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김세희의 ‘드림팀’에서 보는 꿈이 없는 세대와 살아남고자하는 세대의 갈등
민병식
김세희(1987~ )작가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대학에서는 국어국문학을, 대학원에서는 서사 창작을 공부했다. 2015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고 소설집 ‘가만한 나날’, 장편 ‘항구의 사랑’ 등이 있으며 2018년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 2019년 신동엽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사진 네이버
작품은 총 8편이 들어있는 그녀의 소설집 '가만한 나날'의 네번 째 작품이다. 주인공 선화에게 어느 날 전에 일하던 직장 상사에게 전화가 온다. 첫 직장 상사였다. 그 회사를 나오면서 그 상사와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갈 상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전화를 받지 않았었다. 할말이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상사는 아이 문제로 상담을 받는다고 한다. 상담을 받다보니 자신이 사람들을 대해온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미안하다고 한다.
선아는 지방대를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했으나 잘 되지 않자 상경한다. 가까스로 취업을 하고 방 얻을 돈을 모을 때까지 고시원 생활을 하게 된다. 그 회사에서 만난 상사가 임은정이다. 선화는 그녀에게서 모든 걸 배웠다. 전화 응대하는 법, 업무상 통화를 그날 그날 다이어리에 전부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하며, 파일 철하는 법, 컴퓨터 바탕화면 폴더를 정리하는 법 까지 그때 선화는 스물일곱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인생에서 처음 만난 상사였다. 비교 대상도 없었고, 그럴 생각조차 없었다.
임은정은 그 회사의 팀장으로 워킹맘이었으나 누구보다도 오래 일했고 정시퇴근이라도 하는 날이면 송구스러운 표정을 짓는 사람이었다. 지방대를 졸업한 사람에게 팀장 자리를 주고 아이를 낳고 1년 동안의 육아휴직까지 주었으니 임은정으로써는 그런 생각을 할만도 하다. 선아가 고시원을 얻었다고 했을 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고 고시원 이야기는 하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방 얻었다고 하라고 시키고 선아가 반바지를 입고 출근한 날 팬티만 입고 출근한 줄 알았다며 면박을 준다.
‘당당하게 해. 사무실을 전쟁터라고 생각해. 사교생활 하라고 자기 뽑은 거 아니야.’
임은정은 선화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만 선화를 받아 줄 마음이 없다. 그녀는 유리문을 힘껏 열고 거리로 나간다. 임은정 팀장과의 4년 반이 그녀에겐 용서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직장에서는 둘을 드림팀이라고 불렀다.
작품은 이 시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두 여성을 내세워 아직까지도 대한민국 사회에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초년생과 어떻게든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으려는 워킹 맘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지금으로 따지면 한 쪽은 mz세대 일 수 있고 한 쪽은 우리가 흔히 비판하는 꼰대 마인드다. 요즘 경력단절이라는 말은 새롭지 않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바로 경력이 단절되는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남기란 하늘의 별따기 이다. 그런 사회가 임은정 팀장처럼 자신의 말과 지시대로 모두 해야하는 가스라이팅과 강박의 직장인을 만드는 것이 아닐까.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이십 대 다니던 학자금 대출부터 처리해야 하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 값 때문에 집 장만은커녕 결혼을 꿈도 꾸지 못하는 세상. 먹고 살기위해 다니는 직장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라떼는’을 외치는 꼰대 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외치며 살아가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은 무엇일까. 결국 기성 세대인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기약 없고 영혼 없는 격려밖에 없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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