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에
이홍사
지는 더 이상 도동댁이 아니라우
도동댁이 송여사로 둔갑했다네 이게 다 등 너머 파실성님의 사돈 덕분이긴 한데 맺어줘도 어지간한 데를 맺어 줬어야지 이건 차이가 나도 너무 나 올림머리 싹둑 잘라 파마를 하고 머리에 노랑물을 들였네 늙은 새신랑이 그리하라고 해서 동네 미용실이 아닌 시내 헤어샵에 가서 웃돈을 주고 했는데 장터 미장원보다 어색하네
부모 복 없으면 서방 복도 없고
서방 복이 없으면 자식 복도 없다는 말인데 조실부모하고 일찌감치 청상과부 되었다가 느지막하게 팔순이 가까운 새신랑에게 팔자를 고친 도동댁 일흔 나이에 탭댄스를 배우러 다닌다네 댄스를 배우러 다니라는 영감님 성화에 못 이겨 오긴 왔는데 누구 손을 잡아야 하나 가슴만 벌렁거리는데 앙증맞은 빨간 댄스 슈를 신는 엄지발톱에 뿔이 났네 댄스를 하면 허벅지가 단단해지고 옥문이 좁아지고 요실금이 사라진다니 그게 뭔 소리여
강변 모래밭에 심던 땅콩 농사 깔끔한 콩깍지를 올해는 어디다 버렸을까 군불에는 그만인데 그게 눈에 자꾸 어른거리는데 내색할 수가 없네
허공에 뜬 기분 결국 어디론가 떨어지긴 떨어질 터
어느 가시밭으로 떨어지려나 미리 겁부터 나네 오늘도 무도장에 데려다줘서 오긴 왔는데 자가용 기사가 밑에서 기다리는 건지 감시를 하는 건지 그저 송구해서 신경이 쓰이네 도매시장 가서 회 한 접시 먹는 게 사치였고 중앙시장 순대집에서 국밥 한 그릇 먹는 것도 호사라 여겼는데 밥 한 끼 먹는데 쌀 한 말도 아니고 한 가마니 값이라니 도통 그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나 이러다 천벌 받을 터
잘게 썬 파를 듬뿍 넣어 청국장
뽀글뽀글 지져서 부뚜막 뒤에 숨겨둔 소주 한잔 서서 마시면 속이 짜르르 그만인데 와인인가 뭔가 백이십 년 산이라며 반 잔에 쌀 서 말 값이 웃도니 죽으라고 하는 게 낫지 그걸 마시라니
들에 가면 꽃이 천진데
꽃을 돈 주고 사다니 그것도 얼굴 모르는 자식들이 외국에 있다가 들어올 때마다 사 와서 어머니라고 부르고 생글생글 웃으며 바치니 난처하기 짝이 시상에 돈은 주는데 달러가 한 줌이고 카드라고 쥐어 주고 어리어리한 백화점만 데리고 다니니 물건이 당최 눈에 들어와야지
시상에
뭐 이런 집구석이 다 있는지
돈 안 쓰고 들어왔다고 오히려 지랄을 부리며 난리네
서방 죽은 지
마흔 해가 넘어 녹이 다 슬었는데
늙은 새신랑은 밤마다 뒤에서 들이대며 지랄 부리네
원 시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