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항에서 배내려서 전남, 전북, 충남, 경기도를 지나 분당으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미세먼지 자욱한 희뿌연 대기때문에 사방팔방 음울한 기운이 가능합니다. 블루와 그레이가 섞인, 음울한 뜻의 블루와 어떤 컬러도 죽여버리는 무채의 전형, 그레이의 조합은 자연의 색과는 거리가 멉니다. 좀 질식할 것 같은, 불쾌감이 두껍게 발라워진 대기 분위기는 주변에 널려진 고층건물과 어지러운 수많은 간판들, 사방에서 벌어지는 고층 건물 공사장의 회색시멘트 구조물 주변을 짙게 감싸고 있습니다.
주변 산들은 깎여나가서 한쪽이 물러앉았거나 속을 드러낸 뇌손상 환자의 머리처럼 흉물스런 모습 그대로입니다. 도로 주변의 산들은 상처가 심하거나 머리털이 뽑혀나간 것 같고, 먼 산들은 음울한 대기에 가려져 윤곽만 희미합니다.
완도에서 배내리면 긴 노선을 가로질러야 하니 어쩔 수 없이 깎여지고 손상된 산하를 수없이 지켜보며 운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도로주변의 유난히 맘아프게하는 산의 모습. 화재가 난 것도 아닌데 어떻게 4/5 정도를 완전히 민둥산 상태로 몇 년째 놔두는 것인지. 가까이서 보니 누군가 한 조상의 묘소를 위해 밀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벗겨진 둔덕의 모습이 매번 충격적입니다. 10년도 더 된 과거에 미국 GPL쇼박사와 관계자들을 국내로 초대해서, 최초로 발달장애 생의학 컨퍼런스를 분당과 대구에서 개최했었는데, 대구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쇼박사 일행이 주변 산들에 즐비하게 있는 묘소들이 너무 신기한지, 자꾸 가리키며 뭐냐고 묻던 기억. 선조들의 사후 자리차지 면적도 하나의 권세인 우리 문화, 외국인들에게는 묘한 광경인 듯 합니다.
확실히 서양인, 특히 미국인들과 우리의 사회집단 속의 삶의 인식에 너무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다수의 보편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개인삶 충실 사회분위기가 역력하고 (출세에의 의미 별로 없음), 우리는 긍정의 의미이든 부정의 의미이든 성공한 소수의 삶을 동경하고 그걸 엄청 강조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입니다.
대부분 서민의 삶은 아직 피폐하고 투쟁적이며 그다지 지적이지 않은데 (지적이지 않다는 말은 보편적 사회적 매너에 아직도 문제가 많다는 뜻), 다들 머리는 성공에의 강박이 있는 듯 합니다. 민주주의 역사의 차이일 수도 있고, 유전자 차이일 수도 있고 더 중요하게는 교육이라는 이념과 실제 현장 상황의 차이도 비중이 큽니다.
대학입시와 전형을 전국민 대상 톱뉴스로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나라는 국내와 일본 외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정확히 일본상황은 모르겠지만 우리의 교육개념 상당수가 일본문화의 답습이니 비슷할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장애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공한 장애가 아니면, 설사 성공했다 하더라도, 우리 민족의 한 구석에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멸시나 천대유전자가 너무 강합니다. 사회적 성공은 보편적으로 쉽지 않으니 '내가 누구보다는 그래도 낫지!'라는 끝없는 비교의식의 끝자락에 장애인들이 있으니 장애인 혹은 장애부모의 삶은 늘 바닥의식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장애가 있으면 어떻게하든 극복하고 더 낫게하려고 기를 쓰는 반면 (가당치도 않은데), 서양사람들은 장애를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사회 속에서 피해를 주지않을 것인가에 더 특수교육 촛점을 맞추는 듯 합니다. 그런 의미의 미국의 보편적인 ABA교육이 한국에 오면 결국 변질이 되곤 합니다. 미국 ABA 교육의 절반 이상은 실제 사회 속 훈련입니다.
자폐의 교육은 사회 속에서 타인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어떻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교육의 가장 큰 취약점입니다. 고기능 자폐이자 ADHD기질이 강한 일런 머스크의 최근 자신의 자폐아들에 대한 인터뷰를 보면 정말 그답습니다! 존경합니다.
https://youtube.com/shorts/0bXvhGaza5s?si=D-Rcd1N028kkCysr
이야기가 긴 운전하면서 드는 오만가지 잡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옆으로 한참 샜습니다. 무사히 아이들과 헤어지고 태균이와 단둘이 남았습니다. '태균아 저녁은 뭘 먹을까? 1. 낙지볶음, 2. 막국수, 3. 만두와 칼국수, 4. 냉면! 골라봐. 우리가 자주하는 객관식 고르기 시간. 손가락으로 1~4번까지 꼽으며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행복한 시간.
차량GPS에 원하는 것을 쓰라고 해주니 태균이 '얼크니'라고 씁니다. 우리가 가끔 가는 얼크니 손칼국수집을 말합니다. 정말 맛있는 집이라 어느 지점이든 점심시간, 주말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우리는 용인숙소 노선에 있는 분당금곡점을 가끔 갑니다. 신나는 표정이 얼굴에 가득! 아직은 맛있는 것 먹는 것에 인생의 낙이 가장 큽니다.
우리는 분당에 오면 해방된 기분으로 한끼 외식에 푹 빠지는데, 태균이 왔으니 퇴근 후 바로 숙소로 오는 태균아빠 때문에 다시 저녁을 만들어야 하는 불편이 있기는 합니다. 그래도 해줘야 어쩌겠습니까! 매일 잦은 외식으로 집밥을 그리워하니...
여기는 확실히 제주도보다 많이 춥고 대기질도 최악입니다. 제주도 참 좋은 곳입니다. 집에 오면 제주도집 걱정! CCTV라도 둘러봐야 되겠습니다.
첫댓글 가까이 오셔서 단골집 다녀가셨네 ... 태균씨 표정에 저도 침샘이 올라옵니다. ㅎ. 담엔 같이 먹어요 ㅎ
훼손된 산에 대한 분노 급 공감입니다. 저는 법규정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자연은 백퍼 사적 소유라하더라도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건 엄격히 금해야 되고 허가도 최소. 또 신속히 원상복구가 가능하도록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태균씨 좋아하는 식사를 기다리는 표정 진심이네요. 가족을 보러 달려 오시는 아빠게 집밥 해 드리는 만능 부인인 대표님 최곱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