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 윤리 곧 청교도 정신의 금욕이 자본주의 정신을 잉태했다고 주장한 반면에 베르너 좀바르트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사치가 자본주의 탄생의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1902년 독일의 국민 경제학자 좀바르트는 ‘근대 자본주의’에서 처음으로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개념을 사용했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가 유대인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 활동의 특징이 영리주의와 합리주의라고 보았다. 특히 자본주의의 영리주의 측면을 강조한 좀바르트는 경제에서의 무한 추구 정신은 무한의 화폐 추구라고 설파했다.
그러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쓴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는 청교도로부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하는 자본주의는 ‘건전한 직업정신’과 ‘정당한 이윤추구’라는 ‘윤리적 자본주의 정신’이다. 그는 노동이 신성하다면 돈도 신성하다면서 돈은 철저하게 합리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책임감을 수반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윤리적 자본주의 정신이란 노동을 통해 합리적으로 정당한 이윤을 추구하는 정신적 태도라고 정의했다.
베버에 따르면 자본주의 정신은 탐욕과 무한한 이윤추구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른바 금욕주의 정신에 충실한 자본가들은 자신의 직무를 엄격하게 수행하면서 윤리적으로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이윤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베버는 잘못된 자본주의 정신과 건전한 자본주의 정신과의 차이점을 유대교와 청교도 정신(Puritanism)의 예를 비교로 들어 설명했다. 유대교의 경제적 지향은 정치나 투기에 의존해서라도 돈을 버는 모험적 자본주의 태도다. 한마디로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베버는 이런 유대교 자본주의 행태를 천민자본주의라고 말했다. 청교도적 논리였다.
당시 좀바르트는 베버에 맞선 강력한 라이벌로 두 사람은 거의 20년에 걸쳐 논쟁을 이어갔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논점 하나는 ‘금욕이냐 사치이냐’였다. 좀바르트는 ‘사치와 자본주의’라는 책에서 십자군 전쟁 이후 유럽 사회에서 어떻게 사치가 뿌리내리게 되는지를 다양한 수치와 문헌의 조사를 통해 추적했다. 초기에는 궁정을 중심으로 행해졌던 사치를 귀족이나 졸부들이 모방하게 되면서 이러한 사치 수요가 자본주의적인 생산과 교역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를 태동시켰다는 것이다.
좀바르트는 사회학, 경제학, 역사학을 함께 엮어내어 ‘사치와 자본주의’를 썼다. 그는 경제학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가치판단의 문제를 담고 있는 ‘규범경제학’, 오늘날 주류 경제학이 된 수치적 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실증경제학’, 그리고 인문과학적 방법론을 담는 ‘이해경제학’의 세 부류로 나누고, 이해경제학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 이해경제학을 ‘사치와 자본주의’를 쓰면서 이 책을 통해 사회·경제·역사를 아우르고, 또한 그 속에 인문학적 성찰까지도 담아내고자 했다.
좀바르트가 제시하는 명제와 베버가 제시하는 명제는 명백히 상충된다. 한쪽은 사치가 자본주의의 원인이라 하고, 다른 한쪽은 노동윤리와 검약이 자본주의 초기의 특성임을 주장한다. 이 둘의 논쟁은 이후에도 계속된다. 묘하게도 학문적으로는 이러한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둘은 절친한 친구였다. 두 사람은 함께 ‘사회과학 및 사회정책잡지’를 간행하기도 했다. 마치 두 사람에게서 유대교와 청교도 관계를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