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별, 그리고 죽음
김종숙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몇 번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에도 종류가 있다.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 피붙이 간의 끈끈한 사랑, 사랑을
여러 번 하면 그 만큼 이별도 많이 할 것이다. 그리고 사랑 중에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사랑은 없을 것이다. 비록 그 사랑이 필요에 의한 사랑이든 감정에 의한 사랑이든 해서
인간은 사랑을 먹고사는 동물이라는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만큼 사랑은 우리 인간사
의 활력이고 미래일 것이다.
남녀간의 사랑엔 유효기간이 있는 것 같다. 사랑은 영원히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랑이 지나면 또 다른 사랑을 찾고 다시 사랑을 한다. 사랑해서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
도 결국엔 다시 사랑을 하고, 사랑 때문에 생긴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니 참으로 아이러
니한 일이다.
여기서 사랑 타령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사람의 죽음 소식을 듣고 인간의 사랑이 우
리를 희망을 않고, 살게 할 수도 있고 좌절의 무게에 짓눌려 죽게 할 수도 있음을 생각한
것이다.
한 남자가 있었다. 후리후리 하고 큰 키에 잘생긴 외모, 정직한 성품을 지닌 아주 괜
찮은 남자였다. 그는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하게 되어 결혼을 했다. 그들은 결혼 서약
을 읽어주는 주례사와 하객들 앞에서 평생 둘만을 사랑하고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변
치 않기로 맹세를 했다. 꿈같이 달콤하고 감미로운 신혼 생활을 지내고 남자의 정성이
갸륵하여 삼신께서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게 하시어 자기 상가에서 슈퍼마켓을 하며
성실하게 일하고 알콩달콩 미래를 설계했다.
몇 년 후 삼신께서 아내를 닮은 예쁜 공주를 주시어 그 남자는 아내와 아이들을 사랑
하며 근면 성실하게 살았다. 헌데 어느 날 그들에게 불행이 찾아왔다. 그렇게 사랑하고-
믿었던 아내에게 다른 남자가 생겨 남자에게 빠진 아내는 아이들과 남편을 버리고 집을
나갔다. 그 남자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열심히 일하며 아이들과 살았다.
결혼을 해서 살다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정신적인 사랑을 넘어 육체적 사랑을
하면 그것은 죄일까! 어찌 되었든 결혼 서약을 어긴 것은 사실이고 남편에게 배신감을
안겨주고 마음의 고통과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다. 그 남자는 어린 남매를 키우며 새벽
시장을 보고 장사를 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어머니도 일찍 돌아가시고 아이들을 맡
아 돌볼 사람도 없어 살기가 많이 힘들다. 고민 끝에 아이들 엄마를 찾아가 아이들을 키
워 달라며 양육비 교육비 모두 내가 책임지겠다며 사정을 했지만 아내는 새로운 사랑을
지키기 위해 싸늘하게 거절을 했다. 허탈감에 지쳐버린 남자는 누적된 피로 때문에 졸
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당해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왼손이 돌아가는 장애를 입었다.
남자는 상점을 다른 사람에게 임대를 주고 여동생이 살고 있는 청주로 이사를 했다.
그렇게 힘든 삶 속에 세월이 흘러 아이들은 성장을 하고 남자는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
었다. 그렇게 뜨겁지도 열렬하지도 않았지만 서로를 아끼며 챙겨주고 아이들과 같이 식
사도 하며 그렇게 몇 년을 사귀며 미래를 약속했다. 나는 저들에게 축의금을 얼마를 낼
까 생각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애들이 좀더 성장하면 결혼을 할 줄 알았는데 5년의 열
애를 접고 여자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쓸쓸한 이별 후 남자에게도 사랑이 찾아와
이번엔 길게 끌지 않고 얼마 후 결혼식을 올리고 그동안 그렇게 원했던 따뜻한 보금자리
에서 아내가 차려주는 맛있고 따끈한 음식을 먹으며 행복하게 살다가 51세의 나이로 죽
음을 맞았다. 그는 열심히 일을 하다 작업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는데 일의 특성상 몸이
아주 처참하게 상해서 죽었다고 했다. 면장갑이 레미콘에 말려 몸이 모두 빨려들어 갔
다니…….
어려움 속에서 찾아온 사랑 속에서 그 남자는 7개월을 살고 영원히 갔다. 새로이 시작
한 7개월의 삶이 달콤하고 행복 했다면 혼자 가는 저 보이지 않는 그곳이 덜 외롭고 쓸
쓸했을 것 같다. 여자가 목이 메어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나도 순간 목이 메이고 통증이
일어 자꾸만 침을 삼키며 불쌍해서 어떡하지 안됐다만 연신 뇌까리며 얘기를 들었다.
그 남자의 삶은 험난했다. 사랑해서 큰 상처를 받은 것도 모자라 뒤이어 당한 불행한
사고로 생긴 육체적 장애 그리고 또 찾아온 아슬아슬 한사랑 그리고 이별 다시 찾아
온 안전한 사랑 일곱달 후의 죽음! 나는 지금도 목이 메인다.
친구의 남자라 인사하고 몇 번 같이 식사한 것뿐이지만 그 사람의 인생행로가 왜 그리
험난했을까! 50년을 사는 동안 20대 후반에 결혼 했으니 20여년의 삶이 그 사람을 많이
아프고 지치게 한 것 같다. 만약 첫사랑 아내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 남자
의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사랑 때문에 피토하는 상처를 받고 인생이 바뀐 그 남자
는 다시 사랑하고 또 다른 사랑을 하고 그렇게 죽었다.
사랑에게 유죄를 주고 수갑도 채우고 형을 살려야 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 인간은
결코 사랑을 가둘 수도 멈출 수도 없다. 사랑 없는 삶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보다 더 메
마르고 황폐하고 해서 모두 죽어버릴 테니까.
우리는 계속 사랑을 할 것이다. 비록 그 사랑이 많이 힘들고 아프더라도 생을 마감하
는 순간까지 그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할 것이다.
사랑은 영원히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랑이 지나면 또 다
른 사랑을 찾고 다시 사랑을 한다. 사랑해서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도 결국엔 다시 사랑을 하고 사랑 때문에 생긴 상처를 사랑
으로 치유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2004. 19집
첫댓글 사랑은 영원히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한 사랑이 지나면 또 다
른 사랑을 찾고 다시 사랑을 한다. 사랑해서 상처를 많이 받은
사람도 결국엔 다시 사랑을 하고 사랑 때문에 생긴 상처를 사랑으로 치유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