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 재활 21-6, 은이가 기특하게도
어제 탔던 엘리베이터로 은이와 아버지가 내려온다.
은이는 여전히 밝아 보이고 아버지는 약간 피곤해 보인다.
밤새 제대로 주무시지 못했을 아버지 노고를 생각한다.
박시현 선생님이 짐 챙기기 편하게 주차한 차를 가지고 오는 동안 아버지가 퇴원 수속을 밟는다.
직원이 동행하면 진료 후 일 처리하는 데 등본이며 사본에다 증명서까지
바리바리 챙겨 가도 까다로운 게 이만저만이 아닌데
아버지는 그런 것 필요 없이 금방이다.
“다행히 은이 괜찮다고 합니다. 아침에 교수님 뵙고 검사 결과 다 들었습니다.
3월에 결과 들으러 올 필요 없이 반년마다 엑스레이로 몸 상태 확인만 하면 된다고 하네요.
8월로 예약 잡았습니다.”
아버지가 진료 예약증을 넘겨준다.
호흡 검사를 담당했던 재활의학과 호흡기 센터 곽소영 교수 앞으로 다음 예약이 잡혀 있다.
은이가 먼저 차에 타고, 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분주하게 이너와 휠체어, 챙겨 온 짐을 싣는다.
여유 있게 인사하면 좋을 텐데 워낙 사람 많고 복잡한 대학병원이라 아쉬운 인사마저 서두른다.
아버지가 은이에게 인사할 때, 일부러 한 발자국 떨어졌다.
아버지가 은이 가까이 얼굴을 대고 무어라 인사한다.
돌아서는 아버지와 인사하고 차에 오른다.
아버지 눈시울이 붉어진 것 같다.
점심쯤 되어 아버지가 보낸 메시지를 읽는다.
‘감사합니다. 은이가 기특하게도 스스로 조금이나마 버티도록 움직이며 폐 기능을 컨트롤한답니다.
잘 보살펴 주시는 것도 큰 몫을 한 겁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만 먹는 건 스스로 하기 힘든 부분이라 조금씩 천천히 다 삼킨 후에 자주 먹으면 괜찮다고 합니다.
먼 길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5인 집합 금지 풀리면 거창에서 원장님과 저녁 같이 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정 선생님. 선생님을 만나고 월평에서 생활했던 게 큰 복입니다,
은이한테는. 먼 길 조심히 가십시오.’
아버지에게 답장한다.
감사한 마음 그대로 전한다.
‘네, 아버님. 은이 보느라 밤새 편히 쉬지도 못 하셨을 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부모님이 동행해 주셔서 은이가 검사받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는데,
결과가 좋으니 한결 더 편안합니다.
부모님께서도 같은 마음이실 거라 생각합니다. 정말 다행이고 감사합니다.
알려 주신 내용은 공유해서 잘 살피겠습니다.
은이 거창 잘 도착했습니다. 보건소에서 코로나 신속 항원 검사하고 들어가는 길입니다.
들어가면 짐 정리하고 은이 편하게 쉬도록 자리 살피겠습니다.
아버님도 조심히 들어가시고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저녁은 은이도 아버지도 직원도 한시름 놓고 푹 쉬겠다.
2021년 2월 23일 화요일, 정진호
기특하다, 은이. 스스로 움직이고 컨트롤한다니 은이가 대견하고, 기특하네요. ‘천천히 조금씩 식사하게 돕고, 왼쪽으로 씹을 수 있게 도우면’ 은이 식사가 한결 수월하고 은이와 돕는 사람에게 유익하겠습니다. 박현진
아버지의 문자를 읽는데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글 읽는 내내 눈물이 맺히네요. 하은이가 스스로 호흡하고 폐 기능을 컨트롤한다니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기특합니다. 아버지께서 하은이를 차에 태우고 인사하며 어떤 마음이었을까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아버지께서 은이 곁에서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상황과 마음들, 오롯이 아버지의 것이었을 겁니다. 최희정
기특하게도 스스로 호흡하니 감사합니다. 먹는 것은 유의해서 도와요. 아버지께서 1박 2일 함께한 덕분에 은이가 힘을 낸 것 같습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하은이가 날마다 키가 자라고 지혜가 자라며, 아들과 동생, 손자와 조카, 학생, 친구, 이웃으로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기 기도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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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박 2일동안 은이 아버지도, 정진호 선생님도 고생 많았어요. 결과가 좋으니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이런 기억들이 은이에게, 은이 아버지에게 좋게 남을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