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사막에 선인장도 사는데
너희들도 환경 탓하지 말고
용기 내서 살아야 하지 않겠니?
힘이 들 때마다 사막의 선인장이 귀감이 되었다.
“선인장은 사막이 좋아서 사막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선인장을 죽이지 않았기 때문에 거기 사는 것이다.”
<랩 걸>에서 접한 문장으로 반전이 일었다.
“사막은 나쁜 동네와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거기서 사는 사람은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어서 거기서 사는 것이다.”
사막에서 탈출해야 했다.
더 좋은 환경으로 가야 했다.
‘수치의 벽’을 넘어 잘 살아야 했다.
맥큐는 “사구아로가 더위와 건조한 환경에 아름답게 적응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 선인장이 죽어가고 있다.
잘 살고 싶은
잘 살아야 하는 욕망은
사막보다 더 뜨거워
절대로 식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갈 곳이 없다.
사막에서도 죽어가는 선인장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에요”라는 어린 왕자의 말도 빛이 바래졌다.
이제 우리가 살 미래는 없다.
사막의 선인장을 보며 가진 용기도 꿈 꿀 수 없다.
선인장보다 약한 우리는
이제 작별을 고할 때가 왔다.
어디는 자연으로 덥고 어디는 인공으로 춥고
경계 이동이란 본성을 죽일 수 없는 한
우리는 스스로 멸종의 종(種)을 완성한다.
그게 우리의 숙명이었을까?
냉방 속 다육이를 보면 희망을 꿈 꿀 수 있을까?
소나기 한 줄기 퍼부으며 내리기는 내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