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리를 널리 알리는 제1회 양미리 축제가 강원도 속초시에서 구랍 20일까지 열렸다. 축제를 알리는 애드벌룬이 파란 하늘을 수놓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관광객은 드물었다. 그러나 속초~울릉도 선착장 동명조업부두에는 양미리를 그물에서 따내는 아낙네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그리고 낚시꾼들도 방파제에 몰려 양미리를 잡느라 신이 났다. 또한 좌판을 벌여놓은 아낙네들은 축제 때 벌어 겨울을 나겠다는 희망으로 신바람이 났다.
동해안 한류와 난류가 만나는 곳에서 늦가을부터 겨울 한철 4천여톤이나 잡히는 양미리는 풍부한 칼슘과 쇠고기에 뒤지지 않을 정도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생선구이 중 으뜸이다. 겨울철 건강식으로 훌륭한 먹을거리이다.
한류성 어종인 양미리는 큰가시고기목 양미리과에 속한다. 먼바다에서 한여름을 지내고 늦가을에 속초부근으로 몰려든다. 몸길이 약 10∼25cm로 겉모양은 까나리와 비슷하고 몸은 가늘고 길다. 몸에는 비늘이 없고 옆구리 가운데에 줄이 있다. 등쪽은 갈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이다. 주둥이가 뾰족하고 아래턱이 튀어나왔다.
양미리는 얼핏보면 꽁치같기도 하고 뱀장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물속을 헤엄쳐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굵은 모래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바다의 미꾸라지로 보인다. 주문진에서 고성군에 이르는 청정해역 동해안의 수심 20~50m 지역은 굵은 모래가 많이 깔려있다. 양미리가 살기에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그래서 촘촘한 그물에 참외크기만한 돌을 매달아 얕은 바다로 던지면 모래속에 숨어있던 양미리들이 놀라서 뛰쳐나오다가 그물에 걸린다. 요즘에는 다닥다닥 붙어 나오기 때문에 새벽부터 양미리를 따내는 일손들이 바빠진다. 동해안의 항구마다 촘촘한 그물에 걸려든 양미리를 상하지 않게 기술적으로 따내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더구나 길옆에 걸어놓은 양미리 말리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속초 인근은 양미리 덕분에 늦가을부터 황금어장이 된다. 올해는 하루에 서너번씩 양미리 그물을 끌어올 정도로 풍년이란다. 특히 속초 앞바다에서 잡히는 양미리는 씨알이 굵다. 어선들의 조업 거리도 육지와 가까워 무척 싱싱함을 느낄 수 있다.
양미리는 알과 곤지가 가득배어 어른 엄지손가락보다 더 통통하다. 이러한 양미리에 소금을 뿌려 연탄화덕이나 숯불석쇠에 올려 굴려가며 구워내면 애주가들은 입이 함박만해진다.
등푸른 생선은 트리메틸아민 때문에 흰살 생선보다 비린내가 심하다. 하지만 간장과 된장으로 비린내를 억제시키거나 물로 씻으면 많이 사라진다. 또한 생강, 마늘, 파, 양파를 넣거나 맛술, 청주 등의 알코올로 비린내를 없애고 고기를 연하게 만든다.
■ 양미리 요리
양미리는 기름이 많지 않아 소금구이, 회, 볶음, 조림, 찌개 등으로 담백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소금구이는 내장을 꺼내지 않고 통째로 구워 뼈째 먹으면 칼슘과 단백질을 고스란히 섭취하게된다. 뼈 씹히는 맛과 암컷뱃속에 가득한 단감색 알이나 수컷의 하얀 내장(일명 애)을 함께 씹으면 군침이 절로 돈다.
△양미리 간장조림 : 말린 양미리를 3cm 크기로 토막을 내 간장으로 조려 반찬으로 먹으면 짭짤한데 칼슘과 단백질 보충에 큰 도움이 된다.
△양미리 김치찌개 : 향토색 짙은 찌개다. 신김치 위에 양미리를 올려 놓고 알맞게 끓으면 양파, 고추, 다진마늘, 고춧가루, 소금을 적당히 넣어 간을 한다. 양미리새끼인 이리구를 멸치대용으로 넣으면 국물맛이 더욱 좋다.
△양미리 볶음 : 꾸덕 꾸덕하게 말린 양미리를 간장, 갖은 양념, 고춧가루, 기름으로 볶는다. 조려진 양미리 볶음은 단백하고 비린내 없는 맛이 아이들 밥 반찬으로 일품이다.
△양미리 소금구이 : 갓잡아 올린 양미리는 등이 노란데 소금을 치면 푸른 색이 된다. 내장째 석쇠에 구워 양념간장에 찍어 먹으면 술안주나 단백한 영양반찬에 좋다. 막걸리와 궁합이 맞는다.
△양미리 식혜 : 싱싱한 양미리를 먹기 좋은 크기(3~4토막 정도)로 잘라 10여일 정도 소금에 삭힌다. 그리고 갖은양념(마늘, 고춧가루, 설탕, 조미료 등), 좁쌀밥, 무를 넣어 다시 10일 정도 더 삭히면 새큼하고 담백한 식혜가 된다.
△양미리 회 : 갓잡아 올린 양미리를 포를 뜨듯 껍데기를 벗겨 회를 만든다. 쫄깃하고 기름기가 없어 단백하다. 얇은 껍질을 벗기면 더욱 부드러운 회맛을 즐길 수 있다. 소주와 곁들여 먹는다.
■ 볼만한 곳 : 동해안은 곳곳이 해수욕장이요, 절경이라 설명이 필요 없는 관광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설악산, 의상대, 하조대, 청간정 등도 가본다. 특히 12월 겨울바다와 해돋이, 살아있는 항구의 모습은 무심하게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깝다.
■ 찾아가는 길 : 서울에서 강릉까지 곧게 펼쳐진 영동고속도로가 빠르다. 국도는 서울에서 구리를 지나 44번 국도를 따라 홍천과 인제를 지나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넘는다. 구리에서 청평, 춘천, 양구를 거치는 46번 도로를 지나 44번과 만나도 된다. 주문진부터 양양, 속초, 고성에 이르기까지 양미리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도움말 : 왕중권 원장(속초 중정한의원)은 "양미리는 등 부분이 푸르면서 황갈색을 보여주는 생선이다. 양미리의 주요성분은 열량 374cal, 단백질 73g으로 칼슘과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골다공증, 구루병, 뼈의 성장 부진, 골연화증 환자에게 좋다"고 강조한다. 등푸른 생선은 노화를 방지하는 핵산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또한 뇌의 발달과 활동을 촉진시키는 DHA가 많이 들어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고혈압과 동맥경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 칼슘은 척추의 골절을 감소시키며 비타민 D를 함께 투여하면 고관절과 손목관절 뼈의 골절을 예방한다. 양미리는 비타민도 풍부하고 소화가 잘 되기 때문에 아이나 노인들이 겨울철 먹을거리에 좋다고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