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방이 생기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달이 커지듯..
추석 인사도 점점 더 늘어나니 마치 뉴욕에서도 추석을
쇠는 듯한 착각이 잠깐씩 일어난다.^^.
우린 타판지 다리(지금은 마리오 엠. 쿠오모 다리) 근처에 사는 사촌 동생이
한국에서 온 사촌 누나 매형.. 사촌 동생에게는 형부..식구와
초대하면서 함께 누나와 매형, 망내 누나, 우리 부부를 초대를 했는데..
그 날이 바로 추석(영 9.10. 토)이어서 사촌을 만나고
오랜만에 식구들이 모이는
추석처럼^^
이 되었다.
사촌 매형은 두 딸이 뉴욕에 사니 일 년에 두어 차례 뉴욕을 방문하는데..
코비드19는 그것을 방해 했기에.. 한동안 오는 게 뜸하다 다시 재개(?^^) 한 게 된다.
그러니 나를 할아아버지라 부르는 손주들이 가까이 없는 줄 알았는데..
문득
뉴욕에 사는 사촌의 두 딸의 아이들이 나를 할아버지라 부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다만 사촌의 딸들과 자주 만나지 않다 보니..
사촌 손주들은 나를 그랜드 파 라고 부르는 걸 들은 적이 없다 ㅎㅎㅎ^^
그뿐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친 조카의 딸들도 나를 할아버지라고 부른 걸 들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할아버지란 말을 나는 종종 사용하지만..
내가 할아버지라는 것은 새로 산 양복을 처음 입은 듯 아직도 낯설게 느낀다.
사촌 집은 플러싱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 이것도 실은 3,40 분 거리인데..
이제는 늘 트래픽이 심해 최소 한 시간 거리로 예상해야만 한다.
뉴욕은 만원이다.
오천 원 정도인 도시로 떠나고 싶지만..
시골이 아닌 도시라면 미국 어디라도 이제는 만원이다.
사촌 집으로 향하는 길은 오늘도
만원.. 오늘은 추석이니까 당연히 그렇지! 하면서 위로한다.
추석이라면 뭐든지 용서될 수 있으니까..ㅎㅎㅎ^^
동생 집은 새로 지은 다리에.. 타판지 다리를 엠. 쿠오모 다리라고 이름까지 바꿔가며..
새로 세운 교각이 절묘하게 눈에 띄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오라는 시간 오후 세시에 정확히 도착했는데..
음식이 올라와 있어야할 테이블은 텅 빈 채 손님을 맞는다.
오늘의 주빈인 사촌 매형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인가?.
아니.. 야외 테이블이다 보니 음식을 일찍 내놓으면
안 반가운 손님인 파리와 모기, 벌이 때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모기약은 이미 뿌려 놓았다지만..
아주 매서운 모기는 악착같이 남아 손님을 맞이한다.^^..
추석은 인간만의 명절이 아닌 곤충들의 명절이기도 한데..
인간은 그걸 인정해 주지 않으려 안달이다.
나부텀^^..
홍씨끼리만 담소.. 누나 둘, 나, 사촌 동생도 홍씨^^.. 하고 있는 데..
사촌 매형이 딸들 식구와 나타나니..
드디어 추석 음식상이 펼쳐진다.^^
미쿡이다 보니 추석 제사는 생략하고..
"해피 추석이데이~" 하면서
치어를 하고..
금방 차려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는 아주 개성이 강해 곁을 주지 않던 사촌 동생 딸인 하얀이가 이제는 어른이 되어
철이 들은 양 상냥하게 끼어든다.
하얀이는 막연이 그럴 거라고 알고 있었을 뿐..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한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서 자란 아이들에게 그런 촌수는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오늘은 우리 명절 추석이 아닌가!^^.
해서 나랑 서울에서 와 이곳에 살고 있는 사촌 누나 딸인 명훈이는..
우리가 어떤 친척 관계인지를 하얀이에게 설명하기 시작하니..
너의 외할아버지의 아버지[외할할아버지]가 계셨는데..
그 할할아버지는 너의 할아버지와 그 분의 형님을 낳으셨단다..
하얀 : 그 분[외할아버지] 형제는 몇이었어?.
나 : 많았지!.. (넷이었나.. 아냐 어렸을 때 돌아간 분이 있었다 했으니.. 다섯, 여섯이었지 아마..)
명훈 : 따님(외할머니)이 한 분 더 계셨어. 너도 알지 음식점 하시던 분 말이야..
하얀 : 아~~~.. 그 할어머니는 돌아가셨지?
나 : 그래.. 그리고 너의 외할버지의 형님이 바로 나의 아버지시란다.^^
그래서 우리는 큰 집, 너희 외할아버지는 동생이기에 작은 집이라 하고..
너의 외할아버지를 난 '작은 아버지'라고 불렀지!^^
하얀 : 작은 아버지(a little father)?. 가 뭐야?.
나 : 작든 크든 아버지라고 부르면 그들의 자식들은 서로를 형제자매로 알잖니?.. 그러기에
너의 큰이모를.. 나는 누나라고 부른단다. 사촌이라 하기 전에..
그러니 너는 내 아들인 마아크(지웅)를 오빠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지!^^. 한국인이라면..
하얀 : ???
나 : 너는 마아크라고 부른 것과 오빠라고 부를 때 차이가 느껴지니?.
하얀 : 노우.
나 : 오빠는 같은 핏줄(blood relation)이고, 마아크는 많은 사람 가운데 있는 자스트 그의 이름일 뿐이잖아?.
그러니 오빠라고 부르면.. 필링이 다르게 느껴지지 않느냐고?.
하얀 : ^^(고개를 흔든다)
나 : 아무튼 너는 나를 할아버지.. 아니 큰아버지~ 라고 불러야 하는 거야. 오케이!?^^
지금 사촌 조카와 내가 열심히 설명한 우리 족보를 하얀이가 정말 이해했을까?..
단순히 삼촌, 사촌이 아닌 그 안에 있는 끈끈한 정을 말이다..
하얀 : 이런 말을 왜 엄마는 안해주었지?.
안해 준 게 아니라.. 그런 말을 할 여유가 없었겠지..
너의 엄마가 미국에 와서 얼마나 바쁘게 하루하루 살고 있는지..
그거는 아니?..
어른에게 말할 때는 '요"자 붙여야 한다는 것도 잘 모르는 하얀이가 한결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 왔다^^.
나이 서른이 된 하얀이는 이런저런 일을 하겠다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이제는 치과 의사가 되겠다며 새로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을 염두에 두고.. 준영이(둘째 아이)는 이제 엔지니어링 공부한다고 대학교에 들었간단다. 하니..
하얀 : “Oh, Ye?.. It’s never too late to become who you want to be.^^
이렇게 사촌 동생 딸 하얀이와 말을 하다 보니.. 이번 방문에 건강 문제로 오지 못한 사촌 누나를 포함한
사촌들과 한결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이런 마음의 변화를 하얀이가 알까?..
명절이면 음식 먹고 소화제 먹는 날이 아닌지?^^
옆에 있는 짝이 아까부터 계속 눈치를 주고 있다. 너무 많이 먹고 있다고..
집에 갈 때 또 소나기를 퍼붓겠군.
나이를 먹으면 천안통이 열리는 것인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볼 수 있다 ㅋㅋㅋ
그러면서도 세 살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건 또 웬일인가..
이곳에 올 때 마음은 각자의 생활이 다르듯.. 다른 마음으로 왔는데..
이렇게 어울다 보니 웃음이 만발하고.. 웃음이 보약이듯..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지혜 있는 이는 많이 웃는다고 했다.
웃음은 보약이니^^.
난 지혜가 모자라지만.. 많이 웃으려 애를 쓴다. ㅎㅎㅎ
돌아오는 길에서 한가위 보름달을 만났다.
플러싱으로 넘어오는 다리를 건너면서 교각 위로 커다란 쟁반처럼 떠오르는
붉은 한가위 달을
사진에 담지 못하니 한숨이 나왔다.
이곳에 사는 사촌과 조카들은 특히 생스 기빙데이에 종종 만났으니..
오늘 만남이 유별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올 추석처럼은..
정말 추석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만 그런건가?..^^..@..
첫댓글 님들 모두^^
추석 잘 지내시고 편히 계시지요
ㅎㅎㅎ(멋적은 웃음입니다.()..)
즐감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소서
고맙습니다.^^().
청운 지기님두요.^^
뉴욕의 추석 이채롭습니다.
한국인(한인)이 사는 곳에서는.. 설사 눈에 띄지 않아도
한국인임을 잊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