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는 늘 물주고 귀하게 여기는 세 화분이 있습니다.
남혁이(큰아들) 이름붙인 분재,지원이(작은딸) 이름붙인 선인장, 안양교도소의 형제와
서신교환하는 형제를 생각하며 그들의 이름붙인 꽃화분입니다.
첫 번째 화분은 남혁이 이름붙인 분재로 인삼벤자민입니다.
막내여동생네 결혼기념으로 들어온 분재인데 이사하는 과정에서 우리 집에 오게 되어
완전지하실에서 햇빛이 없이 살다가,누우면 밖의 은행나무와 하늘이 보이는 반지하,
은행나무와 하늘을 마음껏 볼 수 있는 1층 현재 집으로 이사오기까지 우리와 삶을
같이 했습니다.
햇빛과 바람이 유일하게 들어왔던 창문 앞에 놓았는데 추운 겨울도 견디고
집이 침수되었을 때도 모양 하나 변하지 않고 살아남아서 더욱 귀하며 이 분재를 보면서
삶의 어려운 순간을 참아내고 주님의 은혜로 오늘이 있습니다.
그 이유로 귀하게 여기면 화분을 갈아주고 물도 주고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며
아들이 군대에 가 있는 2년동안 아들보듯이 쓰다듬고 대화를 하며 지냈습니다.
뿌리 줄기가 인삼의 모양을 많이 닮아서 인삼벤자민이라 하는데 극히 강건하고
싹이 잘 돋아나기 때문에 키워가면서 나무의 모양을 잘 꾸며줄 수 있어 분재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먼저 난 잎부터 떨어뜨리고 새로난 잎을 보호하는 자연의 법칙은
이 작은 나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햇빛이 안 드는 실내에서도 적응만 되면 아주 잘 자랍니다.
잎이 떨어져 모양이 흉한 것도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면 성장력이 왕성한 식물이라
새순이 잘나와 모양이 잡힙니다.
두 번째 화분은 지원이 이름 붙인 선인장 화분으로 '꽃기린' 입니다.
누우면 은행나무와 하늘이 보이는 반 지하로 이사오면서 바이올렛화분과
같이 산 것으로 바이올렛 화분은 꽃을 키울줄 몰라 모두 죽이고
꽃기린만 살아 남았습니다. 지하에서 습기를 없애기위해 사 놓았던 많은 숯은
수반(꽃꽃이 하는 화기) 4개에 나누어서 작품(?)을 만들어 하나는 친정에, 하나는
전도사님께, 하나는 구역장의 사무실에, 하나는 우리집에 지금도 있습니다.
지하실에서의 삶을 기억하면서 숯을 볼 때마다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였습니다.
중국에 가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딸을 생각하면서 물을 주고 기도합니다.
대화도 합니다. 보고 싶을 때면 그저 바라봅니다. 지금도 잘 자라고 꽃을 계속
피우고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보다 좋은 환경이 아니어도 주님의 은혜로 잘 자라준
두아이를 생각하며 지금도 늘 감사의 눈물이 흐릅니다.
늘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작은 딸을 보면서 나이보다 의젓하고 속 깊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 쪽이 많이 아파오는 것은 무엇인지....
꽃기린은 봄부터 가을까지 작은 깔대기 모양의 붉은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핍니다.
꽃잎은 없고 포가 변해서 꽃잎처럼 보이고 꽃의 빛깔은 노란색 또는 붉은 색입니다.
환경만 좋으면 4계절 꽃이 피고 집니다. 물을 많이 주게 되면 밑의 잎부터 노랗게
되면서 떨어집니다. 잎이 노랗게 되기 시작하면 물을 당분간 안 주었다가 디시 주면
튼튼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꽃이 많으면 물을 좀 자주 주어도 잎이 노랗게 되지 않습니다.
꽃말은 고난의 깊이를 간직한 꽃기린으로 별명은 예수님꽃(가시면류관과 보혈을 상징)
입니다. 고난의 깊이만큼 절망하지 않으면 삶도 그 만큼 깊어집니다.
마음이 아플 때에는 위로해 주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지 못해 흔들릴 때에는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라고 풋풋한 향기로 저의 삶속에 다가왔습니다.
세 번째 화분은 안양교도소의 형제와 서신교환을 하는 형제를 생각하며 그들의 이름을
붙인 꽃화분으로 '가랑코에' 입니다.
작은 꽃잎이 귀엽고 색도 곱고 흰색, 노란색, 분홍색, 주황색, 빨간색 꽃이 핍니다.
지금 사는 은행 나무와 하늘이 늘 보이는 1층 집에 이사와서 산 화분으로 처음에는 꽃이
너무 예뻐서 샀다가 이내 꽃이지고 잊어먹고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잎이 다시 살아나고...
그래서 가장 햇볕이 잘 드는 안방의 문갑위에 올려 아침마다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을
늘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더니 빠알간 꽃이 처음 사왔을 때보다 더 곱고 예쁘게 피어
있습니다. 2005년 3월 안양교도소 교정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가 용서를 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형제의 첫 편지를 받고나서 몹시 당황해했던 그 때부터 아들과 딸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물을 주며 아침마다 기도하고 인사를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물을
주고 잘 자라라고 기도해 주며 자주 어루만져 주고 기쁜 소식이 있으면 같이 나눕니다.
서신교환을 하면서 형제들마다 각각의 다른 사연들 속에서 우리들 삶에 묻어있는 웃음과
눈물과 희망과 사랑을 발견하게 됩니다. 각기 다른 색깔의 꽃처럼....
꽃이 핀 가랑코에를 구입하고 난 뒤 짧게는 10일 길게는 한달 정도 꽃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난 뒤 꽃이 누렇게 변한 모습에 사람들은 가랑코에에 대해 관심이 사그러집니다.
그 후 죽어버린 가랑코에를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일을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
단지 식물이 일회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이란 다시 피는 이치를 망각한체...일년내내 꽃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식물로 꽃이 진
가랑코에 다시 꽃 피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저 방치해 두고 꽃에 대한 관심을 끊고
꽃이 진 상태로 그냥 놓아두면 그대로 한달정도 방치해 두면 꽃이 진 그곳에서 다시 꽃망울이
올라옵니다. 꽃망울이 다 올라오면 이전에 있었던 지저분한 꽃을 제거해주면 됩니다.
그리고 꽃이 다 진 뒤에는 반듯이 위에서 아래로 물을 주어서 꽃 전체를 깨끗하게 해주면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올 봄에는 새로운 화분을 세 화분 옆에 두고자 합니다. 남편의 이름을 꽃화분을...
이제는 남편이 조금씩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아들도 조금씩 편해하고 저도 조금씩 편해집니다.
세 화분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게 베푸신 인자와 자비하심의 은총을 묵상하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때때로 가슴을 다 비워낸 것처럼 한없이 헛헛하고 참으로
쓸쓸한 일입니다. 사람은 사람의 가슴에다 꽃씨를 심고 사람은 사람에 기대살 수 밖에 없기에
더욱 가엾고 쓸쓸한 일입니다.’ (송해월의 시)
개간되지 않은 야생의 들판에서는 어떤 기름진 알곡도 수확할 수 없습니다.
첫댓글 우리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세개의 화분속에 담겨진 사연이라고 해야하나요..^^*
남편되시는 분의 이름으로 새 화분을 들여 오셔서 잘 키우시길... 식물들도 다 안답니다. 사랑을 주는지 또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지~ 제비꽃님 상큼하고 화사한 봄맞이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