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일) 1) 전체 신풍신천앞바다 해맞이 2) 전체 따라비오름 3) 전체 큰엉해안선길 4) 전체 머체왓숲길과 소롱콧길 5) 횟감(참치와 고등어회)
# 22일(월) 1)영실~전망대까지(첫날 한라산팀) 2)12시제주공항출발 오후2시 김포공항도착 및 귀가
- 서울에 사는 '초딩 친구'들과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어린 시절 함께 나고 자랐다지만 어느덧 60이 아니던가? 그런데, 아니었다. 아침 해돋이본다고 새벽4시에 일어나고, 한라산 간다고 새벽3시반 기상, 영실~윗세오름간다고 새벽별이었다. 건강하고 부지런한 습관을 유지하고 있는 친구들 모습이 대단하고 멋져 보였다.
- 여행의 즐거움을 100배 끌어올린 것은 음식과 대자연이었다. 제주흑돼지삼겹살이 직화구이로 육즙 가득찬 것이 기막힌 맛이었고, 주문한 가게에서 바닷가 횟감을 저렴한 가격으로 어마무시하게 먹고, 밤에는 매운탕과 횟감으로 아이스박스 대자 하나를 더 받았다. 입이 즐겁고 눈은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제주의 자연과 절벽, 숲과 들판은 원시적인 모습으로 우리를 받아줬다. 한라와 영실, 따라비오름을 지나 큰엉 절벽에서 머체왓, 소롱콧숲길에서 느낀 거친 감동이 지금도 전해진다. 좋은 친구와 함께 가면 먼 길도 가볍게 느껴진다는 말을 실감한 여행이었다.
- 걷는 동안 '60나이' 이후의 몸과 일을 생각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더이상 젊다는 생각을 버리고 살자'였다. 우선 나의 외모가 그렇다. 머리숯은 황폐해졌고 색깔은 반백이다. 50중반에 중환자실도 들락거린 몸이 아닌가. 앞으로는 몸에 해로운건 멀리하고 좋은 음식과 운동을 가까이 하자. 그리고 지금까지의 일이 남을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나를 위한 일을 시작하자.
-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관광지나 명소를 피해서 덜 알려지거나 안다니는 곳을 가본 3박4일 제주일정이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반하고 먹거리에 행복했고 60년 우정이 빛나는 잊을수없는 여행이 되었다. 말없이 운전을 도맡은 친구, 아침과 저녁으로 식사를 준비한 친구들, 살림집을 통째로 내준 고마운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ㅇ 6월20일 왕복20km 한라산 백록담을 다녀오다
아침일찍 일어나 성판악에 도착했다. 이른 새벽인데도 주차장이 거의 찰 정도로 붐볐다. 준비운동과 인증샷을 남기고 6시 조금 안돼서 출발했다. 보전과 보호노력으로 국제적으로 지정되거나 인증받으면서 한라산 구석구석이 잘 관리되고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면이 고른 곳은 거의 예외없이 야자매트를 깔아 안전과 보행편의를 높였다. 100m 단위마다 돌표지석에 고도를 표시하여 어느정도 올라왔는지를 쉽게 알수있도록 했다. 짙은 상록수와 굿을 하는데 사용되어 유래됐다는 (잎이 두껍고 한겨울에도 시들지않으며 녹색을 유지한채 따뜻한 지방에서 잘 크는) 굴거리나무가 많다. 물론 조릿대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나무도 있고, 삼나무 숲도 빼놓을 수 없다. 화살촉처럼 뾰족한 조릿대 잎새가 탐라의 기상을 대변하는 듯 했다.
길을 평탄하게 하고 매트를 깐들 한라산 하면 돌때기, 걷거나 특히 하산할 때 발바닥 고통을 심하게 안겨주는 그 돌때기, 돌계단은 악명높다. 웅장한 바위가 길의 일부가 된 곳도 있고 구멍이 숭숭 뚫린 크고 작은 돌이 계단이 되거나 바닥을 이룬다. 어떤 경우는 용암이 흘러내린 자국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아직 남아있는게 신기할 정도다. 이리저리 휜 큰키나무 이파리들과 맑은 하늘이 대비되어 더욱 짙은 녹음을 자랑한다. 어디쯤 왔을 때, 완구가 낯선 청년을 소개한다. "군입대 전에 산에서 봤던 청년이 제대 후에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정말 큰 인연아닙니까?" 아주 훈남으로 생긴 젊은이였다. 일행 10명 모두 담긴 셀카를 함께 찍었다.
터덕터덕 걸으면서 제일 감사한 것은 청단풍을 비롯해 숱한 나무들이 주는 울창한 여름 그늘이었다. 물론 겨울과 봄에는 햇빛을 투과시켜 땅바닥 만물의 번성을 도울 것이다. 외부의 햇빛과 대비된 땅바닥 검은돌에 윤기가 흐른다. 안전펜스에 달린 주황색의 팽팽한 밧줄이 거뭇한 숲속 분위기에 묘한 질감을 제공한다. 단일궤도로 오르는 모노레일이 자신의 일부를 드러낸다.(정상까지 기상과 관련된 장비나 물품공급을 맡는다) 속밭대피소까지 완만하면서도 편안한 길이 계속된다. 사라오름갈림길을 통과하고 1600m를 지나 진달래대피소에 도착했다. 전 구간을 통털어 화장실이 있는 유일한 곳이다. 속밭대피소처럼 이곳도 영업이 폐쇄된지 2년이 넘었다. '생수를 파는 매점'이 운영되지 않으니 행동식이나 식수, 라면 등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2018년 초 쯤 대피소직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임금협상과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이 지역 도지사를 사용자로 하여 협상하다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한라산국립공원 소속 후생복지회가 아예 해산되면서 라면과 햇반, 생수는 물론이고 조난시 묵거나 대피할 수 없는 '죽은 건물'이 되어 버렸다. 한라산을 세계적인 생물권보전이나 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을 비롯해 람사르습지로 지정되거나 인증받았고, 연간 100만명이 찾는 명산이 됐지만 오히려 서비스는 후퇴됐다. 후생복지회를 아예 없애버린 것은 너무 비정하고 여행객을 생각하지 않은 무모한 결정이다. 조속히 국립공원에 걸맞는 관리환경을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모두 볼일을 마치고 물과 행동식으로 에너지를 보충한 후 정상을 향했다.
성미 순옥 영옥친구들 발걸음이 가볍다. 오히려 잠을 제대로 못잔 무영의 표정이 어둡다. 오기 전부터 '몸을 만든' 성학이 한테 에너지가 넘쳐난다. 늘 산을 가까이하는 수택이, 백두대간 멤버인 창현이와 관헌이, 영원한 산대장 완구 모두 지친 기색이 없다. 사람들이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고도를 높히는 좌우 숲속에 초여름의 아름다움을 만들어가는 야생화가 산객을 반긴다. 잎이 무성하고 백색의 꽃이 만발한 까마중이 활짝 피었다. 높은 산 위에서 자라는 조릿대 무리 속 설앵초가 붉은 기운이 강한 분홍빛 건강미를 발산한다. 함박꽃은 지고의 순결미가 돋보이고 자태 또한 도도하다. 산딸나무 역시 십자모양의 꽃잎을 활짝 피우고 있다.
대피소를 벗어나 백록담 정상까지 약 2.3km구간은 점점 더 하늘이 열리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7~10m의 중간키나무나 20~50m까지 자라는 큰키나무들이 시야를 가렸다면 이 구간은 주목과 같은 수목구간을 지나 정상부 초입부터 나무는 사라지고 돌과 이끼류, 야생화 그리고 날라다니는 까마귀같은 조류만 있을 뿐이다. 이날은 정말 복받은 날이 아닐 수 없다. 날이 쾌청하고 바람도 순했다. 방부목으로 된 데크와 로프가 잘 조성되어 있다. 오르는 동안 나무는 침엽수가 대부분이다. 크고 우람하다. 나무가지들이 일제히 남쪽방향을 가리킨다. 창끝처럼 뾰족한 주목의 잎새가 매우 날카롭다. 생명을 다한 주목이나 구상나무, 소나무는 허연 색깔을 하고 몸을 바닥에 눞힌 채 일생을 마감하고 있다. 살아있는 큰 나무들은 당당한 표정으로 서있다. 그러나 크게 보면 죽은 나무 절반, 산나무 절반 정도인 것은 식물이 1800~1900m 높이에서 자란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웅변해 준다. 1900m대에 진입하자 크고 작은 돌이 섞인 거대한 초지(草地)가 나타난다. 형상이 눈꽃송이 같기도 하고 채송화와 비슷한 시로미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낮게 자라는 시로미가 열매를 맺고 애지중지 키워간다. 이것이 자라면 크기나 색깔이 마치 아로니아와 흡사해진다. 중국 진나라 시황제 때 서불이 불로초를 구하려고 이곳 영주산(지금의 한라산)에 올라 불로초를 구하고 돌아갔는데, 그때 가져간 불로초가 시로미였다고 한다. 하늘에는 흰구름이 두둥실 떠있고 여느 목장의 펜스같은 정상의 계단과 등산객들이 함께 연출하는 스카이라인이 장관이다. 나는 한라산 정상 안내소를 지나 백록담 표지석에 제일먼저 도착했다. 표지석이나 분화구, 하늘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높이 1947.269m, 북위 40도, 이남에서 제일 높은 산, '산신령이 있는 삼신각'이라 하여 숭배의 대상인 한라산 정상이다. '은하수를 잡아당길 수 있다'는 뜻의 한라산 꼭대기에 서서 사방을 둘러봤다. 가장 먼저 산정의 깊고 넓은 분화구 아래로 야트막한 연못이 내려다 보인다. 예전에는 솥에 물을 담아 놓은 것과 같다고 하여 부악(釜岳)이란 이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제주의 문화와 생업을 이루는 터전이었고 외적을 물리치는 버팀목이었으며 남쪽바다에서 올라오는 비한방울과 바람과 천둥을 막아낸 반도의 전위요 몸통이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저 든든하고 신령한 조상이요 장수요 수호신이 바로 한라산이였다는 확신이 들었다.
하나 둘씩 차례대로 모두 도착하여 분화구와 표지석, 하늘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긴다. 정상 주변은 모두 나무 데크가 설치되어 간단히 먹고 쉬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침일찍 챙겨준 주먹밥과 오이, 과자 몇개로 약간의 허기를 때웠다. 진달래대피소를 지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드시 이곳 정상에서 내려가는 것도 정해져 있다. 우리 일행은 배낭을 정리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옛 얘기에, 너무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게 되면 '가인(佳人)과 헤어지는 것과 같아 열 걸음을 걸어가다가 아홉 번을 뒤돌아본다'는 말이 있다. 태고적 신비를 간직하고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이고 고산지대가 아니면 쉽게 볼 수 없는 수많은 식물과 나르는 새들의 안식처와 꽃들이 주인인 한라산 고봉의 아름다움을 못내 아쉬워 하며 힐끗힐끗 돌아보고를 반복하며 천천히 내려간다.
사라오름 갈림길에서 우틀하여 정상을 향했다. 성판악코스를 타면서도 사라오름을 간적이 없었다가 이번에야 올라갔다. 편도 20분이 채 안되는 거리다. 정상까지 경사가 있지만 그렇게 힘든 코스도 아니다. 거의 계단과 매트가 설치되어 있다. 앞장서서 오르면서 꽃과 친구들 인증샷을 남겼다. 한눈에 들어오는 꽃이 있었다. 흰색의 아름다운 산딸나무꽃이 활짝 폈다. 꽃잎이 넉 장으로 십자가 모양에 탐스럽고 청아하다. 십자모양이어서 기독교인들로부터 사랑받는 꽃나무로 알려진다.(가을에 빨간 딸기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산딸기모양의 열매 때문에 산딸나무 이름이 붙었다) 사라오름1324.7m 정상부 둘레는 250m 정도라고 한다. 분화구에 물이 고여 산정호수를 이루고 있다. 오름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산이다.
성판악에서 백록담까지, 다시 사라오름 왕복 1.2km를 포함하여 20.4km를 원점회귀 하였다. 큰 부상없이 고향친구들과 잘 다녀왔다.
ㅇ 6월21일 오전 해돋이와 따라비오름, 머체와숲길을 오르다
신풍신천앞바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잠을 깼다. 모두 일어나 갈 채비를 한다. 6월하순의 제주도 바람은 (육지와는 완연히 다른) 적당한 습도에 달콤할 정도로 부드럽고 따스하기까지 하다. 해풍을 맞으며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여서 기대반 심정이었는데, 그래도 하늘이 해돋이를 허락해줘서 아주 잠시동안이나마 기쁜 마음으로 인증샷을 담았다. 다각형의 주상절리까지는 아니어도 이곳 신천앞바다 역시 급속한 경사에 위협감을 주는 시커먼 바위로 이루어져 몹시 위험해보였다. 뾰족한 바위에 기어코 올라 사진을 찍는 그대들은 '개구쟁이들'
따라비오름은 우리가 묵는 곳과 비교적 가깝다.(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다소의 여유를 부리며 주차장을 시작으로 따라비오름에 오른다. 오름 초입은 연초록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 숲의 신록이 싱그럽고 울창하다.수북한 부엽토 속에 뿌리를 내린 덩굴 마삭줄과 아카시아꽃처럼 흰백색의 때죽나무꽃이 군락을 이룬다. 따라비오름에 붙는 이름이 많다고 한다. 동으로는 장자오름과 북에 새끼오름이 있어서 가장(家長)격이라 하여 따애비라고 부르다가 지금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이름도 가을억새의 장관과 정상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능선에 올라 좌우 사방을 본다. 커다란 바람길에는 풍력발전소 수십기가 돌아가고 있다. 침엽수림이 녹지축을 담당하고 있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에는 벤치와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분화구 3곳이 선명하다. 거의 대부분 물흐르듯 유순한 굼부리 능선을 하고 있다. 동편의 오름 수십개가 조망안에 들어온다. 내려가기가 아쉬어 뒤를 쳐다보지만 시간이 나의 등을 떠민다. 자줏빛 색깔의 꿀풀이 군락을 이룬다. 오름 정상에서 내려와 원점방향으로 내닫는 길은 초원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돌무더기 위로 찔레꽃과 떡쑥이 한창이다. 씀바귀도 지천이다.
큰엉은 올레길5코스 구간으로 걷기좋은 길로 통한다. 제주섬 최고의 해안경관을 자랑할 만큼 명소이다. 수천, 수만년의 세월과 자연이 만든 걸작품들이 해안가에 붙어있다. 남원 큰엉은 큰 바위가 바다를 집어 삼킬 듯이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언덕이라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검은 용암덩어리의 해안절벽을 따라 펼쳐진 2km의 산책길, 전망대, 간이휴게소, 화장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해안가에는 돈나무 군락이 형성되어 있지만 모진 바람으로 인해 뒤고 누운 모습이다. 암석 역시 타포니(tafoni)라 하여 외형적으로 보이는 형태가 마치 벌집모양처럼 생긴 것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런 형상은 염분이 섞인 물이 바위에 스며들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돌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커다란 구멍이 난 것 처럼 움푹 패이게 된다. 큰엉해안 산책로는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이어진 그늘길이라서 시원시원하다. 관상용으로 많이 키우는 빨간 석류나무꽃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해안가에는 활짝 핀 방풍꽃이 바다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호두암과 유두암, 한반도지형, 쇠떨어지는 고망, 인디언추장 얼굴 등이 볼거리다.
머체왓숲길은 약 6.7km 정도 길이로,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있다. 아직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숨어있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돌을 의미하는 '머체'와 밭을 뜻하는 '왓'이 합성된 제주 사투리다. 곶자왈 역시 숲을 뜻하는 제주방언인 '곶'과 덤불을 의미하는 '자왈'의 합성어이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니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온도가 뚝~ 하고 내려간다. 낙엽길 분위기가 서늘하고 고요하다. 특별한 생각없이 걷기에 집중하여 발걸음을 반복했다. 울퉁불퉁 고르지 못한 돌들이 깔려있어 걸음에 지장을 준다. 이 구간 주변은 고사리가 많이 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밝은 숲길과 빛이 들지않아 음침한 숲길이 반복된다. 그리고 약간의 이정표와 등산객이 매단 리본이 있기는 하나 숲이 우거져있는 데다 어둡기 때문에 등산로를 잃어버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숲길은 6월 더위를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시원함을 제공한다. 평소에는 건천으로 있다가 비가 많이 오면 넘쳐나는게 제주도 특정이나 이곳은 좀 다르다. 습지를 이룬 넓은 지대는 이끼도 살아있다. 올리튼 물은 큰 물웅덩를 말하는 제주방언이다. 가뭄시에도 물이 풍부하여 원앙새나 오리들이 둥지를 틀어 물위에서 노닌다. 삼나무와 산딸나무가 지천이다. 사람들로 붐비는 관광지 말고 조용하게 곶자왈을 걷고 싶은 여행자라면 머체왓숲길을 추천한다.
ㅇ 6월22일 영실~윗세오름전 전망대를 가다
오늘은 제주를 떠나는 날이지만 몇몇이 영실~윗세오름코스를 가기로 하고 새벽에 일어났다. 아침6시가 안돼서 영실 주차장에 도착했다. 유네스코 기념물이 제주도 한라산이 세계자연유산이자 국제적으로 공인된 천연보호구역임을 말해준다. 초반의 숲길은 산딸나무가 대부분이다. 병풍바위까지 올라와 내려다보니 수백, 수천의 계단들이 약간의 안개와 함께 거대한 검은지네가 하얀 진액을 내뿜으며 기어오르는 모습같았다. 순옥이와 영옥이가 가뿐가뿐 잘도 오른다. 그 뒤를 완구와 창현이, 관헌이가 오른다. 수택이와 무영이는 시야에서 벗어났다.
역시 영실의 멋은 병풍바위였다. 수십가닥의 돌줄기가 병풍을 치듯 한라산 벽체를 거대한 암릉으로 바꿔 놓는다. 인증샷을 남기고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옮긴다. 바위가 솟은 곳에는 검은 까마귀가 유려하게 날으며 '내가 이곳의 왕자요' 하고 시위하듯 활공을 한다. 여기서부터 산세는 키낮은 나무와 풀이 주종을 이루고 죽은 주목이나 침엽수가 띄엄띄엄 있다. 앗~ 능선을 거의 오른 지점 계단아래 죽은 고라니가 늘어져 있다. 어떤 짐승의 날카로운 이빨로 목부위 일부가 잘여나가 있었다. 굵은 파리가 들끓는 정도를 보면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듯이 보였다. 나는 엉겹결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피하듯 올라갔다.
평지를 이룬 이곳 분지는 별천지같았다. 땅바닥에는 물이 마르지않고 차있다. 놀라운 현상이다. 물 주변에는 온갖 나무와 풀과 꽃들이 자라고 있다. 대표적인 식물은 주목이 아닐까 싶다. 가장 큰 나무도 주목이고 죽은 것도 주목이었다. 숲속을 벗어나자 한라산 남벽이 이탈리아 콜로세움처럼 태양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거친 왕관처럼 우뚝 서있다. 그 아래 윗세오름이 있다. 우리는 하산하여 김포행 제주공항편 시간을 감안한다면 위세오름 조금 못가서 전망대까지 갔다가 하산하는걸로 정하고 올라섰다. 전망이 대단했다. 이곳에서 인증샷을 하고 주먹밥과 오이, 과자 몇개를 먹고 하산했다.
첫댓글 동심으로 돌아가 옛추억을
더듬을수 있는시간 초딩친구와의 여행은 기쁨이 배가되지요...
행복한 시간 이였겠습니다~^^
와우 대단 합니다.
초딩 친구들과 여행 산행
작년에 나도 초딩 친구
40명이 울릉도 다녀 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