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규 딴지일보 취재팀장
시사프로 진행자로 캐스팅
냉철한 판단력 이면엔 불심
10월24일 인터넷 매체인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날까지 마음을 졸이면서도 묵묵히 딴지일보의 기획과 필진 발굴을 담당해 온 이가 있다. 딴지일보 취재팀장이자 필명 ‘죽지않는돌고래’로 활동하고 있는 김창규(32, 신광) 기자다.
“필리핀 납치단원과 전화협상을 해야 하고 신원미상의 사람과 알 수 없는 장소에 가야 할 일도 있다”는 김 기자는 두렵고 힘든 순간이 올 때마다 ‘빈 마음’을 떠올리며 평정심을 되찾는 불자다. 온라인에서 유독 흔들림 없는 기자의 오롯함을 가진 그의 팬 층은 제법 두텁다. 얼마 전에는 tvN의 시사 프로그램 ‘밝히는 남자들’에서 메인 진행자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그러한 당당함의 원천에는 어린이 포교를 실천하는 아버지와 어릴 때부터 뼈 속에 자리 잡은 불심이 있었다.
“아버지는 김광호 대한불교교사대학 부학장이십니다. ‘아빠 따라 절에 가기’ 저자이기도 하시지요. 저는 아버지를 따라 갔다기보다 아버지로 인해 갇힌 적이 있습니다(웃음).”
김 기자는 10년 전 대학시절 아버지의 강요로 인해 사방 가득 눈과 산뿐인 강원도 현등사에서 한 달을 지낸 경험이 있다. 당시 초격 스님으로부터 철야 기도와 참선을 배웠던 그는 “그 때 삼촌이라고 부르던 분이 계셨는데 ‘이렇게 심심한 곳에서 어떻게 사십니까’라고 물었더니 ‘산에는 산만의 즐거움이 있지’라고 답하셨다”며 미소로 회상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이해가 됐지만 당시에는 어려웠다”는 그에게는 이제 산사를 떠올리고 찾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돼 있었다.
김 기자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 아버지와 함께 3대가 한 집에 살았고 가족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불교를 받아들였다. 특히 고승들의 선문답이나 화두 이야기가 실린 책들을 가까이 두고 읽었던 그는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서 답을 찾는 걸 좋아 한다”며 기자의 내공이 ‘선어록’에 담겨 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까지 108배를 했어요. 절을 할 때는 없음을 느끼는 것이 장점이라고 봅니다. 처음에는 숫자를 세고 했지만 세는 것을 내려놓고 절을 하니 더 좋더군요. 김용석 딴지일보 편집장님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편집장님은 집에서 회사까지 2시간을 걸어 다니는데 이런저런 생각들이 어느 순간 없어지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어요. 108배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절할 때나 뛸 때나 그 없음이 좋습니다. 온갖 잡생각이 날아가는 순간이지요.”
“한 때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는 김 기자는 “집 앞의 배팅장에서 수십, 많게는 수백 번씩 공을 쳐서 손에 물집이 잡히고 피가 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궁극적으로는 생각을 쳐서 날리는 거였다”고 고백했다. 이제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삶의 일부분이 된 차를 마시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단다. “비올 때 홀로 차를 우리는 시간이 좋다. 또 그 시간이 삶에서 꼭 필요하다”는 그의 표현이 선객의 향기를 닮았다.
“어린이 포교의 원력을 다하시는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이 평생 가장 큰 행운”이라는 ‘죽지않는 돌고래’ 김창규 기자. “어떤 관계에서도 비겁해지지 않겠다”고 발원하는 그가 ‘빈마음’으로 펼칠 ‘정론’을 기대하는 것은 불자의 행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