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우리반 여자아이 한 명과 교실에 단 둘이 남아서 가능한 한 영화관 흉내를 잔뜩내며(불 끄고 커텐을 치는 정도? 아, 그리고 먹거리^^)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보았다.
몇 년 전에 한 번 보고 지난 주에 한 번 보고 어제도 보았으니까 지금까지 3번을 본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또 보게 될 것 같다.
내가 나우시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엔딩장면. (그 장면에선 항상 눈물이 앞을 가린다 ^^; )
그러니까 '오무'가 상처 입은 '나우시카'를 더듬이(?)로 들어올려 상처를 치료해주는 장면이다.
바람계곡 사람들의 전설 속에서 '푸른 옷을 입고 황금빛 들판에 서서 민족(종족?)을 청정의 땅으로 이끄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나우시카'였던 것이다.
거신병으로 상징되는 '핵'과 파괴의 상징인 '불'이 인류와 물과 숲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파괴해버린 지구에 살아남은 인간들은 전쟁과 기아에 허덕이는 모습들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만화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정확히 나누어 생각할 줄 모르는 유아기적 고착상태인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
가끔 꿈속에 나오는 폭탄을 떨어뜨리며 나를 향해 날아오는 전투기들 역시 그렇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나의 꿈은 그거였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면 느티나무로 태어나는 것'
그런데 어제 나우시카를 보면서 나의 꿈은 바뀌었다.
'죽었다가 다시 태어난다면 나우시카로 태어나는 것'
나우시카로 태어나서 나쁜 인간들이 환경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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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나서 보니까... 아직 정신연령이 우리반 아이들하고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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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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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66
03.05.21 08:4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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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미야자키 감독의 만화들은 하나같이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리고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재앙을 예고하고 있는 수작들이죠....^^....혹시 보셨을런지 모르지만, 나우시카 이외에 '천공의 성 라퓨타'도 추천해드립니다....^^
테이프를 가지고 계신가요? 예전에 토토로를 수업시간에까지 보여주었었는데 그만 테잎이 손상되서 시중에 판매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우시카는 극장에서 볼 시간을 놓쳤는데 시중에 판매가 안되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미야자끼가 한국에서 복제판이 도는 것을 매우 싫어 했다는데 구할 수가 없으니 그 방법이라도
'원령공주'도 보셨나요? 저두 미야자끼 아저씨 팬이라.. 지금껏 제가 본 최고의 영화 중 하나가 '토토로'였거든요. 자연과 인간이 부딪히는 현장을 목도할 때마다 저는 '원령공주'의 한 장면을 떠올리곤곤 해요. "과연 인간은 자연과 화해해서 살 수 없는 것인가?"
토토로, 원령공주 다 좋아요... 토토로는 우리반 아이들하고 지난번에 같이 봤구요. 음...다시 태어난다면 '원령공주'로 태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