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대학원 최고위과정 강의(2014. 3. 30) 자료

[김호성]

다양성 속의 통일?

인도문화를 특징지을 때 흔히 ‘다양성 속의 통일(unity in diversity)’이라는 말을 한다. 교과서적인 언어다.

“인도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다. 인도를 여행하는 것은 마치 유럽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인도 속에는 수많은 ‘작은 인도’들이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주(州)마다 언어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종교적 이념을 배경으로 하는 정당이나 정치단체로부터 모택동주의자들까지, 카스트라는 신분차별제로부터 경제적 능력의 차이에 의한 차별까지, 다양한 그룹으로 인도사회는 분열되어 있다. 그러한 차이들은 분명 다양성이라 볼 수 있는 면이 있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다양한 공존(共存)․공생(共生)’일 것이다.

그런데 공존․공생이라는 평화적 해결책에의 의존이 힘을 잃어 가는지 너무나도 다양한 지역에서 끝없는/끊임없는 시위와 파업, 그리고 테러까지 일상화되고 있다. 폭력화하고 있다. 우리가 이번에 인도 와서(제7차 인도기행, 2008년 여름) 읽고, 듣고, 본 뉴스만 해도 테러와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는 잠무 카시미르(Jammu Kashmir)는 물론, 오릿사(Orissa)에서의 모택동주의자들에 의한 힌두 공격, 마드야 프라데쉬(Madhya Pradesh)에서 산 채로 불태워진 달리트(dalitt, 불가촉천민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 ‘핍박받은 자’라는 뜻) 청년, 그리고 노이다(Noida)에서 시위 중에 총살당한 농민들 … . 그 중 하나만 해도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만한 일들이 여기 인도에서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히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나라가 커서 그런지 … .

이제 인도는 그 어느 지역이든, 다양한 차별성으로 인한 폭력사태로부터 절대적으로 안전한 곳은 없는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파키스탄과 국경지역인 잠무 카시미르 쪽만 피한다면, 인도여행은 대체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인도는 그 어디에서고 언제라도 폭탄테러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만큼은 아니라 해도 테러가능성이 상존하는 나라가 되어 버렸다. 아마도 9.11테러 이후로 그렇게 상황이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폭력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누구든지, 그 궁극적 목표는 분열일 것이다. unity를 거부한 채, 그들이 소속한 그룹을 ‘인도’로부터 떼어내거나, 아니면 적어도 인도 내에서 지배적 권력을 누리고 싶어 하는 것이리라.

이런 상황에서 다시 통일을 유지할 수 있고, 공생할 수 있는 논리가 무엇일까? 그 어떤 논리가 도움이 될 것인가? “어떤 면에서(syāt), S는 P이다”라거나 “어떤 면에서(syāt), S는 P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자이나교(Jainism)의 상대주의/입장주의(syādvāda)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독단론이 아니라는 점에서 도움이 될 터이지만, 자이나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자이나의 논리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터이고, 인도 사회 안에서 자이나교의 영향력이 그렇게 큰 것도 아니다. 그보다 더욱 이를 대안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인도 불안의 주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는 ‘종교’로부터 그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역시 해답은 세속주의(secularism)와 민주주의(democracy)일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서 모두 탈종교(脫宗敎)적 세속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민주화이다. 그런데 민주화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카스트체제의 철폐나 빈부격차의 문제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즉 차별과 가난이야말로 끝없이/끊임없이 폭력에 의존하고 싶어 하는 세력들이 의존하는 ‘비빌 언덕’이 되곤 하기 때

문이다.

이 두 가지 숙제는, 그 어느 쪽도 간단하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어느 나라보다 종교성이 강한 인도에서 세속화와 민주주의는 각 종교들 스스로가 어느 정도 자기 권력을 포기하는, 진정한 아힘사(ahiṁsā, 불살생, 비폭력)의 길을 걷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인도는 지금 이와 같은 시험/실험을 앞에 두고 있다.

지금 인도에 필요한 것은 자기 종교에 대한 신심의 강화(각 종교방송의 TV를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가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 아니 거기서도 한 걸음 더 나아가 세속학문 일반에 대한 이해와 교육이 아닐까 싶다. 여기서도 진정한 ‘외도의 학문(外道之學)’이 필요한 이유이다. 내 종교만 아는 사람은 내 종교에 집착하기 쉽고, 남의 종교를 경멸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인도의 사정과 우리의 현실은 과연 다를까? 공적 영역(=정치, 행정 등)과 사적 영역(=종교)을 구분하지 못하고, 공적 영역 안으로 사적 영역을 끌어들이고, 그래서 종교편향 시비에 휘말려 있는 우리 상황에서 볼 때 인도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치나 행정과 같은 공적 영역에서의 탈종교는 지켜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인도처럼 공생의 바탕이 깨어질 것이다.

(2008. 8. 25. 굴바르가에서 방갈로르로 향하는 기차에서)

힌두교냐, 불교냐(Hindutva or Dhammatva)?

오늘 아침까지 인도 뭄바이의 테러 희생자가 119명이라고 한다. “이제 인도는 그 어디고, 그 언제고 안전하지 않다!”(혹시 방학 중에, 인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학생들은 충분히 계획 자체를 재검토하거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데칸 무자헤딘’이라는 단체가 자신들이 소행이라는 이메일을 언론사에 보냈다는 보도도 있고, 알 카에다 연루설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세계의 거의 모든 분쟁의 이면에 종교가 개재되어 있다. 모든 종교는 평화를 말하는데 왜, 그 종교들로 인한 분쟁을 야

기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품은 채 인도를 보면, 인도사회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금년 여름 내가 인도를 방문하고 있을 때도, 인도 동부 오릿사(Orissa)주에서는 힌두교도들의 ‘가톨릭교회 습격사건’이 일어났다. 교회와 크리스찬들의 집들이 불에 탔다. 모두 56명이 죽었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일하던 한 여성은 심지어, 산 채로 불태워졌다. 이 사건에도 종교 간의 갈등이 배후에 놓여있다. 힌두교와 다른 종교의 갈등의 뿌리에는 ‘인도’라는 나라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놓여있다.

혹시 우리도 ‘인도 = 힌두교의 나라’, 이러한 등식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은 사실도 아닐 뿐더러, 심지어 위험하기까지 한 생각이다. 인도는 힌두교도들만의 나라가 아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인들의 나라다. 만약 그 어떠한 종교도 신앙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또한 그들의 나라이다. 그런데 힌두 근본주의자/힌두 지상주의자들에게 인도는 ‘인도 = 힌두교의 나라’여야 한다(는 이데올로기를 힌두트바/Hindutva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성국화(聖國化) 운동을 해왔다. 그들 눈에는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첫 번째 가시고, 간디주의(Gandhism)가 두 번째 가시다. 마하트마 간디 역시 인도는 힌두교만의 나라가 아닌, 모든 종교가 공생(共生)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힌두트바 이데올로기는 독립 이전부터 존재해 오면서, 이슬람과의 사이에 분열의 골을 넓혔고 결국 분리 독립을 초래했다. 이후에도 정치적 힘을 가지면서 ‘인도의 힌두교 국가’화를 줄기차게 (폭력적으로까지) 행해오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힌두트바 이데올로기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서이다. 철저히 벗기고 있다. 제목의 ‘힌두트바’는 힌두교 원리주의 내지 힌두적 정체성 등으로 번역할 수 있지만 내가 굳이 ‘힌두교’로 옮긴 것은, 저자가 힌두트바만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그 토대인 힌두교 자체까지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나보다 과격하다. 나 역시 힌두교를 비판적으로 말해왔으나, 어디까지나 비힌두교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윤리와 관련해서일 뿐 종교적 신념의 영역에 대해서는 노코멘트였다. 그런데, 그는 그 부분까지 비판하고 있다.

“힌두트바에서 벗어나 담마트바에 의지하라!” ‘담마’는 불교의 언어이다. 힌두교에서는 ‘다르마’로 말한다. 힌두교와 달리 불교는 비폭력적이고(힌두교는 ‘정의를 위한 폭력’을 용인한다), 정치권력과 거리를 두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장은 간디주의와 공유하는 측면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담마트바는 종교의 탈정치화이자 정치의 탈종교화이다. 종교로부터 벗어난 정치, 이는 정교분리이자 세속국가론이다. 인도는 그렇게 세속국가로 독립하였다. 그럼에도 그것이 위협받아왔던 것이다. 저자는 그 ‘인도 = 세속국가’를 지키고 싶어 한다. 나도 ‘한국 = 세속국가’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소개하고 싶고, 번역도 하고 싶다.

(『동대신문』 2008. 12. 1)

대한민국, 세속국가냐 神政국가냐

어떤 정부에 대해서도 시위와 반발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받은 시위와 반발의 목록에는 우리의 현대사 최초로 등장한 것이 있었다. 바로 종교편향에 대한 반발과 시위이다. 이 역시 그 이전 정부 아래서 더러 문제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 정부만큼은 아니었다. 전국에서 20만이 넘는 불교도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서 정부의 종교편향 정책을 규탄하였다.(2008. 8. 27)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깊은 유감을 표명하면서 시정을 약속하였다. 불교 역시 그의 사과를 나름대로 성의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따라서 표면적으로 볼 때, 종교편향을 둘러싼 현대사 최초의 저항운동과 그로 인한 사회불안 양상은 가라앉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우리 모두의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하는 곳이 아닌가 생각된다.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과연 미래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의 나라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더 심사숙고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시점이다.

물론, 이미 그 해답은 제시되어 있다. 바로 「대한민국헌법」에서이다. 제1조(Article 1)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The Republic of Korea shall be a democratic republic.”(이 「헌법 1조」는 9차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바뀐 일이 없다고 한다.)로 되어 있으며, 前文에서는 우리나라가 3.1운동 이후 성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은 세속(secular)국가라는 말이다. 그 어디에 기독교정신을 이념으로 해서 국가를 경영해 가야 한다는 성국화(聖國化)의 이념이 제시되어 있다는 말인가? 다시 말하면 대한민국은 중세의 유럽이나 현재 일부 이슬람국가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新政(theocracy)국가가 아니라는 선언이다.

그렇기에 「헌법」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 ․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컨대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교회

를 나가지 않는 어린 학생들이 기독교를 신앙하는 교사로부터 종교적 차별(religious harassment)을 받고 있다.(sexual harassment가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의 침해로서 법에 따라서 벌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religious harassment 역시 법에 의해서 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사실 “이 도시를 복음화하자!”, “이 나라를 복음화하자!”는 구호는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다만 그 구호가 그렇게 종교적 修辭로만 기능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철저히 私人인 종교인들에 의해서 성서의 진리를 전함으로써만 이루어내야 한다. 거기에 어떤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는 公人들을 활용하거나 제도적 권력을 이용하려고 해서는 아니된다. 지금의 聖市化, 聖國化가 저항을 불러오는 것은 일부 기독교인들이, 장로이기도 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국가권력을 이용해서 기독교를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빌미는 서울시장 당시의 ‘서울시 봉헌’ 발언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한다.

하여튼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언젠가는 「헌법」이 개정될 것이다. 그때 는 아무런 저항세력이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에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때’가 되기까지 끝없이 헌법의 정신이나 규정을 짓밟아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남북의 분열, 지역 간의 분열, 경제적 양극화 등에 이어서 종교에 따른 분열과 갈등을 심각하게 경험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종교편향의 피해당사자는 “불교”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렇게 만들어도 좋은 것일까?

지금과 같은 종교편향이 이어진다면, 우리나라는 인도와 같은 나라의 전철을 밟게 될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인도 헌법 역시 세속국가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힌두교의 나라도 이슬람교의 나라도 아니다. 국가의 경영 원리는 종교와는 무관하고, 모든 사람들이 종교를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힌두교에 의한 성국화를 요구하는 보수 힌두교도들의 시도로 인해서 점점 분열과 폭력은 심화되고 있다. 이슬람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가 이어진다. 금년 8월에도 동부의 오릿사(Orissa)주에서는 힌두교도들에 의한 가톨릭교도 습격사건이 있었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죽었으며, 집이나 교회는 불탔다. 심지어 고아원에서 일하는 한 아주머니는 산 채로 불태워졌다. 이러한 혼란은 앞으로 점점 악화되면 악화되었지, 다양성이 공존하는 평화로운 인도로의 복귀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면 좋을까?

나는 지난 여름 인도의 한 도시에서 그 지방 신문을 통하여 서울시청 앞에 모여든 스님들의 사진을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 대한민국은 인도와 같이, 종교문제로 인하여 갈등하고 분열하고 죽이고 살리는 나라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염원하였다. 과연 대한민국은 다양성이 존중받는 세속국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다양성이 압살되는 신정국가로 되어 갈 것인가? 그 열쇠는 건전한 시민들이 쥐고 있다. 종교편향 문제가 단순히 불교가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의 건전한 시민들은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동국 포스트』)

힌두교와 불교에서의 권력과 탈(脫)권력

연구의 목적

2008년 4월 9일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일이었다. 개표방송이나 신문보도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매우 중요한 하나의 ‘실험’이 행해졌다. 2004년 총선 당시의 ‘한국기독당’의 출현에 이어서 기독교(=개신교)를 기반으로 한 기독당과 통일교를 기반으로 한 평화통일가정당이 출사표를 던지고, 현실정치의 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다음 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비례대표의 선거결과이다.

표 : 제18대 비례대표 선거결과

통합민주당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친박연대	기독당	진보신당	평화통일가정당
4,313,645	6,421,727	1,173,463	973,445	651,993	2,258,750	443,775	504,466	180,857
25.17%	37.48%	6.84%	5.68%	3.80%	13.18%	2.59%	2.94%	1.05%

다행히도 기독당과 평화통일가정당은 모두 3%의 득표율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러나, 기독당의 경우에는 2.59%라는 나름대로 상당히 높은 득표율을 올림으로써, 좀더 노력한다면 19대 총선에서는 3%의 득표율 달성이 가능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을 낳고 있다.

2004년 총선에서 정당투표제가 도입되면서부터 개신교의 정당설립이 본격화되었는데,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하나님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던 일이라 한다. 그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만약 18대 국회에서 기독당이나 평화통일가정당이 국회의원을 탄생시켰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 사회는, 우리 종교계에는 무슨 일이 또 벌어졌을까? 또 불교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불교도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라고 하면서, 대응차원에서 19대 총선에서는 불교계 정당을 조직하여 총선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것인가? 그러한 주장이 현실화될 것인가? 어디까지나 가상의 이야기이긴 하나, 적어도 불교계 일각으로부터 불교계 정당의 창당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될 수도 있을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서구에서의 근대화나 민주화의 과정은 정교일치의 중세를 넘어서려는 관점에서, 교회와 정치의 분리, 즉 정교분리의 길을 밟아왔던 것이다. 그런 점을 생각하면, 종교계 정당의 출현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종교의 정치참여는 제3세계의 민주화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종교의 정치참여와는 명백히 구분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정교일치의 중세로 돌아가자는 것일까?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만약 기독당이나 평화통일가정당의 원내 진출이 가능해지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 불교계 역시 정당을 만들어서 ‘불교의 이름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논의가 일어난다면, 그때 내걸 수 있는 명분은 무엇일까? 이 글은 바로 이러한 컨텍스트를 염두에 두면서 현실정치에의 직접 참여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왕법(王法, rājadharma)과 해탈법(解脫法, mokṣadharma)을 함께” 실천하려는 힌두교의 재가주의적 입장과 현실정치에의 직접참여를 배제하고서 “오직 해탈법(=불법)만을” 추구했던 불교의 출가주의적 입장을 대비한다. 그럼으로써 출가에서 불교의 정치적 입장을 재정립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불교계 정당의 반(反)불교

법화계 교단인 창가학회에 기반한 공명당 역시 ‘불법에 의한 정치’라는 꿈을 표방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그러한 꿈의 현실화는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현실 정치에의 참여가 불법을 배반하는 양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사례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일본불교계의 반응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2003년 3월 일본 교토에서,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을 시청하게 되었다. 과연 당시 일본의 불교계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사히신문(朝日新聞)』 2003년 3월 20일, 석간 3판 20면은 다음과 같이 불교계의 동향을 전하고 있다.

교토부(京都府) 내의 일련종이나 법화종의 승려 약 120명으로 구성된 ‘교토

입정평화회(京都立正平和會)’도 18일,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 공격의 철회를

요구하는 요청문을 미국대사관 등으로 보냈다.

“불타의 불살생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모든 무력공격에 반대한다.” 정토종 본

원사파(본산 : 西本願寺, 京都市)와 진종대곡파(본산 : 東본원사, 同)는 19일 미

국 등에 의한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람들이 서로 목숨

을 빼앗는 어리석음을 슬퍼하며,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는 본

원사파. 대곡파는 공격을 지지하는 일본정부의 방침에 대해서 “전쟁포기의 이

념을 짓밟는 행위”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서산정토종(총본산 : 광명사)이나 임제종 묘심사파(본산 : 묘심사), 조동종(대

본산 : 영평사, 총지사)은 제각각 종의회 등에서 평화적 해결을 요망하는 성명

을 채택. 창가학회는 국제정세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무력행사가 시작되면

신속히 전쟁종결을 구하는 코멘트를 낸다”고 한다.

현실의 국제정세나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 일본의 많은 불교계 종단이 반대성명을 내는 것 자체도 정치적인 함의를 갖는 행동이다. 그러나, 그러한 불교의 정치참여는 제3세계의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나 지금도 여러 종교계가 보여주고 있는 일종의 시민운동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을 만들어서 행하는 정치참여와는 다르다고 본다. 할 수 있는 일이고, 어떤 면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행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경우에 따라서는, 종교가 민의를 대변하면서 현실정치의 권력을 경계하고 제시해야 할 하나의 견제세력이라는 의미를 인정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론에서 말한 것처럼 그러한 종교의 정치참여와 종교가 정당을 만들어서 권력을 소유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참여는 엄연히 다르다고 나는 본다.

나는 앞에서 소개한 『아사히신문』 기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비평한 일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서 살필 대목은 법화종단들의 움직임입니다. 니치렌(日

蓮)은 몽고 침입 전야의 불안한 일본사회에서 『법화경』에 의지하여 현실참여

를 주장한 근본주의자입니다. 그의 사상을 이은 일련종이나 법화종 계통에서는

부처님의 불살생의 이념에 입각하여 공격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니치렌을 이었다고 하더라도 창가학회의 입장은 다소 다릅니다. ‘공격을 반대한

다’는 분명한 입장표명이 없습니다. ‘국제정세를 지켜보겠다’는 이야기는 현실적

인 이야기일 수는 있으나, 이상을 지켜 가야 할 종교단체에서 할 소리는 아니

라고 나는 봅니다. 종교단체마저 현실논리 속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누가 균

형을 잡을 것입니까. [----] 공명당의 당수가 TV에 나와서 이렇게 말하더군

요. “일이 이렇게 된 데에는 이라크의 책임이 크다. 그리고 고이즈미 총리의 고

뇌에 찬 결단에 동의한다.”

같은 니치렌의 후예라 하더라도 현실대응의 목소리는 다르게 나왔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어쩌면 창가학회는 공명당이라는 정당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공명당이 “이라크 공격을 지지하는 고이즈미에 반대한다”고 하면서, 자민당과의 연립정권으로부터 뛰쳐나와서 야당이 되지 않는다면, 중생제도를 표방하면서 정당을 만들어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는 바로 그 자체가 애당초의 목표를 배반해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기에는 이미 권력의 맛을 알아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하여튼 이러한 창가학회와 공명당의 사례를 통해서 보더라도, 현실정치에서 정당을 만들어서 참여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표방한 목표에 배반하기 쉽다는 점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왜 그토록 왕법과 해탈법의 겸수를 추구하는 것, 즉 해탈법을 추구하면서도 재가의 왕법을 포용하는 것을 비판하는가, 그 이유를 여기서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싯다르타 태자도 비판한 것처럼, 이라크 전쟁에 대한 창가학회와 공명당의 입장은 불교적 출가가 아닌 힌두교적 출가(=왕법과 해탈법의 겸수)를 선택하게 될 때 어떤 문제에 봉착하게 될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권력욕이라는 세속적 욕망에서 완전히 벗어나 사람이라면 해탈법(=불법)만을 전수하면서, 권력으로부터 民을 보호하고 대변하는 차원의 정치참여 --- 여기에서도 스스로 권력화의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자각하면서 가능한 한 정치권력화하지 않도록 부단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 만을 해야만 불교의 중생제도라는 본의에도 부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한 이념을 함의하고 있는 사건이 곧 해탈법(=불법)만을 닦자고 하는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이며, 그것을 잘 형상화하고 있는 『붓다차리타』의 관점인 것이다.

[김호성]

애당초 불교대학원 측의 제목은 "불교와 정치의 상생"이었습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