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끝에서 그가 숟가락을 달그락거린다 외 1편
- 화상의 형식 28
송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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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꿀밤처럼 다정한 키스를 나누고 그와 오믈렛처럼 달콤한 점심을 나누고 그와 소금이 많이 들어간 치즈케익을 서로 먹여주며 깔깔거리고 서로의 옷을 벗겨주고 서로의 닭살을 따스한 등불처럼 어루만지며 마치 그가 나의 젓가락인 듯 마치 내가 그의 숟가락인 듯 달그락거린다 그렇지 아무도 녹슨 숟가락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한 짐이 되어서 짐을 부르고 짐, 짐, 짐 잠결에 경이 달려오고 경은 늘 여기 있사옵니다 깊이 잠드시옵소서 짐은 다시 잠이 들고 짐이 되어 짐칸에 실린다 선풍기는 숟가락을 부르고 숟가락은 손가락을 부른다. 그들은 오버랩 된 충만한 임산부 기억의 신생아실은 늘 비어있다 저기 멀리서 푸드득푸드득 푸른 구명조끼 하나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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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이 있는 자리에는 늘 숲이 가로로 누워있다
숲이여 일어나거나
숲이여 일어나소서.
숲이여 몸을 일으키소서.
유치가 빠진 유치원 아이가 이히리베디히치과를 들락거린다
내 옆구리를 툭 친다
아저씨는 언제 이가 빠졌대요?
글쎄...
나는 앞머리를 긁적거린다
아저씨 나빠
뭐가...?
앞머리 긁적이는 버릇
엄마의 환생을 위해 거울을 준비했다
거울 속의 내가 예뻤다
누가 아저씨라 그래 팬티를 벗겨줄거야 오빠라고 해야지
한 줄로 선 문장들이 핫도그 미니트럭 앞에 서 있었다
구멍으로 바다의 민박집이 보였다
아이가 알라딘 무늬가 새겨진 구슬을 내민다
하얀 갈매기가 날아와 유치원 아이의 정수리에 구멍을 뚫는다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오후의 음악 살롱
!!!
비가 온다
비가 오니까 비가 온다
비가 오니까 비가 오고 비가 온다
문구점 크레파스가 한 쪽으로 갸우뚱 기울어져 있다
아무도 그를 구하러 가지 않는다고 해서 그를 잊은 건 아니야
그렇다고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지
슬프다는 말 말똥인 시대
바짝 마른 말똥은 불이 잘 붙지
!!!!
오 마이 갓!
신세계 대로변 내 옆을 지나치는 건 심형래
몽골 게르 앞에서 졸고 있는 내 앞에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건 탕웨이
북 코너는 시청 앞에 있고 시청 앞은 늘 시청 앞에 서 있네
시청자 미디어 버스는 시청자 미디어 버스정류소 앞에 선다네
!!!!!
새들이 숲으로 들어갈 때는 말을 하지 않아
물고기를 입에 문 담비가 말을 하지 않듯이
외로움은 비를 받아먹지
새는 물고기의 상한 비누를 먹어
의자가 움직일 때마다 노을은 노란 유리창을 타고 엘리베이터처럼 올라갔어
율리시스야 어디 있니
숲 속에 사는 새들의 움막의 신비 완결판이 나왔단다
송진 약력
1999년『다층』제 1회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지옥에 다녀오다』,『나만 몰랐나봐』,『시체 분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