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계 황태덕장
겨울은 춥고 눈이 풍성해야 겨울답다. 대관령 일대는 남한에서 춥고 눈 많기로 제일 가는 곳이다. 매년 이맘 때쯤이면 많은 도시인들이 온통 눈 세상을
이룬 이곳을 찾는다.
그 곳에 가면 도심에서 실종된 참 겨울의 정취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자연
경관이 뛰어나다 해도 사람의 숨결이 없으면 맨숭맨숭하기 짝이 없다.
용평리조트 초입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횡계리 황태 덕장. 찬바람이
쌩쌩부는 한겨울에 땀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겨울의 한가운데 들어선 요즘 황태 덕장은 명태를 통나무에 거는 강원도 산골 사내들의 손놀림으로 분주하다. 대관령 너머 주문진에서
막 올라온 명태들은 덕장에 걸리기 무섭게 꼬리 끝에 구슬 같은 고드름을 매단다.
북태평양 깊은 곳에서 헤엄치다 뭍으로 올라와 통나무에 줄지어 걸린
채 하늘을 보며 눈을 받아먹는 듯한 명태의 모습이 처연하다.
이들 명태들은 오는 4월까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속살이 노란 황태로 거듭나게 된다. 이 기간 20여 개 횡계 덕장에서 말려지는
명태는 100여만 마리.
하지만 올해는 덕장을 모두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근해에서는 거의 잡히지 않는데다 국내 수요의 절대량을 차지하는 러시아로부터의 반입량이 30% 가까이 줄어든 탓이다.
국내의 황태 덕장은 이 곳 횡계리
외에 인제군 북면 용대리와 고성군 거진항 주변에도 있다. 마을
주민 권봉준 씨(47)는 “휴전선
이남의 덕장은 한국전쟁 때 황태의 고향인 원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원산과 기후가 비슷한 대관령 일대에 만들면서 비롯됐다고
들었다”며 “용대리 쪽이 최근
홍보를 잘해서 유명세를 타고 있으나 맛이나 품질에 있어서 횡계
황태와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한다.
이번 시즌 횡계 마을 황태 만들기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시작됐다. 가을걷이를 끝낸 밭에 통나무를 이어 덕장을 만들고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 정도로 떨어진 12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명태를
걸기 시작, 현재 덕장의 3분의 2쯤 채웠다.
예전에는 하나에서 열까지 이곳
주민들의 손을 거쳤으나 몇 년 전부터 주문진에서 내장을 빼고 세척까지 한 다음 두 마리씩 코가 꿰진 상태로 올라오고 있다. 이렇게 해서 덕장에 걸린 명태는 하얀 눈과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노랗게 익어간다.
겨울이 가기 전 북태평양 명태들이 차가운 북풍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횡계 황태 덕장을 찾아보자. 특히 덕장 인근은
한반도에서 가장 설경이 아름다운 곳이기도 하다.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대관령과 오대산의 설경, 젊음의 열정으로 가득한 용평스키장도 지척에 있다.
◆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 IC를
나와 만나는 삼거리에서
용평리조트ㆍ횡계 방면으로 우회전한 다음 용평리조트로 가는 길 초입에 내리면 된다.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1시간 간격으로
횡계행 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 먹거리
황태는 간 기능 개선과 해독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태요리로는 황태와 콩나물, 버섯 등을 넣고 찐 황태찜과 황태에다 갖은 양념을 발라 구워내는 황태구이, 숙취해소로 그만인 황태해장국이 유명하다.
덕장 주변에 있는 식당 대부분이 황태요리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관령황태촌(033-335-8885)은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손맛이
일품이다. 또 대관령황태영농조합(033-335-4027)에서는 황태 덕장도 구경하고 황태도 직접 살 수 있다.
11~19일 대관령 눈꽃 축제
2010 동계올림픽 유치를 염원하는 제11회 대관령 눈꽃축제가 11일부터 19일까지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용평 돔경기장 일원에서 펼쳐진다. 용평 돔경기장은 용평스키장 초입에 있으며 영동고속도로에
인접해 있어 찾아가기 쉽다.
올 축제는 동계올림픽 전종목을 형상화한 행사장의 눈 조각과 주변
설경 등 볼거리와 더불어 대관령지역 전통 겨울 놀이인 소발구/인발구 타기, 전통썰매타기, 설피걷기, 팽이치기, 얼음 볼링, 아이스골프,
눈과 얼음으로 만든 이글루 체험 등 관광객이 직접 참여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준비했다.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033)330-2399, 대관령눈꽃축제준비위원회(www.snowfestival.net) (033) 336-25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