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 <향수(鄕愁)>
정지용의 시 <향수>를 노래한 테너 박인수씨가 지난 달(2월) 28일 미국 LA에서 별세했다. 향년 85세다.
가곡 <향수>에 대하여 사람들은 이 보다 더 아름답고 눈물 글성이게 하는 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린 시절의 고향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너무나 아름답게 표현했다고 극찬하기도 한다.
시 <향수>는 월북시인이었던 충북 옥천 출신 정지용 시인(1902~ 50)이 일본 유학 중이던 1927년에 쓴 詩다.
그 시가 1989년 노래로 탄생되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노래가 만들어진 내력은 다음과 같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월북작가에 대한 해금이 거론되고 있을 때 제일 먼저 정지용 시인이 해금 되었다.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고 이동원(1951~2021) 가수가 정지용의 시집에서 이 시를 발견하고 노래로 부르고 싶은 욕망이 간절히 느껴졌다.
그래서 작곡가 김희갑씨를 찾아 갔다.
김희갑씨도 그 가사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작곡을 하기로 했다.
작곡은 거의 1년이 지나서야 완성이 됐다. 그 만큼 작곡에 정성을 기우린 것이었다.
작곡을 마친 뒤 김희갑씨는 가수 이동원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노래가 기니까 듀엣으로 부르는 게 좋겠다."고.
이렇게 해서 이동원씨는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박인수씨를 찾아가 노래를 함께 부르자고간청을 했다.
박인수 교수도 노래의 가사와 곡을 들어보고 함께 노래 하기로 승락을 했다.
이렇게 발표 된 <향수>가 한국의 아름다운 가곡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고,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애창곡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고 박인수 교수와 고 이동원 가수의 명복을 빌며 가곡 <향수>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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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 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