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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숭배에 앞장서는 노원구청의 각성을 촉구한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는 영어 교육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교육과정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영어 몰입 교육을 실시하고, 영어로 강의하는 학교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한다. 이에 발맞추어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영어 마을 세우기 경쟁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다. 몇몇 지자체들은 외국인 학교 설립 유치를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이미 ‘기러기 아빠’가 온 세계의 놀림거리가 되면서 우리나라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못 들게 하더니,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행정 당국자들이 영어에 목숨을 걸고 있다. 이 땅에서 이제 미국말 배우기는 최고의 가치로 떠오른 듯 보인다.
이러한 세태에 한술 더 떠서, 서울시 노원구청은 거리 간판 정비를 핑계 삼아, 관내 상가 운영자들에게 영문 간판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을 확인해 보니, 노원구청은 관내에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빌미로 노원역 주변과 외국인 학교 주변의 상가들에는 영문자를 나란히 표기한 간판만 허가해 준다는 것이다. 대부분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영세한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이름을 영문자로 바꾸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히 구청의 어처구니없는 행정에 넋을 잃은 시민들의 항의와 분노가 들불같이 번져 가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의 미국말 숭배 풍조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지만, 지금 노원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백 걸음 물러난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거리이다. 거리 간판을 정비하는 것은 간판의 크기와 거는 자리, 빛깔 등을 제한하여 주민 불편을 예방하고 도시 미관을 살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미국의 식민지가 된 것도 아닌데, 간판 말글을 미국말로 고치는 것이 어떻게 ‘간판 정비’가 될 수 있는가? 우리의 아이가 학용품을 사러 가는 문구점 이름을 왜 영문자로 적어야 하며, 우리와 우리 이웃이 시장기를 덜기 위해 들르는 음식점 이름을 무엇 때문에 영문자로 적어야 하는가?
노원구에 들어서는 외국인 학교에는 250명 가량의 학생들이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63만여 노원구민들은 영어 간판으로 치장된 거리를 다녀야 하게 되었다. 이는 주권 국가 국민의 자부심을 뒤흔드는 전형적인 사대주의 행정이다. 힘센 나라를 섬기는 우리 관료들의 사대주의는 그 뿌리가 깊다. 중국을 우러르던 시대에 한문글자를 숭배했던 것처럼, 요즈음은 미국을 상전으로 여겨 미국 말글을 지나치게 숭배하는 듯하다.
그러나 말과 글은 그 겨레와 그 나라를 있게 하는 알짬이다. 우리말에는 수천년 겨레의 역사와 문화가 그대로 담겨 있고, 한글은 앞으로 수천 년 동안 우리 문화를 살찌울 훌륭한 연모이다. 노원구청이 요즘 펼치고 있는 ‘영어 숭배 행정’은 우리 말글의 토양을 들어낼 뿐만 아니라, 우리 겨레의 얼을 짓밟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영어 숭배에 앞장서는 노원구청의 각성을 강력히 촉구하며, 우리 말과 글을 지켜 내기 위한 온 국민의 의지를 널리 알린다.
2007년 3월 23일
한글 학회 회장 김 승곤
한말글 문화 협회 대표 문 제안
첫댓글 우리 말글 시험은 보지 않고 영어 시험인 토익이니 머니를 거쳐 들어온 공무원들이니 당연히 영어로 무엇이든 하려할 터이지요. 먼저 공무원 시험응시 기준에서 영어성적부터 제외해야 합니다. 외국인을 위한 공무원은 분명 아닐진데 왜 영어실력이 필요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