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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부로 퇴임을 앞두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항상 A4 용지에 얼굴을 묻고 텍스트를 읽는 방송국 아나운서 같은 이미지로 필자의 뇌리에 남아 있다.
퇴임 후 현실 정치의 소용돌이를 떠나 조용한 삶을 희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소망과 어울리는 우화를 통하여 통치권자인 문대통령과 함께한 지난세월을 반추해보려고 한다. 러시아 우화 작가 크뤼로프의 우화입니다.
옛날 어떤 고관이 죽어서 푸르톤(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하의 신)이 지배하는 나라로 먼 여행길에 올랐다.
그리하여 사후 세계관습대로 지옥의 법정에 출두한 그는 신문을 받았다.
지옥의 재판관 아이코스가 준엄하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온 누구냐?”
“저는 페르시아에서 태여 났으며 총독을 지냈습니다.”
“고관 이렸다! 그럼 죄악 투성이겠구나.”
재판관이 중얼거렸다. 그건 거의 맞는 말이었다. 고관 치고 선한 자는 극히 드물었으니까 말이다.
페르시아의 총독을 지낸 고관의 안색은 새파랗게 질렸으며 온몸은 학질에 걸린 것처럼 덜덜 떨었다.
하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자신을 변호했다.
“고귀하신 재판장님, 제 자신이 나라를 다스린 적이 없습니다.”
“그럼 누가 다스렸단 말이냐?”
“모든 일은 비서관에게 위임하고 있었습니다.”
“너는 그동안 무얼 했는고?”
“저는 비서관이 내미는 서류에 그저 서명만 했을 뿐입니다.”
“그래? 이자를 즉시 석방하여 천국으로 보내라”
이 판결을 우연히 놀러 왔다가 본 메르클리우스는 신이라는 신분도 잊은 채 버럭 외쳤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재판이란 말이오? 도대체 신성해야 할 지옥의 재판이 이처럼 엉터리라니……
아이아코스가 말꼬리를 잘랐다.
“그게 무슨 말씀이오? 당신은 올림프스의 현명한 신들 가운데 한 사람 답게 이 사건을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나 보군요. 당신은 아직도 모릅니까? 이 고관이란 자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멍청이였다는 것을.
만약 이자가 그처럼 크다란 권력을 가지고 불행하게도 정치에 손을 대었더라면 어떻게 되었겠 소? 그 지방 전체를 파멸로 몰아넣었을 것은 보나 마나요.
자비심이 많기로 소문난 당신은 아마 그곳에 상황을 보았다면 눈물로 밤을 꼬박 샜을 거요.”
메르클리우스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자 아이아코스는 결론을 내렸다ㅡ.
“이 자는 정치에는 손을 전혀 대지 않았소. 그렇기 때문에 천국에 들어 갈 자격이 있는 거요.”
문재인 대통령의 안보분야 비서정치의 인적 구성을 보면 초기에는 정의용 안보실장/서훈 국정원장 체재이고 후반부에는 정의용 외교부장관/서훈안보실장이 핵심인물이다. 10여년전 노무현대통령이 “남북관계만 잘되면 다른 것은 깽판쳐도 된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 노무현 정부 2기격인 문재인 대통령도 불가역적인 남북교류활성화에 국정의 최고우선순위를 둔 것 같은 강박관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이 추진하는 북한의 비핵회 진도 보다 앞서려는 의욕 때문에 한국 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 loophole을 찾느라 미국과 비핵화의 team spirit에 틈새가 생기며 때로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2018년 3월 8일 저녁 백악관 잔디밭에서 긴급브리핑을 취재하기위해 대기하던 출입기자들 앞에 대한민국 정의용청와대 안보실장이 서훈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섰다. 정의용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서 2018년 3월 5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했다고 설명했다. 정의용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항구적인 비핵화 실현을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5월에 만날 것이라는 사실도 알렸다.
앞서 정의용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네 가지를 분명하게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네가지는 첫째, 확실하게 비핵화를 할 것이다. 둘째, 더 이상 핵 그리고 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 정기적인 한미 연합 훈련은 해도 좋다 그리고 넷째, 김정은 은 트럼프와 회동을 매우 바란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2018년 6월12일 미국과 북한은 제1차 회담에서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김정은이 자신이 남한에서 한미연합 훈련이 있을 때 마다 강경파들에게 시달려야 한다는 투의 이야기를 꺼냈고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동의하여 한미 연합 훈련이 중단되는 변고가 발행 한 것이다. 한미연합훈련 중단 소식은 국방부 장관 마티스와 군관계자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북한에게는 큰 성과 이였기에 이때 미국권력의 중심부가 허술하다는 인상을 김정은이 받았을 것이다. 이 일이 아마도 김정은에게 추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 낙관적인 희망을 가진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론을 해 볼 수 있다.
2019년 2웛말 하노이에서 열린 미북 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첫째,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반출하고 관련 시설을 완전히 해체할 것.
둘째, 모든 핵 활동과 새로운 시설의 건설을 중지 할 것.
셋째, 핵개발 계획 포괄적신고와 미국과 국제 사찰단의 완전한 사찰을 허용 할 것.
미국은 이에 대한 보상조치로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종전선언과 연락 사무소 설치를 하고,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면 경제지원도 한다는 입장이다.
김정은 은 트럼프의 제안을 거부하고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조건으로 유엔의 제재를 풀어 달라고 요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No Deal을 선언하여 회담이 결렬되었다.
2018년 3월5일 김정은 위원장이 정의용/서훈 대북 특사를 맞아 배핵화를 약속했다는 비핵화계획은 하노이에서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괄타결식 비핵화 제안을 거부하여 김정은의 비핵화약속이 거짓임이 드러났다.
폼페이오 미국국무장관이 정상회담 조율 차 평양을 방문했을때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북한판 마샬플랜’을 통해 ‘대통강의 기적’을 이룩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약속은 북한의 개혁 개방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토이카로 개혁개방에 성공했으나 소련 연방은 해체되었다. 김정은의 전략은 행동대 행동 원칙 즉 부분적 비핵화에 상응하는 부분보상을 요구하다 비핵화의 진전으로 수령 체재를 붕괴하는 위험의 징후가 보이면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비핵화를 포기할 수 있는 다시 말하자면 김정은이 주도권을 갖는 점진적인 바핵화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정의용 문대통령 안보실장이 트럼프 대통에게 전달(debriefing)했기 때문에 하노이 회담 결렬에 대해서 우리 정부도 김정은의 의도를 오판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김정은이 하노이 회담의 결렬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언행을 절제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것도 하노이 회담에서 체면을 구긴 김정은의 화풀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회담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즉석에서 중단 동의한 싱가포르 회담때와 전혀 다른 모습으로 회담을 주도하며 김정일의 의표를 찔렀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대륙간 미사일(ICBM) 발사로 소집된 국회 외교 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정의용 외교부장관(전 청와대 안보실장)은 “ICBM발사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공식사망’이라는 국민의 힘 조태용 의원의 지적에 대해 “평화프로세스가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이르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또 국민의 힘 김석기 의원이 “대응이 잘못되었다고 시인하고 반성하라”고 지적하자 “다른 대안이 있다고 보지 않는 다”고 맞섰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이 무기개발을 할 시간만 벌어 줬다”는 지적에 대해 “대화로 평화적 해법을 추진하려던 노력을 폄하할 수 없다” 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김정은은 북한핵을 둘러싼 한미공조가 긴밀하지 않으면 양국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선대의 유훈을 금과옥조처럼 받드는 백두혈통의 전통을 생각할 때 1969년 김일성이 간첩 및 공작원 연구소인 정치군사대학을 방문해서 행한 ‘갓끈전술’에 대해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는 4월15일로 탄생 110주년을 맞는 지금은 고인이 된 김일성은 위 군사 대학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남조선 정권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개의 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사람의 머리에 쓰는 것이 두개의 끈 중에 하나만 잘려도 머리에서 날아 가 버리듯이 남조선 정권은 미국이라는 끈과 일본이라는 끈 중에서 어느 하나만이라도 잘라 내기 위한 ‘갓끈전술’을 써야 한다. 김일성이 갓끈 전술의 중요성을 언급한 이후 북한 당국은 한국과 미국, 한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 시키기 위한 반미, 반일 투쟁을 독려하기 위한 심리전 공작 즉 선동 등 공작을 남한 혁명 차원에서 다양하게 전개 해왔다.- 유동열, 반일로 완성되는 북한의 갓끈 전술에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로 보아 싫으나 좋으나 굳건한 한미 동맹의 토대 위에 대한민국의 국가 안보의 백년대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쯤해서 “적장의 말을 그대로 믿는 어리석은 지도자는 반드시 패배한다”는 준엄한 교훈을 역사적 사실을 통하여 살펴보려고 한다.
영국보수당 출신 수상(1937-40) 체임벌린(Chamberlain, Arthur Neville))은 대외정책에서 유화정책(appeasement policy)를 구사하여 한때 영국 국민들 사이에 인기 가 절정에 달했다. 히틀러가 독일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드(Sudetenland) 할양을 요구했을 때 체임벌인은 1938년 9월에 뮨헨조약을 체결하며 독일의 요구를 수용하고 히틀러의 영토 욕심이 가라 앉기를 바랬다.. 체임블린은 뮨헨조약을 체결하고 귀국길에 자신이 ‘명예로운 평화(peace with honor)’ ‘우리시대의 평화(peace for our time)’를 얻어 냈다고 선언했다. 그가 베를린에서 히틀러와 회담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영웅의 귀향과 같은 환영인파로 가득했다.
그러나 소수의 영국의회 의원들은 이러한 낙관적인 기대감을 우려했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윈스턴 처칠(Churchill, Sir Winston Leonard Spencer)이었다. 1939년 3월 독일이 체코의 나머지지역 마저 점령해 버리면서 체코에 대한 독일의 팽창주의가 제한이 없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되었다. 독일의 폴란드 침공에도 불구하고 체임벌인은 독일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최후의 협상을 시도하고자 했다. 체임벌인은 나치가 마지노선을 넘지 못할 것으로 보았지만 독일군은 마지노 라인을 우회했고 영국-프랑스군은 독일군에 패퇴했다. 1940년 4월 히틀러는 덴마크와 노르웨이를 함락시켰다.
체임벌인은 히틀러에 대한 자신의 정책적 판단의 실수와 그에 따른 권위의 실추 그리고 정치적 유연성의 부족으로 1940년 5월 8일 노동당이 체임벌인 내각에 대해 제출한 불신임 결의안이 의회에 회부되었다. 체임벌인은 281대 200으로 불신임을 물리 쳤다. 그러나 보수당 의원가운데 33명이 불신임결의안에 동조했고 또다른 65명은 기권했다.
체임벌인은 불신임 표결에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당내에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1940년 5월10일 체임벌인에 뒤를 이어 처칠이 당권을 계승했다.
외신 보도에 의하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폴란드와 독일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다. 독일은 제2차대전중전후 나치독일에 의한 폴란드 침공 등 과거사를 사과하고 배상했으나 폴란드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쿠라이나에서 탈출한 피난민을 가장 많이 수용하고 있는 폴란드는 ‘경제대국’독일이 우크라이나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 다는 점도 크나큰 불만이다.
수상으로 취임한 사흘뒤인 1940년 5월13일 처칠은 의회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했다. 당시 영국은 유럽에서 사실상 단독으로 독일과 싸워야 할 상황이었다.
“나는 이 정부에 참여한 장관들에게 이야기했던 대로 의원 여러분들에게 다시 말합니다. 나는 피,눈물, 띰(blood, toil, tears and sweat) 밖에 는 달리 드릴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가장 심각한 시련을 앞두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투쟁과 고통을 앞두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묻습니다. 우리의 정책은 무엇인가? 나는 말합니다. 육상에서, 바다에서, 하늘에서 신이 주신 우리의 모든 힘과 능력을 동원해 사악하고 통탄스런 인간의 범죄 목록에도 유례가 없는 저 괴물과 같은 독재자를 상대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 이것이 우리의 정책입니다.”
히틀러가 독일인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는 이유로 체코슬라바키아의 주데텐란드(Sudetenland)의 합병을 요구한 역사적 사건과 소련이 푸틴이 친 소련의 자치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무단 침공한 사실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와 같이 역사는 반복됩니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에만 몰두하여 적장인 김정은이 약속을 위반하여 ICBM을 쏘면서 미치광이 같이 행패를 부려도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 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3일 조선 중앙 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지난 1일 남조선 국방부장관은 우리 국가에 대한 ‘선제타격’ 망발을 내 뱉으며 반공화국 대결 광기를 드러냈다” 며 “남조선 국방부장관이라는 자가 함부로 내뱉은 망언 때문에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부부장은 “핵보유국을 상대로 ‘선제타격’을 함부로 운운하며 저들 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을 망솔한 객기를 부린 것” 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북한의 핵보유선언을 민족의 핵이라고 두둔하거나 느긋하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영국의 체임벌인(Chamberlain, Arthur Neville) 수상과 같이 명예로운 평화(peace with honor)를 부르짖던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무엇인가?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만큼 현재 닥친 위기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형해화된 한미동맹을 복원하여 북한의 핵 위협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이웃이 불량해도 마음대로 이사 갈수 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