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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3. 6. 금요일. 날씨: 땅이 질퍽거릴만큼 날이 풀리는 걸 보니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같다.
아침열기-춤/택견-텃밭-점심-청소-그림그리기-마침회-서연 생일잔치-교사마침회-10주년준비모임
춤을 추다
원서가 아파서 하루 결석을 했습니다. 감기에 걸렸는데 어제 자전거 타고 과학관 다녀온 게 결정타인 것 같아 괜히 미안합니다. 원서를 뒤에 태우고 간 선생이 찬바람은 다 맞았는데도 찬기운은 막을 수 없었나 봅니다. 또 그렇게 철이 바뀌며 몸살처럼 감기를 이겨내고 나면 훌쩍 자라는 게 아이들이라 금세 나으리라 믿습니다. 처음 하는 춤 수업이 9시 10분부터 시작하게 되어 민주랑 어깨동무하고 조금 늦게 온 성범이를 마중나가 학교 뒤 텃밭 오두막까지만 가볍게 산책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박수진 선생님이 영호와 함께 일찍 와서 아이들 만날 준비를 하십니다. 맑은샘학교에서 처음하는 춤 수업이라 아이들도 선생들도 설레고 있습니다. 아이들 춤 수업을 이끌어주시는 박수진 선생님은 푸른샘 1학년 영호 어머니입니다. 춤 예술가로 많은 곳에서 교육을 하신 분이라 우리 아이들에게 새로운 춤의 세계로 이끌어주시겠지요. 사실 박수진 선생님 아니었으면 춤 수업을 열지도 못했을 겁니다. 크게 마음을 내주시어 택견과 춤을 선택 교과로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 교육 활동이 풍성한 셈입니다. 성범이는 어제까지 택견도 하고 싶고 춤도 하고 싶어서 고민입니다.
"선생님 이번 주만 겪어보기 처럼 춤 수업하고 마음에 안들면 다음 주에 택견 해도 되죠?"
둘 다 하고 싶고, 처음 하는 춤 수업에 대한 기대가 느껴져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이렇게 늘 선택을 할 수 있는 수업과 삶의 순간들이 참 많아야 자신만의 개성과 취미를 살리며 기호로 취향으로 자신을 가꿔갈 수 있기에, 학교에서하는 많은 일과 놀이에서 선택과 스스로 결정하는기회를 만들고, 그것이 삶이 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선생 노릇이기도 합니다. 삶이 교육이고 선택이 교육을 살찌웁니다. 낮은 학년은 택견을 하고, 4,5,6학년들은 춤과 택견 가운데 스스로 하고 싶은 걸 선택했는데 역시 4,5,6학년 여자 아이들이 춤을 골랐습니다. 성범이와 원서도 춤을 하겠다 해서 5, 6학년은 모두 춤을 하고, 4학년은 현서 지안 채원이가 춤을 춥니다. 춤을 출 줄 알았던 지은이는 택견을 선택했고, 민지는 민규랑 떨어지기 싫다며 택견을 하러 갑니다. 택견은 지난해 한 해 휴지기를 갖고 다시 시작하는 수업이라 1, 2학년은 처음인 셈이고, 3학년 4학년 아이들도 많이 까먹기도 하고 새로운 택견 선생님이 누구인지 궁금해 합니다. 새로 온 택견 선생님은 아주 젊은 이태훈 선생님입니다. 미리 아이들과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첫인상이 참 좋습니다. 우리 아이들 선생 복이 많은 것 같아요. 고마운 일이지요. 택견과 춤 모두 몸을 가꾸고 스스로 몸을 쓸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몸교과라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드디어 춤의 세계로 들어갑니다. 박수진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돌아가며 몸을 푸는 움직임을 모두가 따라하는 따라쟁이로 몸을 푸는 순간부터 즐거운 웃음 소리가 가득합니다. 유하는 두 다리를 머리 뒤로 올리고, 성범이는 거꾸로 누워 몸을 들어올리고, 민주는 앞으로 엎드려 몸을 펴고, 현서는 한 쪽 다리를 반듯하게 들어올리고, 희주는 다리를 일자로 만들고, 소현이는 팔을 쭉 뻗고, 수인이는 몸을 구부려 손으로 발을 잡고, 지우는 다리를 일자로 만들어 허리와 팔을 앞으로 쭉 펴고, 지안이는 일어나 두 팔을 짚어 옆으로 한 바퀴를 도는 몸풀기를 선보여 그걸 따라하자니 억 소리가 납니다. 모두 요가 수준입니다. 몸을 풀고 춤 수업의 가장 중요한 규칙인 '비웃지 않는다' 뜻을 새긴 뒤 재미난 춤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하나 하면 아주 느리게 걷고 둘 하면 느리게 셋하면 보통 걸음으로 걷고, 넷 하면 달리고, 다섯 하면 멈추는 걸 부딪히지 않고 강당에서 하는데 어찌나 재미난지 선생도 땀이 납니다. 그런 다음 선생님이 흔드는 스카프를 따라 몸을 흔들고, 짝을 지어 번갈아가며 휴지 세 조각이 흔들리는 대로 똑 같이 몸을 움직이니 절로 땀이 나고 춤이 됩니다. 마무리로 저마다 편한 자세로 눈을 감고 명상을 하고 편한 동작을 하며 춤 수업을 마쳤습니다. 선생님이 이끄는 대로 아이들이 춤의 문턱에 잘 들어섰습니다. 즐거운 한 때가 휙 지나가고 조금은 여운이 남을 정도로 박수진 선생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이지요. 몸을 즐겁게 쓰며 모두가 신나게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아 흐뭇하기만 합니다.
"성범아 택견으로 바꿀거니?"
"아뇨. 춤 할래요. 재밌어요."
텃밭에 불을 놓다
춤과 택견을 마친 뒤 모둠마다 아침열기를 하고 오전 공부인 텃밭농사를 하는 날입니다. 늘 하던대로 피리를 불고, 노래를 부르고, 천자문을 암송하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텃밭 농사 시간이라 모둠마다 한 해 텃밭 농사 계획을 세우고, 텃밭에 가서 텃밭 규모를 보고, 텃밭에 뭘 얼마만큼 심을지 살펴봅니다. 아이들은 심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오이, 고추, 참외, 옥수수, 호박, 수박, 감자, 고구마, 상추, 토마토, 콩, 팥... 선생들도 심고 싶은 게 많습니다. 토종 종자로 콩, 옥수수를 심고, 수수를 심어 수수빗자루로 만들고 싶고, 목화를 심어 실을 잣고도 싶습니다. 아이들 새참이 밭에서 나와야 하니 감자와 고구마, 콩, 팥을 많이 심고도 싶습니다. 아이들과 선생들이 원하는 걸 다 심으려면 밭이 지금 크기보다 훨씬 더 커야지 싶어요. 그래서 학교 둘레에서 텃밭으로 만들 수 있는 곳을 찾고, 땅을 더 알아보려고 합니다. 물론 안되면 작으면 작은대로 할 수 있는만큼 해야지요. 욕심을 낸다고 더 농사가 잘 되는 건 아니니 준비할 수 있는만큼 정성을 다하면 됩니다. 심고 싶은 작물을 생각한 뒤 특별하게 누리샘 5학년이 더 했으면 하는 일을 찾습니다. 그래서 거름통을 만들기로 했어요. 학교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와 왕겨를 썩혀 거름을 만드는 거지요. 삼 년 전 텃밭농사 교육을 하는 시골농부에게 배운 적이 있어 어렵지는 않습니다. 큰 통을 구해 구멍을 뚫으면 준비가 끝납니다. 과천으로 이사온 뒤 줄곧 텃밭 농사를 짓고, 학교에 들어와 아이들과 농사를 지었으니 도시농부로 산지도 12년이 되어갑니다. 보통 초보농사꾼은 텃밭에 뭘 심을지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차츰 땅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지요. 뭐든지 기르는 일의 시작은 땅을 가꾸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거름을 넣고 땅에 사는 생물이 살아나게 하는 일이 농사의 반입니다. 그래서 어렸을 적 시골 어른들은 늘 거름을 만드는 일에 정성을 들이셨지요. 똥을 귀하게 여겨 남의 집에 똥을 누고 오면 혼을 내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민학교 시절 숙제가 퇴비를 만들 풀베어오기가 기억나는 걸 보니 역시 몸으로 한 일은 기억이 오래 감을 깨닫습니다. 누리샘 아이들과 한 해 줄곧 할 공부 가운데 텃밭은 수많은 배움의 현장이 되겠지요.
호미와 삽을 들고 텃밭에 가니 푸른샘 아이들이 텃밭에서 나오고, 깊은샘 6학년 아이들이 어제 못한 대보름 달집 태우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라이터를 준비하지 못해서 돋보기로 햇빛을 모아 불을 피우려 합니다. 성범이와 민주랑 텃밭 가에 있는 풀들을 걷고 밭으로 쓰지 않은 땅을 텃밭으로 만드는 일을 했어요. 아무래도 모둠마다 심고 싶은 게 많아 텃밭 땅이 하나라도 더 필요하지 싶어서요. 작은 이랑이지만 두 개를 뚝 딱 만들고 나니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뭐든지 스스로 땀 흘려 일한 결과가 눈에 보이면 더 기분이 좋은 법이지요. 그리고 정월대보름 이야기를 하며 들려준 불놀이와 쥐불놀이 풍습처럼 병충해를 없애고 밭을 정갈하게 하는 뜻에서 텃밭에 불을 놓습니다. 6학년들은 그때까지도 햇빛으로 불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습니다. 6학년들이 피운 불로 불을 놓으려 했는데 안되겠습니다. 아까 주머니를 뒤질 때는 없어서 옷을 바꿔입었구나 싶어 말았는데 다시 겉옷 주머니를 샅샅히 만지니 앗 라이터가 나왔어요. 라이터 있다는 소식에 6학년 아이들이 어찌나 반가워하는지 달려들어 가져갑니다. 그래서 달집이 타오르고, 5학년 누리샘은 텃밭 가에 불을 놓습니다. 큰 불이 일어나 겨우내 묵은 텃밭 찌꺼기를 모두 불살라버리니 개운하기까지 합니다. 뜨거운 불기운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아이들은 불 피우는 재미에 마른 풀 모아 넣기 바쁩니다. 그때 옹달샘 2학년 아이들이 와서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아이들은 불과 물을 참 좋아합니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사람들이 그렇지요. 물과 불이 생명의 근원이자 삶을 축복하는 힘인 줄 아는 유전자가 우리 몸에 박혀있으니 말입니다. 다 태우고 나니 또 제법 큰 이랑을 만들 수 있겠습니다. 언제나 텃밭에 오면 할 일이 보이고 사람다움을 느끼게 해줘 기분좋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낮 공부는 그림 그리기 시간입니다. 먼저 텃밭일지를 쓰고, 푸른샘 1학년 서연이 생일잔치 축하 편지를 씁니다. 본디 아이들 생일 편지는 생일을 맞은 아이가 있는 모둠 선생만 쓰곤 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이 편지 쓰는 틈에 선생도 같이 편지를 쓰며 예쁜 꽃을 그려넣는데 잘 그렸다고 아이들이 칭찬을 해요. 민주가 묻습니다.
"선생님 대충 그린 거예요? 정성들여 그린거예요?"
"왜?"
"잘 그려서요."
"음 잘 그린 것 같다니 기분 좋은데! 우리는 생일 편지 정성스럽게 쓰는 게 중요한 거잖아. 그래서 잘 그렸는지는 모르겠는데 대충하지는 않고 정성들이는 거지 뭐."
그런데 성범이가 아주 힘이 들어 합니다.
"성범이 왜 그래?"
"진짜 힘들어요. 이렇게 정성들여 편지를 쓴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림 하나 그리는데 이렇게 힘들다니..."
"그렇군. 대단하다."
민주와 성범이 정성이 가득한 그림과 글을 우리 서연이가 알아주겠지요. 아이들 덕분에 정성을 들이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생각하게 됩니다. 역시 아이들이 선생의 스승입니다.
한참이 걸려 생일편지를 모두 쓴 뒤 그림그리기를 합니다. 본디 높은 학년이 되었으니 동무 얼굴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것을 계획으로 잡았는데, 아이들이 어렵다고 바꾸자 합니다. 민주는 아침나절 텃밭에서도 자꾸 바꾸자고 햇지요. "선생님 텃밭에서 그리고 싶은 풀 주워다 그리면 안돼요?" 성범이도 사물 그리자고 합니다. 시간도 그렇고 아이들 뜻이 그래서 좀 더 쉬운 자기 손 그리기를 합니다. "자세히 보고 천천히 크게 그린다, 밝고 어둡고 진하고 엹은 명암을 넣는다"를 기준으로 삼고 손을 그리는데 아이들이 작게 그려요. 첫 그림 수업이니 그냥 그대로 넘어갑니다. 문득 손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말이 떠올라 더 자세히 내 손을 보고 선을 그려갑니다. 아직도 손은 미완성이지 싶고, 이 손으로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도움되는 삶을 살지 생각에 젖습니다. 차분함과 고요함, 슥슥 종이와 선의 마찰 소리가 내면의 평안함을 불러옵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순간 순간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선생의 삶이 좋기만 합니다. 누군가의 애씀이 있어 이런 삶을 살 수 있는 것임을 알기에 미안하고 고마울 뿐입니다.
첫 생일 잔치
다함께 하는 마침회 뒤, 푸른샘 1학년이 되어 맑은샘학교에서 처음 맞는 서연이 생일잔치를 합니다. 오빠 언니들이 업어주고 안아주고 편지를 주고 오롯이 우주의 주인공으로 축하를 받으니 서연이도 보는 아이들도 그저 흥겹습니다. 푸른샘 모둠 선생이 더 좋아서 흥분을 하는 것도 아름답기만 합니다. 작은 규모 학교일 때 지금처럼 아이 생일 때마다 생일잔치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수가 많아지면 한 달에 한 두번으로 몰아서 하는 학교들이 많은데 우리는 아직 작은학교라 생일때마다 잔치를 하고 부모님과 선생이 글을 읽어주는 재미가 좋습니다. 부모님들이 보내는 잔치 음식도 귀한 자식 생일 날이고 일 년에 한 번이니 이해해주시겠지 생각하는데 부담으로 가지 않기를 늘 바라지요. 푸른샘이 축하 노래를 부르는 풍경도, 단희를 위해 한 곡을 더 부르는 것도 푸른샘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배려하는 선배들의 여유가 있어 행복합니다. 예쁜 서연이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보는 사람도 절로 웃음이 납니다. 서연이 부모님이 보내주신 생일 수수떡과 준섭이 부모님이 보내주신 준섭이 동생 백일떡이 금요일 한 주를 마무리하는 든든한 새참이 되네요.
맑은샘학교 10주년
2015년은 맑은샘학교가 열 살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으뜸일꾼 노릇을 했던 분들이 모여 10주년을 맞아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기념할 행사를 기획하는 준비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첫 모임에서 10주년의 뜻과 방향, 행사 날을 잡은 뒤 두 번째 모임이 연기가 되어 이제야 2차 모임을 합니다. 2008년 큰일꾼을 하셨던 준범 아버님이 맛있는 막걸리를 가져오시고, 늦은 시간에 2007년 큰일꾼 성혁어머니가 오셔서 모두를 감격케 합니다. 학교를 세우신 분들이기에 맑은샘학교에 대한 진한 애정을 늘 보여주시며 후배들을 격려해주시는 분들이시지요. 10주년을 맞아 5월 30일 잔치와 11월 7일 기념 토론회와 준비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나니 금세 11시가 되었습니다. 내일이 토요일이라 부담이 없어 막걸리도 한 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저 좋기만 합니다. 그런데 교사실에서는 조한별 선생이 아직도 글모음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모둠마다 작업본을 모두 모아 1차 편집을 하는 일을 맡았는데 워낙 일도 잘하고 정성과 책임이 대단한 분입니다. 졸업하셨지만 학교에 큰 일에 언제든 달려오시는 두 분을 뵈며, 밤 늦게까지 아이들 삶을 가꾸는 교육을 위해 선생이 할 일에 온 힘을 다하는 조한별 선생을 보며 맑은샘 10년의 역사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지, 앞으로 맑은샘 앞날을 위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이 많은 밤입니다. 누가 되지는 않았는지, 부족하지은 않았는지 맑은샘에서 살아온 삶을 되돌아봅니다. 언제나 그렇듯 함께 해서 좋고, 앞으로도 함께 할 것이 좋아서 맑은샘에 푹 빠져 삽니다.
쓰다
날마다 일기를 쓰는 버릇을 들이며 삶이 조금씩 바뀌어갑니다. 이렇게 기억할 게 많고 귀한 하루를 차분이 쓰며 되돌아보는 것은 늘 고마운 일입니다. 한 때 그게 좋아 늦게까지 자판을 두드리며 한 소리 듣곤 하다 정작 중요한 소중한 사람 눈을 보며 이야기 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시간이 먼저임을 깨달은 뒤로, 몸에 무리가지 않게 때로는 한두 줄일 때도 있고, 시간이 될 때 길게 쓰고 싶은 날 길게 쓰는 일기가 되었습니다. 식구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과 스스로 삶을 되돌아보는 일기는 늘 섞여있고 경계를 넘나들지만 살아있기에 쓰는 것임은 한결 같습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면서는 더 조심할 게 많아졌습니다. 밝고, 건강하게, 힘차게, 행복하게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서는 선생의 몸이 그렇게 되어있어야 가능한 일임을 날마다 깨닫기에, 아주 버릇으로 들이도록 예전처럼 욕심을 부려 일을 하지 않으려 애를 씁니다. 그래도 할 일은 날마다 쏟아집니다. 모두 해야 할 일이지만 우선순위를 두고 혼자 하지 않고 함께 하도록 하나 둘 애써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다시 10년을 준비하는 시작이려니 마음 먹습니다. 아이들이 있어 선생이 있고, 아이들이 있어 학교가 있음을, 함께 가꾸는 공동체 속에 내가 있음을,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로 키우는 마을과 세상을 만들어야 함을...
첫댓글 춤 수업 재밌나 봐요. 성범이 말도 재밌네요. ㅎㅎ
"아이들이 있어 선생이 있고, 아이들이 있어 학교가 있음을, 함께 가꾸는 공동체 속에 내가 있음을,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로 키우는 마을과 세상을 만들어야 함을..."
선생님들과 선배부모님들 늘 고맙습니다.
저도 춤 배우고 싶어요 ㅜㅜ. 선생님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글을 잘 쓰시는 분들 볼때마다 저도 자꾸 글 쓰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