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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은평구 역촌중앙시장에 위치한 열린선원의 3주년 기념법회에서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이 법어를 하고 있다. |
태고종 교류협력실장 법현 스님. 대학을 나와 불교에 귀의한 뒤, 일찍부터 레크리에이션을 통한 대중포교에 나서며 마당발로 통하는 스님이다. 태고종 안에서뿐만 아니라 다른 불교종단이며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 등 민족종교 인사도 폭넓게 교유하고 있는 법현 스님은 그 왕성한 활동력 덕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스님이기도 하다.
그 바쁜 법현 스님이 3년 전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허름한 상가 2층에 ‘열린선원’을 마련했었다. 그 후 이 선원은 법현 스님의 타고난 열과 성이 결실을 맺는 입전수수의 현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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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선원 원장 법현 스님. 3년 동안의 정진 끝에 저자거리 포교의 새 전기를 마련해나가고 있다. |
6월 6일은 열린선원이 꼭 개원 세 돌을 맞이하는 날. 법현 스님이 선원의 원장으로 ‘저잣거리 포교’를 선언한 뒤 시장 상인이며 손님들과 허물없이 함께 한 지가 벌써 3년째가 된 것이다. 이날 열린선원에서는 개원 3주년을 자축하는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아직은 부족한 게 많아 떠들썩하게 행사를 벌일 처지는 아니지만, 역촌중앙시장을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잔치를 마련했다. “3년간의 시장포교에서 이룬 것보다는 모자란 게 더 많다.”는 법현 스님은 최근 사랑하는 평생도반을 떠나보낸 슬픔을 딛고, 또 이곳에서 지낸 3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다잡는 전기를 삼고자 신도들과 함께 차근차근 행사준비를 해왔다. 마치 출발선상에 선 육상선수가 스타트에 앞서 숨을 고르듯이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사실 홍가사(태고종 스님들의 가사색깔이 붉은 데서 나온 말)를 입고 저자거리 포교를 한다는 것은 녹록한 일이 아니다. 조계종이란 ‘간판’이 수행이나 포교에 엄청나게 큰 프리미엄으로 작용하는 불교계의 관행에서 태고종을 내걸고 도심포교에 도전한다는 것은 사실 무모한 일에 해당한다. 적어도 법현 스님이 열린선원을 개원하기 전까지는 그 관행은 사실 공식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홍가사를 입고도 얼마든지 포교가 가능하다는 것을 법현 스님이 3년만에 보여준 것이다. 홍가사를 휘날리며 재래시장을 휘젖고 다니는 법현 스님의 부지런함과 감화력 앞에 늘 민생고에 시달리는 시장의 민초들이 심신의 고초를 내맡기기 시작했으니, 사실 이것은 불교계에서는 하나의 사건이다.
그런데, 법현 스님이 펼치는 포교가 흔히 태고종 하면 떠올리는 기도와 재를 위주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의 원력은 중생의 지친 심신을 위로하고 보살펴 주는 것이라는 종교의 초보적인 기능에 더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르게 전해, 중생들의 삶을 질적으로 전환시켜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선원 개원 후 줄곧 진행해온 3∼6개월 과정의 열린불교아카데미 수료자는 벌써 150명을 넘는다. 불교 기초교리와 사찰예절,1박2일 코스의 템플스테이 과정을 거쳐야만 수계할 수 있어 조금은 까다로운 강좌이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지방에서도 찾아오는 이가 있을 정도다. 선원의 문은 이름처럼 늘 열려 있다. 초파일법회를 비롯해 빈번히 열리는 일반 법회 때도 열린선원에서 기독교 등 이웃종교 인사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청강연회, 출판기념회,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각종 대외적인 행사 등 열린선원이 펼치고있는 행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열린선원의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숱한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선원을 찾아왔다가 다른 절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고는 발길을 돌리는 이들도 없지 않았다. 발길을 돌리는 상인들과 손님들을 설득해 다시 선원으로 찾아들게 하기까지 고충이 적지 않았다.
“오늘처럼 이렇게 많은 불자들과 함께 법회를 보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때는 저 혼자 법회를 한 경우도 있었다.” 법현 스님은 시장 안 포교당을 이끌며 맞닥뜨렸던 애환을 이 한 마디로 설명했다. 법회시간에 신도 한 명도 없이 법사 혼자 앉아 법을 설했다니. 그 때의 심정은 도심포교를 해 보지 않은 이들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법현 스님의 표정은 잠시 무거움과 회한이 흘렀다.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었으랴.
법당을 찾아왔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들르지 않는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사방팔방 찾아다녔던 일, 개원 이후 시장 경기회복을 기원하는 ‘재래시장 활성화 천도재’를 봄가을 두 차례씩 꼬박꼬박 지내며 그들과 함께 애환을 함께 했던 일 등은 잊지 못할 기억들이다.
전통의식을 종가를 자랑하는 태고종 소속 스님답게 명절 때는 술 대신 차 올리기 운동도 줄기차게 펼쳤다. 법현 스님이 주창한 ‘차례에 차 올리기’ 운동은 교계뿐만 아니라 일반으로 가정으로도 확산 중이다.
“불교는 부처님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진리와 서있는 자기 자신에 의지한다는 특성을 갖지요. 바로 법등명 자등명(法燈明 自燈明)의 가르침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식부터 스스로 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스님의 도움 없이 신도들이 스스로 불교의식을 하는 것이지요.”
법현 스님의 이 같은 소신은 출생부터 죽음 이후까지의 평생의례와 불교경전, 찬불가 등 불교의식을 하나로 묶는 법요집을 만들겠다는 원력으로 이어졌다. 현재 법요집 간행을 위한 준비가 착착 진행 중이어서 머잖아 출간될 예정이다. 법당과 복도 공간을 활용해 대장경이며 불교사전, 수행·의식서들을 비치한 작은도서관을 단독공간으로 확장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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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불교계의 큰어른으로 존경받고 있는 성운 스님이 열린선원 3돌 법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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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의 거장이자 최고 마당발로 명성이 높은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아카데미 교장 및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도 열린선원 3주년 기념법회에 동참해 발전을 기원했다. |
지난 6일 열린 3주년 기념행사에는 태고종 총무원장이자 법현 스님의 은사이기도 한 운산 스님의 초청법문이 있었다. 맏 상좌가 펼치고 있는 시장포교의 현장을 찾아온 은사의 표정은 뿌듯해 보였다.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초라함을 아주 벗지 못했지만 활기차게 돌아가는 선원의 모습을 보면서 은사는 법문 주제를 ‘가난함과 넉넉함’으로 정했다.
“검소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가난하더라도 항상 부잡니다. 사치한 이는 재산이 많아도 늘 부족합니다. 스스로 지족(知足), 즉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진정한 빈부는 마음이 얼마나 너그럽고 선한가의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허름한 재래시장의 상가건물에 비좁게 자리하고 있지만 넉넉한 마음, 열린 마음으로 운영되는 열린선원과 이곳의 신도님들, 선원과 인연된 대중들은 가장 넉넉한 절에 다니는 부자라는 말씀이었다.
찬사가 이어졌다. 은평구 불교계의 큰어른인 삼천사 성운 스님과 이 지역 국회의원인 이미경 의원, 문화계의 마당발로 고명한 박물관협회 김종규 명예회장(삼성출판사 회장), 삼성봉사단 한용외 사장 등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열린선원의 3돌을 축하하며 법현 스님의 노고를 아낌없이 치하했다. 축사라는 것이 보통 주인공을 한껏 높여주는 의도가 있는 절차라는 점이 아주 없지 않지만 이날의 축사는 달랐다. 축사에 나선 인사들 모두가 진심으로 법현 스님의 노고와 성과에 감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념법회에 이어 열린 축하공연에서는 소프라노 권혜준, 국악인 한계명·한인식, 니르바나필 강형진 단장과 단원들 의 노래와 연주가 진행됐다.
퇴락하는 재래상가가 발산하는 저녁노을 같은 기운도 이날은 말끔히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열린선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가득했다. 2008년 6월 6일 오후, 역촌중앙시장은 부처님의 자비광명으로 은혜와 평화가 가득한 극락동네였다.
첫댓글 너무 잘 다뤄준 것 같지요? 감사합니다.
3돌을 축하드립니다 . 참석하지 못하여 죄송했습니다 .
작은불씨가 온누리에 가득하길...합장 올립니다.
상에 끄달리는 어리석은 중생재도 하기 힘드시지요. 스님 목소리에 비해 연세가 들어 보이셔요.스님! 아자아자 !! 힘 잃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