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속에 태어난 금쪽같은 손녀를 한 달이 넘도록 만나지 못하다니 참 안타깝다. 신생아 때는 면역력이 워낙 약하다고 하니 보고 싶은 마음을 꾹꾹 참고 한 달을 기다렸다. 세상에 나온지 한달 정도 지나 딸네집 방문 날짜를 잡았다. 손녀를 본다는 설렘으로 시간이 여삼추다. 차표까지 예매해 이것저것 준비했다.
그런데 가기 전날 원주에서 백일해 집단감염 뉴스와 함께 경기도에서도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생아에게는 백일해가 치명적이라고해서 남편과 손녀 보러가는 것을 무기한 연기했다.
그래도 기기가 발달해 손녀의 꼼지락 거리는 모습, 목욕하고 자는 일까지 실시간으로 보내오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루에도 사진과 동영상을 수십 번씩 들여다 보지만 실제 보고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큰딸이 아이를 낳았을 때는 우리가 60대 초반이었다. 거의 일 년은 우리 집에 와서 살면서 같이 돌봤기 때문에 그때는 손주의 재롱을 마음껏 누렸다. 손자 바보로 오로지 손자 밖에 몰랐는데 그때 그 귀엽던 아기들이 중학교, 고등학교 가고 나서는 얼굴조차 보기 힘들다. 크고 나니까 손자가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황혼을 다채롭게 채워 줄 손녀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런데 태어나고 초반 4일은 늘 자는 모습만 사진으로 보내왔다. 눈뜬 모습을 못보고 계속 잠만 자는 것 같아 불안했다. 오만가지 요망한 생각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큰딸에게 어찌 손녀의 자는 모습 밖에 못 보겠냐고 근심스럽게 말했더니 큰딸도 걱정이 되었던지 인 선생에게 물어봤단다. 예정일보다 일찍 태어난 아이들은 아직 뱃속인 줄 알고 잠만 잔다는 소리에 안심이 되었다. 우리 손녀는 예정일보다 10일 먼저 태어났다.
그리고 걱정이 무색하게 5일째 되는 날, 눈뜬 사진을 보내주는데 감격이었다. 늦게 출산하면 이렇게 닥치지도 않은 걱정으로 신세를 달달 볶는다. 요즘 꼬물꼬물 움직이는 동영상과 사진을 보내올 때 보면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난다. 어느 행동 하나 다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어 할매가 기절할 것 같다.
바쁜 와중에도 손녀의 동영상을 계속 돌려서 보고, 사진은 하루에도 몇번씩 틈만 나면 들여다본다. 손녀 생각만 하면 힘이 펄펄 솟으니 무슨 조화 속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예쁘고 귀여운 손녀를 100일 때는 확실히 볼 수 있겠지만 그 이전에는 미지수다.
사위와 딸은 딸 탄생 한 달 기념 파티 하는 모습을 보내온다. "야야~ 한 달이라고 축하 파티를 하니 손녀를 위한 이벤트 하다가 볼일 다 보겠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10년 만에 아이를 얻은 딸은 요즘 얼마나 행복할까. 꿈같이 사는 막내딸네 생각만 해도 나도 덩달아 행복하다.
우리 손자들은 서울 친할머니는 할머니라고 부르고 촌에 사는 나를 단양 할매라고 부른다. 손녀가 예쁘게 무럭무럭 자라서 단양 할매라고 부를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날이 곧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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