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보종찰 조계총림 송광사(주지 무상 스님)가 사찰 종합정비를 실시하기 위한 초석 마련에 나섰다.
송광사는 6월 22일 송광사 경내 사자루에 문화재전문가 10명을 초청한 가운데 ‘송광사 보유 문화재의 효율적 관리 및 사찰 종합정비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사찰 종합정비를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화기를 다루고 습기가 많은 공양간의 이전과 공간 재배열의 필요성에 대한 다수 전문가들의 공감이 이뤄졌다.
22일 송광사 사자루에서 열린 사찰 종합정비를 위한 간담회에서 송광사 주지 무상 스님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동현 전 문화재위원은 “성보 공간과 예배 공간, 스님들의 수행 공간, 생활 공간 등의 구분이 뒤엉켜 있어 동선을 정리하고 공간을 분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긴 안목으로 종합적 학술조사를 실시하고 문제점을 파악한 책자를 만드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문화재위원은 또 “송광사는 건물 밀집도가 높은 사찰인 만큼 무엇보다 먼저 완벽한 소방시설을 구축한 후 그 다음이 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역시 공양간 이전에 동의했다. 황 소장은 “후원에 습기가 있으면 여러 전각에 흰개미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물리적으로도 수행 공간에 화기와 습기가 들어와 있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황 소장은 진입로 정비와 산문 설치 등에 대해 “진입로에 이렇다 할 승보사찰의 표식이 없는 것은 안타깝지만 산문을 세움으로써 경관을 해치고 원래 모습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순차적인 정비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성은 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승보사찰로써 국민들에게 주는 정서적인 느낌과 생활인의 편리, 그리고 사찰의 정체성이 한 데 어우러질 수 있도록 종합정비계획을 세운 후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면서 “특히 선진국이 될수록 방화에 의한 화재가 늘어나는 만큼 문화재청과 조계종단, 사찰이 협력해 소방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철주 문화재전문위원 역시 “종합정비계획은 욕심을 덜어내는 작업”이라며 “송광사스러움을 찾아가는 작업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홍광표 한국전통조경학회장은 석축의 전통적 재축 필요성과 외래종 조경 식물 대체, 상비 소방 시스템 구축 등의 정비 사안을 제시했다.
송광사 주지 무상 스님은 “사찰 종합정비 계획이 단순히 전통을 무시하거나 경관을 해치거나 사찰에 편리를 도모하기 위함이 아닌 것을 알아달라”면서 “사중 형편이 어렵지만 안으로 신심을 내고 밖으로 이해시킨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 송광사 주지 현봉 스님은 “기후에서부터 생활문화까지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만큼 송광사가 한국 불교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모습으로 단장하되 실제 살고 있는 대중의 요구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송광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사찰 종합정비계획 책자를 만들어 문화재청과 순천시, 전라남도 등 기관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