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보호해주지도 못하는데 돈 쓰지 말라는 겁니다. 돈 낭비 하지 마세요. 건강과 질병을 예방하려면 그 돈으로 차라리 과일이나 채소를 사세요.”
건강 챙기려고 평소에 각종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효과를 두고 주장들이 엇갈리고 있다. 음식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비타민제를 먹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질병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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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양제로 평가 받아 왔던 비타민. 그러나 그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히려 해가 된다는 주장도 많다. ⓒ위키피디아 | 비타민을 비롯해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는 마니아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일지도 모른다. 미국 정부가 추천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예방의학 패널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타민이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예방효과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비타민 효과, 증거 충분하지 않아
의학 관계자들로 구성된 패널 예방의학전문위원회(PSTF,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비타민 등 건강보조제의 단독, 또는 혼합복용이 그런 질병의 진행을 억제한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
보고서 초안에 나타난 권고 사항이다. “조사는 영양부족이 아닌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개별적으로, 또는 기능적으로 혼합 복용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심혈관계 질환이나 암 위험이 억제되는 효과를 입증할만한 증거가 많지 않았다.”
패널 공동의장이자 미주리 대학 의학 교수인 마이클 르페브르 박사는 뉴스위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암이나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기대를 갖고 개별 건강보조식품이나 멀티 비타민을 복용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알약 복용이 고른 영양섭취와 똑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비타민 E는 두 질환 모두 예방하지 못하며 베타 카로틴은 “오히려 해로울지 모른다”고 그는 덧붙였다. “베타 카로틴 보조제는 폐암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의 폐암 위험을 높인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미국 성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비타민과 미네랄을 복용하며 건강보조식품에 연간 281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건강보조식품의 특별한 효능 주장에 회의적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효과가 있다고 믿는 사람들 많아
하지만 일부 비타민과 미네랄에 치료 또는 예방효과가 있다고 믿는 미국인이 많다. 건강보조식품 회사들은 자신들의 제품이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한다는 투의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제품 마케팅에서 이 같은 효능을 암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위 말하는 ‘예방적 영양제’ 제품 계열이 대표적이다.
폴 오피트 박사는 건강보조식품과 대체의학에 관해 폭넓게 비판해 왔다.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의 감염병 과장이자 백신교육센터 소장인 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먹는 음식에서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다. 따라서 특별한 영양제가 필요 없다.”
이 보고서를 계기로 소비자들이 영양제를 복용하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기를 오피트 박사는 기대하고 있다. 환자들이 수술에 동의하기 전에 다른 의사의 의견을 구하듯이 말이다.
“영양제를 정말로 복용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왜 영양식품 업계는 전통의학을 의심하면서도 비타민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가? 영양제도 똑같이 같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마법의 지팡이 아니지만 건강 퍼즐 한 조각이다”
그러나 비타민의 효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많다. 영양식품업계단체인 ‘영양협회’(Council for Responsible Nutrition)’는 한 성명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상실험 증거가 부족하다 해서 멀티비타민에 효능이 없다고 오인해서는 안 된다.”
협회는 심신통합 치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양소는 다른 영양소와 결합할 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우리는 비타민을 암과 심혈관계 질환 같은 중병의 예방에 가장 중요한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라 건강 퍼즐의 한 조각으로 간주해야 한다. 비타민에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면 비단 위에 꽃, 다시 말해서 금상첨화다.”
그러나 효과가 입증된 예방적 영양제를 찾는 사람이라면 비단과 꽃 모두 사양해야 한다고 르페브르는 주장한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으라던 어머니 말씀이 옳았다.”
모두가 천연약품 업계를 크게 신뢰한다. 대다수 소비자는 수년 동안 매일 건강보조제를 복용하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상 대부분 안전한 편이다. 대다수 미국인이 복용하는 비타민이나 건강보조제와 관련해 알려진 문제는 거의 없었다.
“우리가 취급하는 제품의 안전성은 확실하게 보장한다.” 천연제품협회(NPA)의 카라 웰치 의학규제문제 담당 선임부국장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극소수 이상제품에 관한 한 기존정책으로 충분하며 정책집행이 열쇠라고 NPA는 믿는다.
영양보조식품이 불량, 또는 부정 표시됐다고 FDA가 판단할 경우 2011년 제정된 식품안전강화법(FSMA)에 따라 최장 30일 동안 제품 출하를 중단시킬 수 있다.
그 사이 더 무거운 다음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 압류(제품의 전량회수 폐기) 또는 금지명령(추후 제품생산 중단) 등이다. 그 집행을 위해 연방거래위원회(FTC)를 동원할 수도 있다.
그처럼 새로운 법규의 제정에도 불구하고 FDA는 불법 건강보조제 생산, 유통업체들에게 계속 경고장만 날려 왔다. 그리고 업체들은 대체로 이를 묵살해 왔다. 경고장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확실하다.
FDA가 USP랩스에 첫 경고장을 발송한 뒤 제품을 회수하기까지 몇 주가 걸렸다. 그동안 확인되지 않은 숫자의 다이어트 실천자들이 급성간염과 나아가 사망위험을 무릅쓰고 그 오염된 제품을 복용했다.
국내에서도 비타민 효과에 대한 논쟁 치열
한편 이런 비타민에 대한 논쟁은 국내에서도 계속 돼 왔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는 종합비타민제는 효능이 없다고 말한다.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 볼 때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E, 베타카로틴, 셀린과 같은 비타민이나 항산화 보충제를 먹는 그룹이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사망률이 5% 높았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었죠.”
명 박사에 따르면 일반적인 음식물로도 대부분 필요한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최신의 연구결과, 임상시험결과, 정보를 권고하고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과일과 채소를 음식으로 섭취하는 것들을 권장해야죠.”
특히 흡연자가 비타민A를 섭취할 경우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위험성 때문에 미국의 예방의료전문위원회(USPSTF)의 권고문에는 흡연자에게 비타민A를 복용하지 말 것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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