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박정룡 서명훈기자]지난해 신용카드 업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연체율 급증과 이에 따른 대규모 적자 등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까지 여겨지는 아픔을 맛 봐야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카드(현 KB카드)와 우리카드, 외환카드 등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모 은행으로 흡수합병됐으며, 업계 1위인 LG카드 역시 채권단의 공동관리가 추진되고 있다. 삼성카드 역시 캐피탈과의 합병을 통해 중복사업을 정리하는 등 조기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해를 재기의 기틀을 다지는 해로 정하고 ‘수익성 경영’과 ‘상품자산 구조 재조정’ ‘우량회원 위주의 서비스 재편’ 등을 계획하고 있다.
◇ 수익성 회복이 관건
카드사들의 올해 최대 화두는 현금서비스가 줄어든데 따른 수익성 감소를 어떻게 메워 나가느냐 하는데 있다. 국내 카드사의 경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할부 수수료 등 이자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3%에 이르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카드사들은 이자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58%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카드사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와 연회비 등 3가지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데 반해 미국 카드사들은 수수료 기반 상품을 통해서도 20%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
또 하나 국내 카드사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카드사들은 물품 구매와 리볼빙 자산 규모가 높다는 점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등 금융자산이 70%를 차지하고 있고, 일시불과 신용판매가 30%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미국 카드사들은 물품구매 45%, 저?중 리볼빙 37%, 고 리볼빙 12%, 현금서비스 6% 등으로 자산이 구성돼 있다.
◇ 후발 주자 약진 기대
지난해 국내 카드업계는 선발 주자들이 연체율 증가 등으로 고전한 반면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신한카드 등 후발 주자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올 한해 역시 이들 후발 주자들은 우량 회원을 발판으로 공격적인 마케팅과 차별화된 부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한해 후발 카드사 가운데 가장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현대카드는 새로운 CI를 발표하고 A~Z까지 26종류의 카드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영어 알파벳 이름을 가진 카드는 모두 현대카드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준다는 전략이다.
특히 98.7%에 달하는 정상 입금률을 바탕으로 올해 가장 먼저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연체율이 지난 10월 9.4%에서 11월 9.2%로, 12월에는 다시 9.1%로 하락하고 있고 대환대출 역시 4500억원(연체율 10%)으로 추가 부실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3-6-9 마케팅으로 확실한 인지도를 높인 신한카드 역시 올해 메이저 카드사로 도약한다는 계획 아래 차분히 준비를 해 오고 있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들 모두가 모 은행에 합병되면서 전업 카드사 가운데 유일한 은행계 카드사라는 장점을 적극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신한금융그룹 내 계열사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신한은행의 우수 고객을 카드 회원으로 적극 영입하고, 조흥은행, 굿모닝신한증권 등과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매출액 12조1000억원(구매카드 제외), 순익 4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1년여의 긴 준비기간 끝에 태어난 롯데카드 역시 카드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백화점 카드를 통합, 올 1/4분기에 백화점 카드 회원 가운데 150만명의 우량 회원을 롯데카드 회원으로 전환하고 유통 카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전업계 카드나 은행계 카드가 갖고 있지 않는 롯데그룹의 다양한 유통 서비스를 결합할 경우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 통합 금융서비스 메카로 거듭난다
새해 은행계 카드사들의 최대 화두는 합병 시너지 효과 창출과 금융서비스 통합이다. 다른 전업계 카드사와 부가서비스와 마케팅 부분에서 정면 대결하기 보다는 은행의 우수 고객과 금융서비스를 특화해 나가는데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전망된다.
KB카드는 올해 카드사업부분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자산과 고객구조를 재구성하는 한편 은행의 두터운 우수 고객군을 카드 회원으로 적극 유치해 나가기로 했다. 또 고객의 이용대금 결제 편의를 위해 리볼빙 제도를 확대하고, 전국적인 은행 지점망과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체크카드 영업을 활성화 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카드는 올해 경영목표를 ‘자산 건전화,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신도약기반 구축’으로 설정하고 우리금융 계열사와 연계된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은행 우량고객 대상의 상품 및 서비스 개발, 은행 연계영업 활성화, 그룹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업력 증대를통해 그룹시너지를 극대화하는 한편,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상품개발 및 고객세분화 마케팅으로 수익기반을 마련해 새로운 도약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올 2월 은행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외환카드 역시 합병 후 낮아진 조달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고객 서비스를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은행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강화한 상품을 주력 상품으로 선정하기로 하고 현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 삼성의 부활, 비씨의 약진
삼성 LG카드는 지난해 경기침체의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경험했지만 반대로 올해 경기 회복에 따라 빠른 속도로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삼성카드의 경우 삼성캐피탈과 합병 후 1조원 증자 등 정상화 계획을 이미 확정했고, 신용판매, 할부금융, 개인론(Loan), 리스사업 등 4대 사업부문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요 카드사간 회원 중복율이 60% 이상 되기 때문에 차별화된 마케팅을 통해 이들을 고정 고객화하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비씨카드는 전업계 카드사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은행계 카드사 대부분이 모 은행과 합병을 선언함에 따라 그 영향력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내 카드산업이 은행계 카드사 중심으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12개 회원 은행으로 구성된 비씨카드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 질 수밖에 없다. 특히 비씨카드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회원사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부가서비스 개발에 더욱 주력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