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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카페 게시글
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소금쟁이의 시 모음
동산 추천 0 조회 97 13.09.10 08:43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소금쟁이 / 김영래

 

 

저놈은 완전 방수된 몸을 가졌다.
코를 틀어막고 물 먹이는 세상에서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수면 위를 산책한다.
떠다니는 가벼움을 위해 먹고
싸는 일을 포기한 신선 같다.
유연한 몸짓, 빙원을 활강하듯 유창한 행보,
보라, 유쾌한 정신의 물구슬 유희!
잡식으로 뒤뚱거리며 마음 물밑이 두려운 우리에겐
신약(新約)의 기적 같은 현신.
저놈의 아랫배 아래서 사타구니 밑에서
가려운 파문이 이는 물은 감히 그를 물들일수도,
수생(水生)으로 전환시킬 수도 없다.
정말이지 저놈들은 물들이지 않는 소금이다.
 

 

 

 

*********************************************  


이 세상을 살아가는 신약이란 무엇인가,

소금쟁이가 물위에 사뿐사뿐 걸을 수 있는 것은

물의 표면보다 더 넓은 마음을 지녔기 때문에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삶은 기적과도 같은 일을

가슴에 꿈으로 놓고 살아가게 한다.

정말 이 세상 물위에 사뿐사뿐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두려움을 벗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에게도 그 두려움을 버리는 일이 일생의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그 두려움을 벗어 버리는 일이

삶의 종착점인지도 모른다.

부와 명예도 두려움을 벗는 일에 도움이 안된다.

진실하게 사는 일만이 두려움을 벗는 일이다.

소금쟁이가 물 위를 두려움 없이 걷는 것처럼,

김영래 시인은 소금쟁이를 통해 그 가볍고 날쌘

몸의 유영을 배우고 있는 듯 하다   

 

 

 

 

 

 

 

소금쟁이 / 송재학

 

 

지금 물 위에 떠있는 게 아니라 물의 살점을 움켜쥐었다

수면 아래 물의 정강이뼈까지 만졌다 저수지와

드잡이질 채비를 했다 저가 가볍기에 더 가벼운 게

무언지 궁금했던 게다



 

 

 

 

  소금쟁이, 날아오르다 / 최정희

 

 

  그녀가 오늘 한쪽 유방을 들어냈어 무거워진 한쪽이 사면처럼 기울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어 기울기를 가진다는 건 양팔저울 한쪽에

슬픔을 더하거나 덜어내는 것 

 

  가끔 또는 자주 비가 내렸어 그녀의 눈 속에 살고 있는 소금쟁이는

언제나 눈물의 표면을 단단히 움켜쥐었어 그렁그렁한 표면장력,

그 힘으로 소금쟁이는 침몰하지도 날아오르지도 못했어

 

  오늘 그녀는 기울기를 가졌어 x축과 y축 사이 그리고 삶과 죽음 사이

걸음을 걸을 때마다 가슴에서 눈물이 호수처럼 출렁였어 그녀는 비로소

너무 오래 울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어 남은 한쪽의 젖꼭지가 짓무를

때까지 오늘 울기로 했어

 

  소금쟁이가 떠났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 

 

 

 

 

  

  ********************************************************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훈풍같은 시로 따뜻한 위로가 되길”

 

  불혹을 꿈꾸었다.

  그때쯤이면 세상 그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마흔. 바람은 내 안에서 일었고, 그 어느 때보다 나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2월의 끝자락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보았다.

  겨울의 햇살과는 다른, 맑고 따뜻함이 아련하게 묻어나던 햇살을.
  나는 그 햇살 속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서점으로 가

  시집 한 권을 샀다. 그것이 내 시의 출발이었다.

  흔들린다는 건 내가 살아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나는 흔들리며 바람의 족적을 기록하고 싶다. 

  미풍, 혹은 훈풍의 바람 같은 시를 쓰고 싶다.

  내 시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경상일보에 감사드립니다.

  남편과 아들 지산, 딸 지인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심사평]생애의 비의가 배어있는 사랑스러운 작품

 

  최종까지 남은 네 분의 작품은 그야말로 난형난제, 막상막하였다.

  그만큼 응모작의 수준이 기성의 수준을 뺨칠 만큼 높았다.

  깊은 생각 없이 그냥 유행의 물살을 타고 있거나 또 현란하게 변해가는

  시대의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고 고색창연한 시의 습관에 무심코

  젖어있지는 않은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당선작으로 뽑힌 〈소금쟁이, 날아오르다〉는 아주 세밀하게 직조된

  ‘작품’이다. 도드라지거나 으스대지 않으면서 나직한 어조로 세계와

  통화하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인상적이다. 참신한 시적 상상력으로

  형상화한 시 속의 ‘그녀’는 지금 이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우리의 영혼 속에는 표면장력을 잡아주는 소금쟁이 한 마리가 늘 있는

  법이다. 곰곰 읽어볼수록 우리들 생애의 비의가 함초롬히 배어있는

  사랑스러운 작품이다.

 

   - 심사위원 오탁번 

 

 

 

 

 

 

소금쟁이 / 신현정

 

 

수련 핀 연못가에 고요히 앉아본다  

난 처음에 검불이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줄 알았다 

소금쟁이들이다 

소금쟁이들이 이따금 물방울 듣는 파문 위를  

긴 다리로 왔다갔다 하면서 

파문을 놀고 있다 

그걸 보자니 

아 다리 한 쪽 빠지지 않고 살아온 내 지난(至難)한 삶이  

감사하기만 했다

 

  

 

 

 

 

 

소금쟁이의 연애 / 손택수

 

 

바람 한 점 없는데 못물 위에 파문이 번지는 건
소금쟁이 때문이다 소금쟁이의 순전한 연애 때문이다
가만 보면 암컷인지 수컷인지 바람기 농한 소금쟁이 한 마리가
멀찌감치 떨어진 짝에게 무슨 신호를 보낸다
제 미미한 몸을 상하 좌우로 흔들어 고요한 수면을 깨우더니
보일 듯 말 듯 한 파문이 스르르 번져가서
좀체로 곁을 두려 하지 않는 짝의 발바닥을 간지른다
간지름을 참지 못하고 푸르르 떠는 건너편의 소금쟁이
가장 미세한 떨림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예민하게 가늘어진 다리, 파문에 감전된
다리의 떨림도 답신처럼 넌지시, 보기에 따라서는 수줍게
잔잔한 물결을 이루며 연못을 건너간다

 

소금쟁이 한 쌍의 은근한 수작 때문에
잠시도 잠들지 못하고 술렁이는 연못.

  

 

 

 

  

 

 

소금쟁이 검객들의 이야기 / 박정대 

 

 

나 언제 까치발로 그립게 서본 적 있던가
쑥뜸 뜨는 시간을 지나 안 아픈 풍경 쪽으로
나 언제 열망처럼 한번이라도 날아오른 적 있던가
늦은 밤, 라면과 담배를 사 들고 들어와
고성산성처럼 높은 방의 창문을 열면
책상머리에 앉아 있어도 사행하는 푸른 추억
동강이 훤하게 다 보인다
열린 창문의 격변 그 너머로
소사 마을의 장광이 보이고
가수리 은은한 물결 속 어름치들의 노래
눈감아도 다 들린다, 그러나 지금은 낯선 서울
천둥 번개와 함께 비 내리는 나, 쓸쓸함이
때로는 외로운 한 마리 식물처럼 자라나
아무도 없는 지상의 황폐한 꿈을 가득 채울 때
사랑은 꿈으로도 멀리 갈 수 없는 못난 헛기침,
새벽이 오며 내가 키우는 나는 창가에서 잠들고
내가 키울 수 없는 난의 향기는
허공에서 잠들겠지만
난, 쉽게 잠들지 못하리 밤새
아무르, 아무르, 아무리 울어도
비오리, 고향에 갈 수 없으리
모든 게 물에 잠겨, 촌놈들
난초를 칼처럼 뽑아들고
물위를 뛰어다니리
꿈속에서,
바보처럼 제 기침 소리나 베며
소금쟁이 검객이나 되리

 

 

 

 

 

 

 

소금쟁이 / 구광렬 

 

 

그를 만나기 전엔

그가 쟁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다

막연히 유전해오는 소금 부스러기를 이용해

마냥 물 위를 걷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피부보다 얇은 수면은 거울보다 단단했다

피보다 묽은 물의 단결력을 보여주려는 듯

밑을 받치고 있는 힘은 쉬 보이지 않는 법이라고

아편주사 바늘 같은 다리로 라스베이거스 마술사처럼

연신 수면을 찌르고 있었다

시퍼런 작두도 견뎌낼 것 같던 부드러운 물의 분자들,

소금기도 없는 그를 소금쟁이로 만들어버린 그 단단함으로

논두렁에서 깨금발로 검정 고무신 한 짝을 찾아 헤매던

내 물러빠진 두 다리를 사정없이 후려치었다

 

  

 

 

 

 

 

소금쟁이뿐! / 이은봉 

 

 

  물빛 너무도 푸르른 호수 위, 사뿐히 내달릴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의 영혼을 배운, 오직 소금쟁이뿐!

 

  긴 다리 휘청대며
  아스팔트 위 걷고 있는 사람아

 

  바람처럼 안개처럼 호수 위 내달리고 있는, 예수님의
저 귀여운 제자 앞에서, 너는 무엇으로 사람이겠느냐

 

  버들잎 살랑대며 노래하는 호수 위
  소금쟁이처럼 가볍게 내달리고 싶은 사람아

 

  무엇으로 너는 소금쟁이겠느냐 아아야, 사람아 도대체
어디까지 가야 그만 사람이겠느냐.

 

 

 

 

  

 

 

소금쟁이 아저씨 / 김내식

 

 

가볍다
뜬다
그 물에 살아가도 젖지 않는다
한 낱 소금쟁이보다 못한
나의 인생
쓸모 없는 지식과 욕심으로
자꾸만 가라 앉는다
초월의 긴 다리로 이승을 건너가는
소금쟁이를 바라본다
무안하다
구름 한 번 바라본다
허허 웃는다

 

 

 

 

 

 

 

거품座의 별에서 / 최승호

 

 

변기의 소용돌이 뒤에
마지막 물 빠지는 소리는
왜 이리 크윽크윽
죽음의 트림 소리로 들리는지

한 세대가 변기의 물처럼 오고
거품에 휩쓸려 구멍으로 빠져나가도
닳지 않는 변기처럼
그대로 남아 있는 늙은 대지

그토록 많은 인간들을 씹어 먹고
기념할 만한 웅장한 뼈 하나
밤하늘에 휘황하게 걸어놓지 않은
허공

허공은 나를 거들떠보지 않는 광막함이다
변기의 우주관이 내 머리 속에
세워졌다 무너지고
거품좌의 별들이 생멸생멸하며
어디론가 흘러가는 이 밤

어느 거품좌의 외딴 별에
포말문자(泡沫文字)로 물 위에 동시 쓰는 할아버지가 있어
거품 물고늘어지는 나 굽어보며
소금쟁이의 고뇌라 웃으실지 

 


 - 최승호 시집  < 세속도시의 즐거움 >

 

 

 

 

 

 

 

눈부신 생도 있다 / 박기동

 

 

물에서
미끄러지듯 노닐듯
톡톡 튀어 다니기도 하지만
가만 서서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무얼 먹고 무얼 입는지 도무지...
가볍게 소금쟁이처럼 산다는 건
아무나 따라하는 게 아니다

 

 

  

 

 

 

 

소금쟁이 / 홍해리



북한산 골짜기
산을 씻고 내려온 맑은 물
잠시,
머물며 가는 물마당
소금쟁이 한 마리
물 위를 젖다
뛰어다니다,
물속에 잠긴 산 그림자
껴안고 있는 긴 다리
진경산수
한 폭,

적멸의 여백.

 

 

 

 

 

 

   오월 / 송찬호

 

 

   냇물에 떠내려오는 저 난분분 꽃잎들

   술 자욱 얼룩진 너럭바위들

   사슴들은 놀다 벌써 돌아들 갔다

   그들이 버리고 간 관(冠)을 쓰고 논들

   이제 무슨 흥이 있을까 춘절(春節)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염소와 물푸레나무와의 질긴 연애도 끝났다

   염소는 고삐로 수없이 물푸레나무를 친친 감았고

뿔은 또 그걸 들이 받았다

   지친 물푸레나무는 물푸레나무 숲으로 돌아가고

   염소는 고삐를 끊은 채 집을 찾아 돌아왔다

 

   그러나 그딴 실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돗자리 말아 등에 지고 강아지풀 꼬릴 잡고

   더듬더듬 들길을 따라오는 저 맹인 악사를 보아라

   저 맹목의 초록이 더욱 짙어지기 전에,

 

   지금은 청보리 한 톨에 햇볕과 바람의 말씀을 더

새겨넣어야 할 때

   둠벙은 수위를 높여 소금쟁이 학교를 열어야 할 때

   살찐 붕어들이 버드나무 가랑이 사이 수초를 들락

날락해야 할 때!

 

 

 

 

 

 

 

늪 / 김춘수

 

 

늪을 지키고 섰는
저 수양버들에는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소금쟁이 같은 것, 물장군 같은 것,
거머리 같은 것,
개밥 순채 물달개비 같은 것에도
저마다 하나씩
슬픈 이야기가 있다.

 

산도 운다는
푸른 달밤이면
나는
그들의 슬픈 혼령을 본다.

 

갈대가 가늘게 몸을 흔들고
온 늪이 소리 없이 흐느끼는 것을
나는 본다.

 

 

 

 

 

*************************************************** 

 

 Y 에게 

 

가끔은 마음둘 곳 없어 되지않은 글을 쓰기도 하고...섬처럼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가고, 뭐 그런 날입니다.
통렬한 시를 쓸 수 없으니 그런 시가 있는가 기웃거리기도
하고요.

통렬한 시, 그건 우리가 꿈꾸는 불꽃같은 삶입니다.
오늘 김영래 시인의 '소금쟁이' 시를 보았습니다. 그 시인은

소금쟁이를 떠다니는 가벼움을 위하여 모든 것을 포기한

신선같다했습니다.

 

저녁에 화기애애한 가운데, 애들 앞에서 '요 모양, 요 꼴'이라는

말이 아내의 입에서 불쑥 나왔습니다. 물론 나는 그 말을 아내가

수없이 속으로 뇌었을 것을 압니다.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것은 비록 이번이 처음이지만, 나를 만나서 자기가

요 모양이라는 말에 나는 속으로 반론을 하였습니다만,

상냥했던 아내와의 첫 만남잊지않고 사는 나는 그저

아내에게 주머니 속같이 편한 사람이 되고 싶을 뿐 입니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실수가 아름다운, 실수인정하는

그 사람은 더 아름다운 아주 인간적인, 어디 비집고 끼어들

있는 세상을 그립니다.

 

잊혀질만 하면 메일이라도 날릴 수 있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다

김 시인의 '소금쟁이' 함께 보냅니다

 

(2007)

 

/ 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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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3.09.13 16:41

    첫댓글 소금쟁이의 사는 법...
    시에서, 자연에서 한 수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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