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7~11일) 코스피 지수는 전주보다 0.44% 내린 2591.25로 장을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 외국인이 각각 9409억원, 811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1조1591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는 0.68% 떨어진 912.2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개인이 2436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 외국인은 각각 812억원, 559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번 주(14~18일) 주요 일정으로는 15일 중국 7월 실물지표, 16일에는 미국 7월 소매 판매와 영국 7월 소비자물가 발표가 있다. 17일에는 7월 FOMC 의사록과 미국 7월 산업생산이 예정됐다. 18일에는 미국의 경기동향 조사기업인 콘퍼런스 보드(CB)가 발표하는 7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나온다. 오는 15일은 광복절로 국내 증시가 휴장한다.
미국 금리 동결 불확실성, 중국 부동산 리스크, 미·중 갈등, 국내 수출 부진 등이 겹쳐 국내 증시가 방향성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주간 예상 코스피밴드를 2530~2660포인트로 박스권 흐름을 예상했다. 전반적인 주가 상승보다 종목, 업종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최근 테마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짧고 굵게’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리 변동성 완화, 수출 감소 둔화가 확인되기 전까지 테마주 중심의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중 갈등 심화...국내 반도체 투자심리 위축 가능성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당분간 국제 증시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추가 조처를 할 경우, 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 시각)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양자 컴퓨팅 등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 투자 제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사모펀드, 벤처캐피탈 등의 자금이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이뤄졌다. 앞으로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첨단 기술 분야에 투자하려면 재무부에 관련 내용을 사전에 통보하고 진행해야 한다. 중국의 스타트업 성장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미국이 대중국 투자 제한을 발표하면서 한국도 각종 대중 규제 조치에 동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산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미국이 한국에도 중국 투자 제한 조치를 요구하거나 중국 정부의 추가 보복 조치가 발표된다면, 국내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할 수 있다”며 “하반기 반도체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미·중 간 경쟁 심화에 따라 단기간 반도체 업종이 움직일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외국 투자 유치가 막히면서 당분간 중국 시장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으로의 FDI(외국인 직접투자)는 역대 최저치까지 내려간 상황인데, 이번 행정명령 영향으로 외국에서 투자를 유치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외국 투자 유치가 더욱 냉각될 수 있어 경기에는 부정적 요인이며, 중국 AI 생태계 역시 예상보다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중국 정부, 한국행 단체여행객 허용...중국 소비주 ‘반짝’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3년여 만에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10일 발표하면서 관련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발표 이후 중국 소비 관련 업종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중국 최대 연휴인 국경절 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앞두고, 중국 소비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그간 중국 경기 둔화, 소비 부진 우려로 중국 소비주가 부진했는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셈이다. 하반기에는 중국 여행객이 14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여행 허용 조처는 단기적으로는 15%가량 중국 여행객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개별 여행과 비교해 평균 소비규모가 증가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중국 소비주의 주가가 급등해 추가 경제 지표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한다. 전 연구원은 “중국인 방한객 비중이 늘어난다는 소식에 중국 소비주가 크게 올랐으며, 이는 기대치를 선반영한 수준”이라며 “단체 여행객 규제라는 장애물은 사라졌지만, 주택경기와 소비 심리 회복이라는 관문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 끝나지 않은 인플레이션 우려...증시 변동성 키울까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3.3%)는 소폭 밑도는 수치다. 연준이 주시하는 지표인 근원 CPI는 4.8% 올랐다. 2개월 연속 전월과 비교해 0.2% 상승했는데, 이는 2년여 만에 가장 작은 폭의 연속 상승이다.
시장기대치를 밑도는 수치가 나오면서 일부 시장참여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누그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이 9월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CPI 발표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 확률을 분석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금리동결 확률은 90.5%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거비가 여전히 많이 들어 인플레이션 우려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주거비는 월세,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과 관련한 모든 비용을 포함한 수치인데, 전체 CPI 상승의 90% 이상이 주거비 영향으로 알려졌다.
국제 유가 상승도 인플레이션 상승을 압박하는 요소다. 11일 기준 최근 한 달간 서부텍사스중질유(WTI) 13.5%, 난방유 23.5%, 천연가스 3.5%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가격 전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 이는 주식, 채권, 원자재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견조한 기업 실적, 인플레이션 우려 진정에도 전 세계 금융시장은 고금리 부담, 국제유가 속등, 지정학적 위험까지 소화하며 변동성 장세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의 실물경기 회복 강도가 글로벌 원유 수요, 시장 심리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