구두합의가 있었다는 것이다. ‘간접광고’는 2010년에 한차례 지급 후 배분은커녕 협상도 재개하지 않고 있다. ‘CM순서지정료’는 지난해 약 611억원으로 전체 광고액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급속도로 늘려 가고 있음에도 지역은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사의 경영위기를 가중시킨 중대한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광고 모두 엄연히 프로그램에 따른 광고이므로 전파료율에 따라 나눠야 함에도 엉뚱하게도 전파료 산정 방식이 아닌 다른 배분율을 협의할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속내를 알 수 없다. 행여 ‘엉터리 재전송료’ 합의를 강행하려는 미끼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드러난다면 야합의 전형으로 규정하고,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저항할 것임을 경고한다. 원칙대로 전파료 배분율로 배분하고, 이제껏 지급하지 않았던 액수를 소급하여 지급해야 할 것이다.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배제와 탄압에 지역사는 생존의 위기를 느낀 지 오래다. 네트워크체제의 붕괴를 보는 듯한 ‘슈퍼 갑질’에도 지역사 사장들은 무원칙 무소신이 원칙인양 애써 외면하고 있다. 눈동자엔 일신의 안위와 영달만이 비칠 뿐이다. 다시 한 번 이성에 호소한다. 그대들이 보수정권 아래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자처한다면 냉엄한 현실 속에서도 공동체의 통합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원칙에 입각하여 자신의 자리가 주는 의무를 돌아보기를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보수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1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
강릉, 광주, 대구, 대전, 목포, 부산, 삼척, 안동, 울산, 여수,
원주, 전주, 제주, 진주, 창원, 청주, 춘천, 충주, 포항 일동
첫댓글 MBC는 서울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래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MBC라는 언론사가 차곡차곡 채워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