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극적이었던 스포츠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어떤 것을 꼽으시겠습니까 ?
대부분 2002년 여름의 그 날들을 꼽으시겠죠.
하지만 저는 1998 년 10 월 24 일 입니다.
그날은 울산과 포항의 K 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이 있었구요.
병지형이 프리킥을 동점 헤딩골로 연결시킨 날이죠.
(많은 분들이 코너킥으로 알고 계시던데 제 기억으로는 프리킥이 확실합니다.)
K 리그 사상 최초의 골키퍼 필드골. -_- /
(보라. 내 스포츠 인생의 그날 그장면을)
당시는 지금과는 다르게 고등학생 팬이 많았습니다.
울산대 녀석들은 연애하기 바빴고
칙칙한 남자 고등학생들만 경기장을 찾았죠.
주로 현대고, 성신고, 울산고...
관중의 1/3 정도는 학생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고 2였구요.
하지만 돈 없는 학생 특성상 제 돈 주고 보는 날은 며칠 안되고
주고 월담을 했습니다. 울산 공설 운동장 자주 가신 분들은 그 루트 대부분 아십니다.
-_- ;;
(새로 짓기 전의 공설운동장 무료 입장 루트)
워낙 초창기라서 경비 아저씨들도 대놓고 넘는 경우만 아니라면 좋게 좋게 넘어가 주셨구요.
아직도 기억납니다. 철조망에 걸려 낑낑대던 저와 눈 마주쳤던 경비 아저씨.
이놈 뭐하는 짓이냐 소리 지르시는데 친구놈들은 의리없게 다 도망가버렸습니다.
고개 푹 숙이고 담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자 위험하니까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하셨죠.
그런 정도 있었고 정말 축구 보는게 즐거웠습니다.
이번에 문수 경기장 가 보았는데 담 넘어서 들어가기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_- ;;
(이제 월담은 꿈도 못꿉니다. 뭐 지금은 입장료 정도는 여유가 있습니다만)
아.....이야기가 다른 길로 샜습니다.
아무튼. 저의 스포츠 인생의 그 날인 1998 년 10 월 24 일.
그 날은 시험 시즌이었지만 과감히 포기하고 축구장에 갔습니다.
울산의 우승을 기원....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현대 중공업에서 홍보차원으로 대대적인 공짜표를 풀었거든요.
플레이오프 1차전은 포항에게 2:3 으로 졌다고 들었습니다. 두점차로 이겨야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경기가 시작되고 저희들은 고등학생 주제에 느긋하게 비싼 맥주를 한캔씩 따서 들고 경기를 즐겼습니다.
그 때만 해도 경기장과 술은 불가분의 관계여서 경기장 안에서 술 예사로 팔고 그랬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당시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 추태가 일어나서 그렇지...
경기는...요새 수비 축구같은 스타일이 아닌 상당히 저돌적이었던 당시 스타일에 걸맞게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습니다.
하지만 후반 거의 끝나갈 무렵까지 1:1.
성미 급한 아저씨들은 얼굴 벌겋게 술에 취해서 벌써 집에 돌아갈 준비 하시고
우리는 맥주캔만 찌그러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전광판 시계는 멎어버렸습니다. 그 밑에 로스타임 표시판에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었구요.
그 때 골대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었습니다. 마지막 기회였죠.
박수 치고. 고함 지르고.
심판이 공 위치 지정해 줄 때 김병지 선수가 뛰어올라오더군요.
관중들 다 일어섰었습니다. 지고 있었지만 다 재미있다고 웃고 박수치고 장난으로 김병지 김병지 응원도 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 김병지가 동점골을 넣어버렸습니다.
(언제나 강한 포스의 병지형)
동점골 직후 상황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아마 살짝 맛이 간 상태였었을 겁니다.
사람들 펜스에 우르르 매달려서 소리지르고 경기 끝날 때 까지 김병지 ! 김병지 ! 김병지 !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잘 모르십니다만 그 뒤에 동점 상황에서 승부차기로 승자를 가리게 되었는데
김병지 선수 나오자마자 연속으로 2번을 막아버렸습니다. 3번 째는 빗나갔던가... 하여튼 포항 승부차기서 1골밖에 못넣었습니다.
경기 끝나고 김병지 선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오도 가도 못하고 기자 회견 하는 중에도 여기 저기서 김병지 김병지 고래고래 소리쳤습니다.
당시에는 경기 끝나고 잔디 안으로 들어가는거 안막았기 때문에 골대 앞에서 싸인받고 사진 찍고 그랬었죠.
그 때 받은 싸인은 이제 잊어버린지 꽤 되었고 이제 울산 소속도 아니지마는
김병지 선수는 아직도 저의 영웅입니다.
웹서핑 하다가 문득 그 때 사진을 발견해서 긴 글 끄적였습니다.
병지형 헤딩골 자료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군요.
외국 방송국에는 돈내면 예전 데이터베이스 검색해서 더빙할 수도 있다던데
그 날 스포츠 뉴스라도 어떻게 구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
-_- ;;
(울산 있을 때의 김병지 선수는 아이들에게 참 친절했습니다.
귀찮아 하지도 않고 싸인 일일히 다 해주고
어린이 날 경기에서는 경기 전에 팬 서비스로 싸인볼 차줄 때
한 국민학교 학생 한명이 필드 안에까지 난입? 해 와서
막 싸인 볼을 차려고 하는 병지형의 공을 멋진 다이빙 캐치로 잡아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공 잡고 누워 있는 그녀석 앞에서 뻘쭘해하던 김병지 선수 표정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요즘 출사표를 던진 김병지 선수에 대해 말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베어백 코치처럼 그 때 민망해서 고개 푹 숙여버렸던 사람입니다만
4 년이나 지난 지금, 적어도 기회는 줘야 되지 않을까요 ?
왜 한국 국대는 무조건 세대 교체만을 중시해서 노장들을 버리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단 김병지 선수 뿐만 아니라 최용수 선수나 서정원 선수의 상황도 마찬가지구요.
한국에서 가장 큰 사이버 축구 카페이니
축구 관계자들도 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발 사람이 말을 하면 안된다 된다 대답 좀 해주세요.
좀 투명한 운영을 해 보란 말입니다 !
병지형을 주전으로 ~ !
-출처는 네이버 사진첩과 일간스포츠. 설마 이정도로 저작법 위반했다고 벌금 때리진 않겠죠 ?ㄷㄷㄷ -
첫댓글 나도 코너킥인줄 알고 있었는데.....저도 그거 TV 에선가 본거거든요....김병지 관련 프로그램할때...;;; 공이 사이드쪽에서 올라왔던 것 같으데;; 사이드 쪽에서 얻은 프리킥인가요??
저도 수정했습니다 ㅋㅋㅋㅋ 사이드에서 올라온 프리킥이라서 다들 착각한거였군요 ㅋㅋ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프리킥은 약간 사이드쪽 맞습니다.
그날 경기장에서 봤는데,, 100%,, 프리킥,,
오홋 공설운동장 하지만...전국체전으로 인해 리모델링 시켰지요 ㅋㅋ병지형 울산있던시절에..경기자주보러갔는데 ㅋㅋ저도 울산사람임 ㅋㅋ
근데 유상철 틱한 사람이 보인다 ㅡㅡ; 맞나?
유상철이랑 100% 닮았군요-_-(맞잖아 버럭!)
그때 생방송으로 보다가 정말 놀랬던 기억이...
그때난 초딩때 길가다가 가게tv로 오 골넣었네 - - 했는데 병지형. ㄷㄷㄷㄷㄷㄷ....
대략 초딩때다 ㅋㅋ 저는 tv로 봤는데 ㅋㅋ 채널 돌리다 막판에 잠깐 봤는데 완전 깜놀 ㅋㅋㅋ
저 골이. 이달의 아시아 골에도 선정되었을 만큼 큰 이슈를 몰았던 골이죠 ㅎㅎㅎ
축구 사랑이 흠씬 묻어나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병지형 주전으로~!
문수구장 생기기 전에 공설운동장...표를 못구해서 인지...돈이없어서 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친구들도 아저씨들과 함께 월담하곤 무슨 무용담 애기하듯 말하고 다녔죠.ㅋㅋ
이날,,,,,,,,,, 토요일이였는데,, 하하,, 그날 따라,, 공설 운동장에 관중이 많았는데 ㅎㅎ 김병지,, 헤딩으로 골넣고,, 승부 차기 가서,, 스코어가,, 기억 나지는,, 않지만,, 엄청 잘 막았었는데,, ㅋㅋ 이날,, 김병지 선수,, 장난 아니였음 ㅎㅎ
아, 저도 그 경기 TV로 봤죠. 김병지의 뒤통수를 맞고 들어간 헤딩, 벤치로 달려가는 김병지의 표정까지 기억나네요
저이거 정확히 기억나는데 ㅋㅋ그때 마지막순간 울산의 김현석 선수가 오른쪽에서 프리킥 오른발로 올려서 김병지선수가 헤딩으로 ㅋㅋㅋ
저도 기억남...좋은글 감사 ㅋㅋ
그때의 골 잊지못하겠네요..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봤으면 꼬릿말을 안달겠죠...
대전경기장은 동서남북 사방을 넘을수있습니다 ㅋㅋㅋ
마지막 사진에 애는 왠 원산폭격
평점 9점
난 안봤는데 .... 이글을 읽고 느껴지는게 많네요..
전 이야기만 들었다는;;;; 영상을 보고 싶은데 ㅜㅜ
ㅋㅋ 그때 진짜 할머니네서 보고 온가족이 다 웃었음, 아마 추석시즌이어서 할머니네 간걸로 기억하는데 골넣고 병지형 감독한테 소리질르면서 주먹을 불끈쥐고 달리는 그 모습 ㅋㅋ 생생하네요
그때아마 제기억으로는 감독이 김병지선수 새치 뽑아주는 세레모니? 라고해야되나? 어쨋든 새치같은거 뽑아 주던데...ㅋ 그때가 초3인가 했는뎅?-_- 병지형 나갈때부터 골넣을것 같았다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