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음용수가 똑 떨어져 있었다. 새벽 03시경 한참 제품 테스트를 하는데 창이 몹시 덜더걱
거렸다. 한반도 상륙꺼정은 6시간 이상 남았는데. 참 희안도 하다. 태풍의 전주쯤이겠지 하면서
남한산성으로 테라칸을 몰고 간다.
어럅쇼 장난이 아니다. 제법이나 무거운 몸이 균형잡기조차 힘들다. 남한산 입구에 들기도 전에
가로수들이 넘어져 길을 막고 있다. 빨랑 갔다 와야지 하면서 넘어진 나무를 피하며 오르막으로
진전. 태풍 우현이어서일까 광풍에 수목이 아주 넌더리를 치고 있다. 몇몇의 나무가 길가에 넘어
져 진로를 막고 있으나 사륜구동 차량을 4L로 변환하고 무사히 산성마을에 이른다.
급히 세 물통을 채우고 왔던 길 서록으로 되돌아 내려 가는데, 이번엔 달라. 아주 거목이 길전폭
을 차지하고 널부러져 있다. 자 방향을 바꾸자. 동편엔 바람이 덜할 것이니 그리로 가자. 모르고
내려 오는 차를 모두 돌려 세워 일렬로 동진하여 내려 가는데 바로 앞차가 통과한 뒤 우리 차 앞
에 거목 둘이 드러 눕는다. 이제 양방이 막혔다.순찰차가 와서는 동록 서록 약 20군데가 새로 막
혀 도괴목 제거는 당장할 수가 없다 한다.
누군가가 자기차의 뒷트렁크에서 톱 몇을 꺼낸다. 장정들이 하나씩 들고는 흥부네 박타듯 썰기
시작. 그런데 가장 최소개소의 요소부를 골라 잘라야 하는데, 좀 우왕자왕이다. 이몸이 여기 저기
가리키면 톱을 든 딱새님들이 달려 든다. 이몸은 빨리 잘려 떨어지게 일방으로 비틀어준다. 길이
다시 나고 있다. 사내들은 벌써 조직화 된다. 더 없냐면서 살핀다. '자,이제 또 올라 갑시다'. 다음
부터는 꽤나 일사분란해졌다. 각자의 역할도 정해지고. 어떤이들은 '캡이에요'하면서 엄지 손가락
을 쳐들며 자못 신나한다.
정상마을에서 다시 서편으로 내려와 최후의 일전을 하곤 몹시 아쉬운 듯 모두 인사를 하고 제 길
로 갔다. 오전 6시 30분경. 예보의 시간보다 적어도 5시간 전. 이토록 우린 태풍내습의 시점을 놓
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 여인네들은 이리도 뵈지 않을까? 재난의 시대는 사내들만의 몫인가 보다. 하기야
사내들은 흔한 말로 '이 갑작스러운 상황을 분명 즐긴' 것이었다.
골이 깊고 인적 드문 곳에 현장사무실이 있었다. [차담배]수 동시의 자재를 설명하니,
골프장 시행사의 연락처를 준다. 참 신기하리만치 그 날은 사람들과 위치를 찾을 수
있었던 것.
병천으로 나오니 점심 시각. 여기는 순대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어디를 가도 평균이상의
맛집들. 그래도 하면서 살피는데 긴 줄 늘어선 데가 하나가 딱 있다. 저기다. 모두 천안
인천 등지에서 얘기 듣고 왔다면서 기쁨가득얼굴로 기다린다.
30분 가량 기다린 후에 겨우 자리를 잡았다. 참말이지 천하일미이었다. 순대는 입에 들어
가자 사르르 녹고 국물은 목에서 위장 샅샅이 걸쭉히 스며든다. 허언이 아니었구만. 다시
찾고 싶은 집이다.
테익아웃 포장을 싸 주는 주인 박순자님의 얼굴은 당당함으로 빛나고 있었다.
개포동역이 가까이 있지만 역사에 들어가 보기는 처음.
그런데 단색벽에 조각인지 그림인지가 분명 음저평면으로 가운데에들어 앉아 있다. 가만
히 살피니 긴반원통이 양각된 벽타일의 규격품 바탕에 반원통양각부가 비규격으로 펑저
처리되어 서로가 이어지면서 하나의 형상을 표현하도록 돼 있었다.
그 창조적 발상에 크게 환호한다. 외국에서도 이런 걸 본 기억이 없다. 최저부는 꼭 팬플룻
같기도 하다.
종제와 함께 서남물재생센터에 제품 설명을 한 뒤, 점심 요기할 데를 찾아 들었는데 써빙
하는 아주머니의 표정이 참이나 푸근하다.
순복음교회에 다니신단다. 은혜끼치는 얼굴이셨다.
한 켠에 보니 어린 링컨이 읽었을 법한 클래식한 칼러와 볼륨의 성경이 놓여 있다.
가벼우면서도 외양은 무거워 보인다. 주기도문이 있는 페이지이다. 참 가슴이 따스해 온다.
자애로운 시선이 다가 오는 것 같다.
첫댓글 이리로라도 올리지 않으면 일월이 가고 철이 들었다 났다 하믄서 당시가 과거로 후딱 되어 버려서요. 얼러폰으로 흔들리게 나온 덕에 더 현장감이 있어 보입니다요 (흠, 잘도 꿰어 대는군! 솔볼아!).
솔보리가 태풍 제대로 맛보았구만 지휘관 노릇 제대로 하여 빨리 빠저 나왔구만 이번태풍은 바람이 엄청나게 쎄게불어 우유 하역하다 철판 스치로폼에 맞을뻔도 무서워......
바람에 떨어지는 간판...조심해야지.그 날 혼자일 땐 좀 무서웠지만...여럿이 되니 신만 나더라.폰카가 좀 그래서 디카로 이제 찍어야겠다.
사람이 호전적 이라... 구름산 아름들이 나무가 뿌리를 들어내고 등산길에 누었는대 처음엔 안올라 가려다 어릴때 생각이나서 나무가지 타고 오르내리니 아주 재미가 있드라고 수도없시 많은 나무를 내리 저어도 보고 타고 넘었다오 ^^
첫댓글 이리로라도 올리지 않으면
일월이 가고 철이 들었다 났다 하믄서
당시가 과거로 후딱 되어 버려서요.
얼러폰으로 흔들리게 나온 덕에 더 현장감이 있어 보입니다요
(흠, 잘도 꿰어 대는군! 솔볼아!).
솔보리가 태풍 제대로 맛보았구만 지휘관 노릇 제대로 하여 빨리 빠저 나왔구만 이번태풍은 바람이 엄청나게 쎄게불어 우유 하역하다 철판 스치로폼에 맞을뻔도 무서워......
바람에 떨어지는 간판...조심해야지.
그 날 혼자일 땐 좀 무서웠지만...여럿이 되니 신만 나더라.
폰카가 좀 그래서 디카로 이제 찍어야겠다.
사람이 호전적 이라... 구름산 아름들이 나무가 뿌리를 들어내고 등산길에 누었는대 처음엔 안올라 가려다 어릴때 생각이나서 나무가지 타고 오르내리니 아주 재미가 있드라고 수도없시 많은 나무를 내리 저어도 보고 타고 넘었다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