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아침 8시 한전 본사 옆 편의점에서 "음식 남녀 트래킹"팀이 만나기로 하였는데.
7시 30분에 택시를 탔더니 날라서 와 40분에 도착. 이어 양 윤정선생이 삼성자동차를, 조 현선선생이 SUV를 각각 가지고 나타난다. 지난번 트래킹 때 보니까 양선생의 배낭이 부실해보여 마침 집에 있던 대한신장학회 로고가 들어간 배낭을 주면서 신장학회 준회원으로 가입을 시키고. 조 정호선생이 사브에 오 찬규선생을 모시고 나타나고, 김 세헌선생까지 다 모여서 출발한다. 김 태헌선생은 이차 집결지로 바로 오기로 하고.
나는 조 현선선생 차를 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심심치 않게 앞 차를 따라 간다. 처음 새침데기처럼 보였으나 활달한 성격이다. 부산의 개금이 고향이라는 등, 취미생활을 물었더니 스포츠와 음악 연주, 의사로 좋은 취미이지요. 내가 결혼적령기에 있는 여직원들을 많이 데리고 있어 나에게 어떤 사람이 좋냐 하고 물으면 결혼상대로 절대 피해야 될 인물은 마마보이와 술버릇이 나쁜 사람이라고. 매력적인 미혼 여의사들의 결혼걱정을 다 해주고, 또 스스럼없이 경계를 풀고 나에게 자신의 일들을 이야기 하는 것을 보니까 나도 이제 늙었나보다. 조선생은 순발력 있는 운전솜씨가 여간 아니다.
이차 집결지는 의정부 예술센터, 휴일이라 주차비도 받지 않고 좋은 자리에 주차를 하니까. 때맞추어 김 태헌선생의 BMW Z4가 도착한다. 건물의 외벽에 크게 붙어 있는 포스터는 사진전과 아바의 노래로 유명한 맘마미아가 6월 25일부터 27일까지 한다고. 나는 최 정원이 주연하는 것을 샤롯데극장에서 비싼 돈을 주고 보았는데. 아름답게 꾸며 놓은 이 곳에는 대극장과 소극장, 레스트랑 등이 있다고 소개한다.
긴 굴다리를 지나면 산행의 시작이다. 아마 굴다리 위가 사패산 터널을 관통하는 서울외곽 고가순환도로. 어느 몹쓸 중이 시위하는 통에 공사가 늦어 돈은 돈대로 더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더 걸린 공사가 되었지요. 완만한 경사의 숲길, 옆으로는 계곡 물이 졸졸 흐르고, 을 지나니까 언덕의 끝이다. 첫 휴식 터인 배드민턴 경기장의 벤치에서 내가 갖고 간 원주 산 더덕 동동주와 산딸기를 깨끗이 비우고는. 지난번 서리풀공원에도 배드민턴 경기장이 자연을 훼손한 현장을 보았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이다. 국립공원 내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이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가?
산은 온통 초록의 바다이고, 주로 여럿이서, 가족끼리, 동료끼리 즐거운 표정으로 산을 오른다. 등산은 대한민국의 공통된 스포츠. 오르다 명당을 찾았다. 사방 조망이 되고 등산로를 약간 벗어나 있어 사람들이 지나다니지 않고 나무가 적당히 해를 가리는 곳이다. 이 때 오선배가 담배를 피워 문다. 옳지, 20만원을 벌었다. 끝날 때까지 세대를 태웠으니까 적어도 60만원은 번 셈, 여기에다 내가 “쉬야”까지 하였더라면 더 많이 벌었을 터 인데.
에라! 모르겠다. 다시 와인을 한 병 따고 안주를 먹으며 담배이야기가 나왔다. 김 세헌선생은 금연불가 이유가 네 가지 있다고 하는 데. 세 가지는 잊어버리고 마지막만 생각이 나는 군. 부부 싸움할 때 흡연이 도움이 된다고. 나야 뭐 그런 것 안 하니까 알 수가 없지요. 나도 금연한지 지금이 25년 째, 그동안 한대도 피질 않았는데. 오선배가 담배를 피우더라도 금방 잊어버리면 된다하는 것은 거짓말일 게다.
김 태헌선생이 양 선생이 맨 배낭을 보고 시비를 붙는다. 왜 신장학회 배낭이냐고. 혹시 내과를 하다 산부인과로 바꾸지 않았냐는 등. 그 후 사실을 알고 난 다음 자기도 신장학회 준회원이 되겠다고 한다.
개를 데리고 온 사람도 있는데 내 곁을 떠난 충견 “토토”를 생각하며 얼마나 부러운지. 양선생이 늙고 피부종양이 생겨 바깥출입도 안하던 진도개가 죽을 때가 되어 집을 나간 개를 온 식구들이 찾아 헤매었으나 결국 못 찾았다고 그리워한다. 나는 그래도 집에서 죽어서 김포까지 가서 화장하여 잘 놀던 공원에 뼈를 뿌리고 한번씩 공원을 찾아가 그리움을 달래는데. 그러고 보니 나의 대학동창이 예과 1학년 말 1월에 설악산 봉정암에서 조난, 동사하여 그 곳에 “우리의 사랑하는 벗, 이 필복군. 여기 백설위에 고이 잠들다”란 동판을 부쳤다. 그 해 가을 그 어머니가 우리 들을 불러 집에 갔더니 음식을 잘 차려 주고 나중 하시는 말씀이 지금도 대문이 바람에 덜거덕대면 “엄마”하고 부르면서 돌아올 것 같다고.
범골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 오늘의 목표지점인 조그만 바위 봉우리를 줄을 잡고 올라 사진을 찍고 회귀하기로 한다. 사패산 건너편으로는 원각사 이중 폭포도 좋다. 내려오다 다시 그 자리에서 김 세헌선생이 아들 의과대학 대신 서울공대 보낸 이야기. 김 태헌이 인물 좋은 아들을 의과대학 안 보낸 걸 잘 했다하며 여의사와 결혼하던가, 재벌의 사위가 되면 편하게 살 수가 있다고, 진작 나에게 가르쳐 줄 것이지 이제 나는 그렇게 못하잖아.
시간이 없어 사진전은 훗날을 기약하기로 하고 오선배가 미리 조사해 둔 해장국집으로 갔다 .먼저 얼음이 둥둥 뜬 시원한 콩국수는 뱃속까지 시리고, 나중에 국물까지 리필해 준다., 뜯어 먹을 것이 많은 뼈다귀해장국, 그리고 건저 먹을 왕건이가 많이 든 순대국이다. 이런 넉넉한 안주에 술이 없을 소냐. 장수막걸리 두통을 시키니까 술 마실 사람들이 안 보이네. 무려 운전기사가 4명이니까. 맛있고 푸짐한 음식에 팥빙수까지 서비스로 나와 오늘 트래킹에서 체중조절이 실패하는 순간.
다음은 우리가 들려야 할 오 찬규 서울 안과, 의정부 중심가의 새로 지은 건물의 5층. 바닥도 삐까 번쩍, 단순 직선과 기능적인 아르데코 형식의 실내장식이 예사롭지 않다. 환자대기실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자그마한 빨간 벽시계가 눈을 뜨고 내려다보고 있다. 컴퓨터, 오디오, 커피포트와 전자레인지까지 있는 원장실도 구경을 하고 또 오선배가 준비해 온 특제 안주들, 멜론에 얹은 최고급 하몽과 샐러미소시지, 크랙커에 큼직한 브리치즈, 와인은 두병을 따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피까지. 뭐랄까? 일요일 오후의 아뮤즈 부쉬이다.
무려 연배가 30여년이나 차이가 나지만 같이 산행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먹고, 마시는 데는 나이란 것은 숫자 노름일 뿐.
그 날 같이 간 여러분들 고마워요.
첫댓글 요즘 안과의사는 백내장수술이 많아서 돈을 아주 잘 벌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