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돌한 대학생 500만원 들고 6개월 여행 다녀온 이야기. 3-4. 사라예보에서의 카우치서핑, 당황스러웠던 만남 그리고 백개먼.

[바나나배낭]

블로그는 이글루스에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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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에서 술에 취해 잠도 제대로 못 자 비몽사몽 하다가 일요일 새벽 6시부터 벌금내고 여전히 제 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주소를 찾아 간다. 평소에는 구글에서 지도 검색을 한 이후에 시내 지도부터 해서 호스트 주소 근처 지도 싹 캡처해서 노트북에 저장해 가는데, 요상하게 보스니아만 아무것도 안 뜬다. 참고로 사라예보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도. 물론 사라예보지도도 구글에서 조차 제대로 뜨는 게 없기에 호스트가 가르쳐준 주소를 그저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한국처럼 아파트 동이 제대로 표기가 안 되어 있어서 사람들한테 물어봐가며 찾느라 정말 고생했다.

 이전 글부터 쓴 건데 이 날 사라예보는 정말 음침했다. 왠지 그래서 주소 찾기도 더 힘들었을 것 같아.

 유럽에서는 인사로 볼에 뽀뽀를 주로 하는데, (참고. 그들과 그리고 우리의 인사법. http://bananabackpack.egloos.com/1923646) 이때는 이미 서유럽 대부분과 동유럽 셍겐국을 다 돌고 왔을 때여서 나도 누구 만나면 얼굴 들이미는 게 이미 익숙해 져 있었다. 아침에 만나서 전처럼 얼굴을 들이 미는데, 이 언니는 기겁을 하네? 얼굴에 팩하는 중 이었다고 눈곱만큼도 건들면 안 된단다. 어쩐지 얼굴에서 왜 윤기가 나나 했다. 이번 호스트는 아침 7시 이전부터 일어나서 얼굴에 팩하고 일 나갈 준비 하는 그런 부지런한 언니였다.

 들어가자마자 밤에 술 마시고 기차에서 제대로 못 잔 얘기부터 해서, 방금 벌금 물고 온 것까지 하소연을 하는데, 사라예보에서는 표 검사를 정말 자주 하니 조심하란다. 이 누나는 인제 일 나가는 아침인데 나는 졸려 죽기 직전. 일단 잠부터 잤다.

 이번 호스트 누나. 여긴 주방.....이라기보다는 공사를 하면 주방이 될 곳이다.

 한국나이로 스물아홉 정도인데 벌써 자기 집을 혼자 샀단다. 사실 내부공사 완료 이전인데도 바로 그냥 들어와서 사는 중. 자기 집 있는데 다른 집에 매달 월세 내고 살기는 너무 아까우니까.. 근데 이 집은 좀 달랐다. 주방도 없고 가구도 몇 개 없다. 베란다는 완전 공사판이고. 가장 웃겼던 게 현관문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그 화장실에 문이 아직 안 달려서 화장실에 사람 있으면 현관문도 못 열러 나가는 집 이었다. 살다 살다 이런 집도 다 와보는구나 하는 느낌. 아무리 그래도 자기 집 있는 건 정말 부러웠다. 거기다가 혼자 장만했다니!

 오늘 저녁은 자기 친구 집에 가서 먹을 거란다. 그 친구는 터키에서 온 친구인데, 한국에 7년이나 일을 한 적이 있어서 한국말도 좀 할 거라는 것. 역시나 카우치서퍼이기도 하고. 그런데 여기서 약간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냐고? 나는 왠지 봤던 사람 것 같았거든?



 설명 잠깐 하고 넘어가자. 카우치서핑을 하려면 도착하기 전에 미리 요청을 보내야 하고, 요청이 100%수락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낼 때 항상 한 개 이상 보내게 된다. 인터넷 환경이 안 좋은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도시일수록 더욱 더 수락확률이 낮고 관광객이 적고 인구가 많은 도시는 수락확률이 높다. 예를들면,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은 곳은 그냥 카우치서핑 불가라고 보면 되고, 대한민국 서울 같은 곳은 카우치서핑 하기 참 쉬운 곳이라 생각하면 된다. - 그냥 내 생각엔..



 분명히 기억난다. 요청을 네 개정도 보냈고, 그 중에 두 개가 수락이 되었는데, 이 상황에서 둘 중 하나 거절하는 것도 참 미안하다. 그래서 보통 하는 핑계가 일정이 바뀌어서 이제 그 도시는 안 갈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보내는 것. 거짓말이긴 하지만 아니 니네 둘 프로필 꼼꼼히 읽어 봤는데 (뭐 나는 전혀 꼼꼼히 안 읽는 편이지만..-_-;;) 너보다는 쟤가 나을 것 같아서 원래 일정대로 사라예보로 가긴 갈 건데 너네 집에는 못가겠다고 하는 것 보다는 이 핑계를 대는 게 낫잖아? 아.. 그러니까 문제가 내 기억에는 그 두 명 중에 다른 한명이 터키사람이었고 가능 언어 목록에 한국어가 있었던 사람이었던 것. 아 짜증.. 사라예보에 터키에서 왔고 한국어도 하면서 카우치서핑에 가입되 있는 사람이 둘 이상 있을 것 같지 않아.

 차량에서 찍은 표만 유효하고, 표는 차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유효한 티켓이 없는 사람은 걸리면 26KM을 내야한단다. 한참 자다 일어나서 저녁 때 호스트 친구네 집으로 가는 길. 검사 한 번 더 했다.



 

 그렇게 호스트 친구네 집으로 가는데, 그 아저씨도 일본인 카우치서퍼를 초대하는 날이란다.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멀리서 터키인 한 명, 일본인 커플이 보인다. 만나자마자 그때 카우치서핑 요청 보낸 사람인데 취소해서 미안하다고 머쓱하게 한마디 했다. 뭐 그 아저씨야 당연히 괜찮다고 하지만 처음 만났을 땐 참 민망했다. 하하.

 만나자마자 뜬금없이 터키게임 알려 주겠다며 꺼낸 백개먼, 터키말로는 타블라 라고 한다. 


 

 이 날이 나와 타블라와의 첫 만남인데 이 게임이 재미있는 건 물론이고 정말 장점이 많다. 처음 시작 하자마자 바로 배울 수 있는 정도의 쉬운 룰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고, 주사위 굴리는 게임 특성상 운이 큰 작용을 해서 잘 못하는 사람이 잘 하는 사람 한두 번 이길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장기, 체스 류의 게임을 정말 너무 좋아하는데 이건 뭐 너무 재미가 없는 게 인터넷에서 비슷한 급수만나서 게임을 하지 않는 이상.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하면, 내가 너무 못 해서든, 상대방이 너무 못 해서든, 실력차이가 많이 나 시작 전부터 사실 결과가 뻔하다. 결과가 뻔하면 잘하는 사람도 못 하는 사람도 재미없다. 사실 장기는 처음 배우는 사람이 바로 게임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하고. 타블라는 보면서 바로 배우는 게 가능했고 못해도 어쩌다가 이기는 수도 있어서 장기와는 달랐다. 그래서 이 게임은 보통 5번이기는 걸 한판으로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잘하는 사람이 한두 번 질 수는 있어도 5점까지 내면 결국은 이기게 되는 게임. 진짜 진짜 재미있더라. 나중에 터키 가서도 만나는 사람마다 하자고 했다.

 갔던 나라의 꾸란을 다 모았다. 방에 보면 한국에서 온 기념품도 좀 있었고.



 

 왼쪽부터 터키 아저씨 네지, 우리 호스트 알마, 일본에서 온 다이스케, 그리고 이름 기억 안나는-_-;; 일본 여자애. 여기 다이스케가 나중에 내 첫 동행이 되는데, 그게 세 번째 분류(일행이 필요해)를 사라예보부터 시작한 이유가 되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커플이 아니라 그냥 길에서 만난 일본인 둘 이었는데 자그레브에서도 한번 마주쳤다가 사라예보에서도 우연히 마주쳐서 같이 시간 때우고 있었던 것. 여자애는 카우치서핑하러 호스트 일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중 이었고 그렇게 같이 있다가 다이스케는 카우치서핑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거기서 막 얘기듣고 호스트가 와서 저녁이나 먹고 가라고 해서 따라왔던 것. 셋의 일정을 보아하니, 여자애는 이제 세르비아로 간다고 하고, 다이스케는 내일 바로 두브로브닉으로 간다고 하네, 나는 하룻밤 더 자고 포드고리차로 갈껀데.. 동행하면 좋을 것 같아 일정애기도 많이 했었는데 카우치서핑 때문에 수정하기가 너무 힘들어 이때는 동행은 포기하기로 했었다.

 각자의 일정이 대략 이랬다. 나중에 일정 수정을 미친 듯이 하게 되는데 이 글에서는 일단 여기까지만.

 그렇게 다섯이서 집에서 머핀 만들어 먹고 게임하고 놀다가 각자 여행 다녔던 이야기 공유하다가 늦게까지 놀고 헤어졌다. 여행 다니다가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외국인을 만나는 것도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외국에서 보는 한국물건은 또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아! 이 아저씨가 한국인 여성분 호스팅한적 한번 있으셨다는데 그 분이 그렇게 요리를 잘 했었단다. 파스타로 만들었던 떡볶이를 아직도 기억하시던데 혹시 그분 이글 보시면 댓글로 아는 척 한번 해 주시라. 하하

집에 가는 길. 사라예보부터는 오소독스 교회가 참 많다.

즐거운 유럽여행! 함께 나누는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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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길잡이★유럽 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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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를 서경록]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 됍니다ㅏ..ㅎㅎ

[곧갑니다--]

멋지시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