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개가 짙게 끼인 주말 아침입니다.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코앞이라 아무래도 작년 반성부터 해야 할 때는 맞습니다.
설을 쇠고 나서 문협집행부가 회장단이취임식을 연다고 해서 뒷말이 무성한가 봅니다.
저도 이 자리를 빌려 지적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습니다.
회원들 간에 카톡을 주고받는 까닭은 긴급한 정보교환이 목표이고
상호소통하고 협력하기 위함입니다만
거기를 개인적 주장이나 의견을 펼치는 곳으로 여기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도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있네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분들도, 그런 말을 많이 합니다.
‘올 한 해 많이 도와주시고...이 자리를 빌어 시청자/청취자님께 감사하고...’
아마, 새해 행사장에서도, 그런 말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는 틀린 말이라는 점을 짚습니다.
최근에 맞춤법이 바뀐 게 18년 전인 1988년입니다.
그전에는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라는 말이 맞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빌다’에
1. 남의 물건을 도로 주기로 하고 가져다가 쓰다.
2. 남의 도움을 보수 없이 그냥 힘입다.
라는 뜻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빌리다’는,
‘도로 찾아오기로 하고 남에게 물건을 얼마 동안 내어 주다’로
‘빌다’와 ‘빌리다’를 갈랐습니다.
그러나 1988년 맞춤법을 바꾸면서,
일상에서 잘 가르지 않고 가르기도 힘든 이 두 낱말을 ‘빌리다’로 통일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빌다’에는,
1. 바라는 바를 이루게 하여 달라고 신이나 사람, 사물 따위에 간청하다.
2. 잘못을 용서하여 달라고 호소하다
3.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다.
는 뜻밖에 없습니다.
물건이나 생각을 주고받는다는 뜻은 없습니다.
또, 어디에도 ‘이 자리를 빌어 OOO에게 감사하고..’에 쓸 수 있는 게 없습니다.
‘빌리다’는
1. 남의 물건이나 돈 따위를 나중에 도로 돌려주거나 대가를 갚기로 하고 얼마 동안 쓰다.
2. 남의 도움을 받거나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믿고 기대다.
3. 일정한 형식이나 이론, 또는 남의 말이나 글 따위를 취하여 따르다.
는 뜻이 있습니다.
여기서 3에 나온 뜻을 따르는 보기를 보면,
성인의 말씀을 빌려 설교하다/그는 수필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기의 속 이야기를 풀어 갔다./
신문에서는 이 사건을 고위 관리들의 말을 빌려 보도했다./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부의 말을 빌리면 토종 어종은 거의 씨가 말랐다고 한다./강쇠의 표현을 빌리자면 씨가 안 먹는 말이라는 것이다
처럼 쓸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좀 길었는데요.
정리하면, 인사말을 할 때나 카톡에 댓글을 달면서 흔히 말하는
‘이 자리를 빌어...’는 틀리고, ‘이 자리를 빌려...’가 맞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이 자리를 "빌려" 날마다 우리말 배울 수 있도록 올려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내려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