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원이 죄없이 쫓겨나 강가를 거닐며 시를 읊조리고 있었다. 시름 때문에 안색은 초췌했고 몸은 마른 나무처럼 수척했다. 이때 한 어부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대는 초나라 왕가의 대신이 아니오? 어찌하여 이곳까지 오셨소?”
굴원이 대답했다.
“세상이 온통 이욕에 눈이 어두워 흐려 있는데 나 혼자 맑아 있었기에, 뭇 사람 다 취해 있는데 나 혼자 깨어 있었기에 이렇게 쫓겨나게 되었다오.”
어부가 말했다.
“성인이라면 세상 물정에 구애 받지 않고,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 대로 시세에 따라 자유로이 옮아 가야 하나니, 세상 사람 모두가 흐려 있으면 결백이나 지조 따윈 안에 감추고 어째서 그들 따라 함께 출렁이지 못하는가? 뭇 사람 모두가 이욕에 마음이 취해 있거든 안 취해도 취한 척하며 어째서 술지개미 씹고 찌꺼기 술 들이마시지 못하는가? 깊은 생각 높은 지조 내세워 어찌 몸을 이 지경으로 만든단 말인가?”
굴원이 말했다.
“나는 들었소. 새로 머리를 감게 되면 갓 먼지를 털어서 쓰고, 새로 몸을 씻게 되면 옷을 털어서 입는다고. 그런데 어찌 이 깨끗한 몸에다 그 더럽고 욕된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이오?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고기 뱃속에다 장사지낼 망정, 희고 맑은 이내 몸 어찌 세속의 더러운 먼지를 뒤집어 쓸 수 있겠소!”
어부는 빙그레 웃고 뱃전을 두드려 장단 맞춰 노래하며 떠나갔다.
“창랑의 물 맑듯 맑은 세상이라면/ 갓끈 씻고 벼슬하러 나가리./ 창랑의 물 흐리듯 어지러운 세상이라면/ 벼슬길 버리고 세상 물에 발이나 씻으리.”
어부가 떠나간 후, 그들은 두 번 다시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
중국 초나라 애국 시인 굴원(기원 전343?~277?)이 강가에서 어부를 가장한 은사와의 문답 형식으로 쓴 작품 <어부사>이다. 굴원의 충정과 청렴 결백한 성격이 매우 잘 나타난 글로, 이 중의 마지막 구절은 지금까지 올곧은 선비의 정치 참여에 대해 하나의 참고 자료로 사람들에게 회자되어 온 명문장이다. 굴원 자신은 결국 속세와 타협하지 못하고 강 속에 몸을 던졌다고 한다.
굴원의 <어부사>를 읽으니,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저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2백여명의 새로운 선량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많은 선량들 모두가 저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해 주겠다니 참으로 고맙고 반가운 일이기는 하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정녕 무엇보다도 굴원과 같은 순수한 마음부터 가졌으면 한다.
첫댓글 뭔가 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갖는게 중요하군요.
^^ 한번더 읽어봐야 정확하게 습득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