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온갖 우울들이 버겁다.
이 알 수 없는 누적된 우울의 감정들로 인해 온 몸이 아프고 힘들고 괴롭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이 좋은날 모든 행복들을 뒤로한채 혼자서 덜덜 떨고 있다.
정말 버겁다. 더 이상 우울을 감당하면서 살아가는게 너무 버겁다.
그렇지만 어떤 방법을 속시원히 찾아낸 것도 아니어서 더욱 버겁고 더욱 힘들다.
모두가 날 싫어하는 것만 같고, 갑자기 출장 다녀오더니 나를 피하는 그 어린 친구도 버겁고, 나한테 왜 그러는건지 힘들고, 버겁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움이라든지 피함이라든지..
진짜 나에겐 너무나도 힘든 것들이다.
모두에게 그럴런지.
그렇겠지.
근데 이 좁고 좁은 회사에서 왜 그렇게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내가 너무 신경을 쓰는 걸까.
그들이 너무 신경을 쓰는 걸까.
..
계속 꿈을 꾼다.
크게 할 말도 없고, 난 꾸준히 더 살아내고 싶긴 하지만 이런 절망적인 기분과 상황들은 어쩌면 날 위험에 빠뜨릴지도 모르겠다.
꿈 기록하려고 켰다.
나에 대해서 할 말이 없을 땐 꿈을 보면 대신 말해주니까..
16일 토요일.
어떤 상점가? 무튼 북적대는 곳을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상담을 받으러 가는 길이었다. 가는 길에 새로 VR 가상현실? 체험 영화관 같은 것이 생겨있어서 호기심에 이끌려 한번 둘러봤다. 거기에 남동생이 있었다. 동생은 한 번 체험 해 본 모양이었다. 동생이 나를 보고 누나도 한번 해볼래? 하면서 추천했는데 난 신기하긴 했지만 그래도 상담 약속이 있어서 거절하고 가던길을 갔다. 북적대는 상점가의 언덕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 상담소가 위치한 곳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은 여기저기 많았고, 북적댔다. 상담소는 건물이 바뀌어서, 선생님이 있는 방을 찾아야 했다. 그냥 평범한 문으로 된 방들이 있고, 약간 창문처럼 쪽문으로 된 방들이 있었다. 나와 약속을 한 선생님의 방은 쪽문처럼 된 방으로, 문이 사람 하나가 들어가기에 너무나도 비좁았다. 문을 젖히자 이불 속에서 누워있던 부스스한 선생님이 보이긴 했는데, 난 좀처럼 들어가기가 힘들었다. 문이 너무 비좁았다. 선생님은 왜 못 들어오고 그러고 있냐고 했지만, 솔직히 문이 너무 비좁았다....꾸역꾸역 해서 겨우 방에 들어갔다. 꽤 커다란 티비가 틀어져 있었고, 가정집의 원룸같았다. 선생님은 요와 이불을 깔고 누워서 티비를 보고 계셨던 모양이다. 금방 자다 일어났거나 자리에 오래 누워있던 것처럼 어깨까지 오는 곱슬머리는 부스스했다. 그 상태로 나도 이불 속에 들어와 누워 같이 티비를 보자고 했다. 그렇게 둘이서 상담이 아니라 티비를 보고 있었다.
17일 일요일.
잠깐 회사를 떠나 있다가 다시 복귀했는데, 사람 인원수가 많이 늘어있었다. 좀 늦게 도착해서 대표님이 엄청 혼낼줄알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됐어됐어, 천천히 해 라며 대표님은 다른 몇 명의 사원들과 함께 일 보러 나갔다.
방은 얼음으로 되어 있었다. 바닥이 꽝꽝 언 얼음이었는데, 꽤 두꺼운 얼음 밑에는 차가운 물이 있다는 걸 알았다. 불안했던 나는 이거 얼음인데 깨지거나 하진 않을까요 하고 물었는데, 얼음이 워낙 두꺼워서 그럴 리 없다고 나를 남자직원 하나가 안심시켰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 디테일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떤 남자아이 모양 로봇이 나를 레이저 총으로 자꾸 따끔따끔하게 쏴댔다. 조준 방향이 나로 되어 있어서 난 그 쪽에 있던 여자인 친구에게 저 로봇좀 방향좀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한 남자 사원이 바닥을 갈라 물 속에 묻혀있던 누군가의 시신을 건져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뭔가를 폭발?시켜서 두꺼운 얼음들을 갈랐다. 우린 둥둥 떠 있었다. 그러자 저 깊은 곳에서 죽어 묻어져있던 어린 소녀의 시체가 얼음에 갇혀진 채 수면쪽으로 드러났다. 두꺼운 얼음 바닥 밑으로 떠오른 거긴 하지만, 분명 정말로 어린 소녀의 시체가 있었다.
...
사실 일요일에 꾼 꿈은 이것저것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는데, 저게 가장 기억에 남아서 기록해둔다. 용산역에 얇은 가죽 느낌의 트렌치 코트를 입고 역 안으로 들어가는 경사로를 또각또각 걸어 어떤 남자와 함께 기차를 탔는데, 난 내가 내려야 하는 곳에서 내렸고 그 남자는 그 기차를 타고 더 갔다. 이런 장면도 있었는데 어디서 연결된 것이고 어디서 저 앞의 꿈과 연결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어서 그냥...가장 기억에 남던 얼음방에 대해서만 적는다.
...
또다시 울적하다.
계속 졸리기만 하고..
그 기분에 휩쓸리기 싫어서 발버둥도 치는데 선생님은 내가 기분이 아직 좋을때가 아니라고 하는 것 같아서 이 기분에 푹 빠져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스스로 다운시키려고 하는 것도 있다.
요즘엔 선생님도,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도 다 나를 짜증나게 생각하고 싫어하는 것 같다.
불편해하고, 저거 못됐다고 진짜 별로라고 생각하는것 같다.
근데 내가 좀 못됐다. 내가 계산적인게 있다. 나 별로다.
그래서 나도 부정을 못하겠다.
나도 그렇게 느끼는데 너희라고 오죽하겠니.
근데 슬프긴 하다 그런 생각이. 슬프지도 않으면 나는 내가 아닌거겠지..ㅎㅎ
스스로가 불편하고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일말의 슬픔조차 없으면 그건 뭐, 내가 없는거겠지ㅎㅎ
또래 친구들이 누리는 사람들과의 만남, 취미, 소통, 장난, 재미있는 것들, 행복한 것들..다 나는 가질 수 없는 것들 같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들이 부럽고, 슬프다.
인생을 지금까지 살면서 내 존재가 이 세상에 받아들여진다고 느낀적이 별로 없다.
겉으로 보면 난 원하는걸 다 하면서, 다 이루면서 살았는데 정작 스스로는 그런 것들에 대해 별로 감흥이든 성취감이든 그런게 없다.
그러면 뭐하나...그냥 하나의 이벤트성일 뿐, 내가 이 세상에서 사랑받고 존재할만 하다고 생각된 적이 없는걸..
나의 작은 존재는,
이 세상에 검증받은 적이 없다.
나는 내가 특정한 어떤 모습일때만 받아들여진 느낌이다.
그리고 솔직한 나의 모습은 늘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그 모습 또한 나의 일부분이겠지만 그건 그냥..대외적인 것일 뿐, 지금같은 그냥 편한 나 솔직한 나의 모습은..초라하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만 같아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기분이 좋아도 안 되고, 업되어도 안되고, 우울하면 죽을것 같고, 그냥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 같다.
상담 선생님은 뭘 원하는걸까.
나는 뭘 원하는걸까.
더 이상 좋은 직업도, 삐까뻔쩍한 커리어도, 다 필요 없다.
마음이 지옥인데 좋은 직업이든 커리어든 뭐가 소용인가.
이 세상에서 소외되어있는데 뭐가 소용이란 말이냐고...
그리고 이미 그렇게나 멋있어 동경해 마지 않았던 쿨한 '전문직' 여성이 되는 건 이미 망했다.
할 수 없는 일이다.
서른 다섯에 이 직종 저 직종 전전해왔는데 무슨 전문직 여성이야..
그리고 내가 뭐 그럴 능력이나 되나? 깜냥이나 되나..
이미 늦었고, 뭘 해도 안된다.
그냥 살 곳 유지하고 밥 굶지 않게만 해줄 돈 벌게 해다오. 늙어서는..잘 모르겠다. 갈 곳 없으면 아마도 죽어야겠지,,ㅎㅎ
이렇게 쓰면서도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게 너무 아프다.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말이다. ㅎㅎㅎ
괜히 너무 막막하니까 유투브로 타로점 봐주는 것만 찾게 되고,,그리고 대부분의 타로점에서는 좋은 말을 해주니까..
그걸로 마취약처럼 위안삼고.
아무리 점괘에서 잘 나왔다고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으면 다 부질 없는 것을.ㅎㅎ
나에게도 봄이 올거냐고..?
글쎄다. 쉽진 않아보인다..ㅎㅎ
봄이고 뭐고 요즘엔 사람 만나는것조차 힘든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