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표현이 확실한 이승우. 개인적으론 엄청 귀엽다. 출처:KFA홈페이지)
최근 안익수 감독이 이끄는 U-18 대표팀이 수원JS컵에 참가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가장 큰 이유는 분명 이승우, 백승호라는 ‘FC바르셀로나’ 선수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은 어린 나이에 발굴되어 스페인에서 차근차근 성장한 이들을 직접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대회가 끝날 즈음에는 이승우의 태도를 두고 여러 논쟁이 있었다. 감독의 교체 사인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거나 광고판을 걷어차는 등 한국 선수들에게서 찾아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스페인에서 자란 만큼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한다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팀워크를 해치는 지나친 자기표현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앞으로 한국 축구에 있어 대들보가 되어줄 선수이기에, 그리고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선수이기에 이승우를 특별 대우해서는 안 된다. 축구계의 오랜 금언처럼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이 말을 팀이 선수보다 중요하니 선수들은 개성을 죽이고 뛰어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선 곤란하다. 선수의 개성은 당연히 존중해야 하지만 ‘팀’이라고 하는 큰 틀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승우가 자신감을 감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본인도 팀의 일부임을, 자신만 팀의 주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길 바란다. 축구 실력은 뛰어나도 아직은 10대 후반이기에 주변의 영향을 받기 쉽다.칭찬은 듣기 좋고 조언은 듣기 싫을 나이이다. 하지만 위대한 축구 선수가 되기 위해선 축구 실력과 함께 인성도 갖춰야 한다.
이승우의 솔직한 감정 표출에 대해 꽤 많은 축구팬들이 지지하는 이유는 한국 축구가 갖고 있는 단점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된다. 승리를 위한 ‘학원 축구’에 기반을 두고 있어 감독의 말에 따라 수동적으로 축구하다보니 창의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승우는 주변 눈치 보지 않고 맘껏 자신의 축구를 펼칠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어느 정도는 동감하는 바이다. 이승우는 경기장에서 자신감 넘치고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이승우의 당돌하기까지 한 그 자신감이 좋았다. 경기장에서 심판에게 강한 어필을 하면서 투쟁심을 표출하는 것도 좋았다. 경기장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플레이를 과감하게 선보이는 것도 좋았다. 물론 이따금 나오는 독보적인 플레이에 감탄도 했다. 이것들은 경기장에서 ‘에이스’가 갖고 있어야할 필수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에이스가 보여주는 자신감은 팀 전체로 퍼져나간다. 확실한 에이스의 존재로 ‘아 우리 팀은 뭔가 질 것 같지 않다.’라는 느낌을 팀 전체에 줄 수 있다. 이승우는 그럴 능력이 있는 선수이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이승우의 표현이 몹시 서툴고 과장되어 보인다는 점이다. 스페인과 한국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까지 주목받는 선수로 살면서 받는 압박감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다소 당돌하기까지 한 표현은 마음의 부담을 감추려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약간의 ‘허세’ 어린 솔직한 표현과 동작들은 귀엽게 느껴지지만, 감정을 표출하는 대상을 고르는 데는 더 조심해야 한다. 개인의 감정 표현이 팀을 향해서라면 곤란하다.
감독의 지시에 따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감독은 팀 운영 및 선수 기용에 전권을 쥐고 있다. 이승우는 자신의 축구에 집중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팀’의 축구를 하는 것에도 집중해야 한다. 때로 원하지 않는 역할도 나의 득점이 아니라 팀의 승리를 위해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루니는 호날두의 득점 극대화를 위해 중앙 공격수로서의 욕심을 몇 년간이나 포기했었다. 물론 그 결과는 빅 이어를 비롯한 각종 트로피였다.
원하는 타이밍에 공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동료에게 짜증을 내는 것도 옳지 않다. 호흡을 오랜 기간 맞춘 소속팀처럼 국가대표팀에서 자유롭게 플레이할 수는 없다. 혼자 패스를 하고 받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동료의 수준과 호흡에 맞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 또한 능력이다. 개인 능력이 있다고 해서 동료들이 전부 자신에게 맞추길 바라는 독불장군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JS컵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다음 U-20 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목적을 겸하고 있다. 당연히 이승우 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교체 지시에 고개를 저으며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나온 이승우 대신 경기장에 들어가는 내 동료 선수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팀의 에이스는 '실력'만으로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리더'가 되고 싶다면 팀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은 필수 적이다. 소년만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이것은 단순한 진리이다.
선수 스스로도 논란에 대해 알고 있는 듯 대회이후 인터뷰에서 겸손한 모습으로 이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읽으며 내가 17세에 보였던 모습을 돌아보면 오히려 참이 속 깊은 소년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승우는 경기장 밖에선 무척 착하고 바른 인성을 보여준다고 들었다. 가끔 서툰 표현은 이승우가 어린 선수기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잘못된 점은 잘못되었다고 지적받아도 되는 나이이다. ‘능력’으로 평가받는 이 시대에 독보적인 재능을 가진 이승우는 충분히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이해될지도 모르겠지만, 인생에 있어 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있는 법이다. 우리가 이승우에게 기대하는 만큼 그의 성장을 위해서 쓴소리도 당연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영표라고 하는 위대한 선배의 존재는 이승우에게 있어 행운인지도 모르겠다.
많은 천재들의 재능에만 주목한 나머지 한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축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다른 모든 것들도 용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옳지 않다. 박지성이 위대한 선수로 기억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경기장 내외에서 보여준 인격 덕분이다. 그는 절대 거만하지 않았고 주변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고작 17세의 소년은 아직 축구 말고도 배울 것이 많다. ‘팀’을 생각하는 마음은 이승우를 더 훌륭한 선수로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축구 선수가 아닌 ‘이승우’라는 한 사람을 성장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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