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필자가 후원하고 있는 주세혁 선수와의 대화 속에서 많은 내용들이 정리된 것임을 먼저 밝혀 둡니다.)
현대 탁구가 변하고 있다.
탁구의 근본적인 재미라고 할 수 있는 회전과 현란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발동작들이, 탁구대 앞에 바짝 붙어서 한 박자 빠르게 압박하는 전진 탁구로 변하고 있다.
이런 스타일의 변경에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속에서 한국 탁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떤 것일까?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탁구계에서는 중국이 공적이 된지 오래다.
중국 선수들이 매달을 계속해서 석권하는 현상은 장기적으로 탁구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메달을 돌아가면서 따야 각 나라별로 탁구가 붐이 일 것인데, 중국이라는 거대한 벽에 가로막혀서 탁구 발전이 저해되는 모양새다.
고무적인 현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 대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 시장에서 탁구가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과, 전 세계를 경제 군사적으로 주름잡는 미국에서 탁구 보급이 서서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국 선수들의 강세는 이어지고 있고, 중국 탁구의 강점에 대해서는 전 세계 선수들과 코치진이 계속해서 분석하며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 탁구의 강점은 어렸을 때부터 공을 정점 이전에 치도록 가르쳐서 한 박자 빠르게 압박하며 플레이하는 것이 거의 모든 탁구인들에게 체득되어 있다는 점이다.
유럽의 탁구는 상대적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랠리를 즐기는 선수들이 많았고, 그만큼 파워와 회전에 의존하는 탁구였다.
상대적으로 한국 탁구는 펜홀더 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화백 전환과, 그것을 위한 앞뒤 스텝 이동이 특징이었다.
어떻게든 돌아서서 포핸드로 공을 잡으려고 하면 그만큼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뒤로 물러나면서 전환하는 자세가 필요했고, 그것에 주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탁구는 중진에서 화려한 스텝이 구사되면서 강한 한방에 의존하는 탁구가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ABS 공이 등장하면서 이런 3가지 스타일의 차이는 점점 더 무너지고 있다.
하리모토와 이토미마 선수를 축으로 한 일본 선수들의 전술은 이제 중국 선수들보더 더욱 더 앞으로 이동한 전진 압박 탁구가 되었으며, 유럽 역시 많은 중국 코치진과 선수들이 진출하면서 중국 탁구와의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
이런 전진 압박 상세를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용품계 변화는 바로 탁구대이다.
주세혁 선수와의 대화를 통해서 생생하게 듣게 되는 세계 엘리트 탁구계의 변화는 더욱 더 빠르다.
과거에 비해 공이 더 잘 튀고 회전이 덜 먹는 탁구대가 세계 대회에 표준으로 자리잡으면서, 공이 탁구대 밑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려 드라이브를 거는 선수들이 사라지고 있다.
미처 공이 튀어오르기 전에 스매싱이든 드라이브든 빠르게 구사해서 승부를 내려고 한다.

주세혁 선수는 아직도 한국의 많은 유소년 탁구선수들이 회전량에 의존하는 탁구를 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 사용되는 탁구대들이 국제 경기의 추세를 쫓아가지 못 하는 구형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탁구대의 변화와 공의 변화가 어우러져 일어나는 전반적인 흐름을 한국 탁구가 뒤쫒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탁구 경기의 흐름을 반영하는 각 용품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은 탁구대의 경우 과거처럼 공이 낮게 튀는 탁구대보다도 공이 잘 튀어 올라 전진 압박이 가능한 탁구대로의 변경이 일어나고 있다.
세계 대회에 많은 탁구대를 후원해 오고 있는 티바사에서 일본 산에이 탁구대와 계약하고 티바-산에이 탁구대를 만든 것이 그 한 사례이다.
이것은 심지어 DHS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페인트 탁구대가 아닌 보다 더 높은 바운드를 이루는 코팅 탁구대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ABS 공이 회전이 적은만큼 두 가지 방향에서 블레이드 개발의 방향이 일어나고 있다.
그 하나는 전진에서 더욱 더 안정적이면서 강하게 힘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의 개발이다.
전 세계 수많은 탁구인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W968이 그 한 예일 것이며, 필자가 이끌고 있는 넥시 브랜드도 이런 추세에 발맞추어 Pro ALC 라켓을 개발하였다.
전진 압박에 좋은 라켓은 일반적으로 헤드 사이즈가 조금 더 크며 특수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특수 소재를 사용하면 그만큼 스피드는 증가하겠지만, 감각적인 손해가 일어나는데, 헤드 사이즈를 키움으로써 그 감각적 손해를 보완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방향은 회전량을 늘리는 것이다.
과거에 대세를 이루었던 카본 블레이드들이 점점 줄어들고 ALC 소재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회전량과 무관하지 않다.
목재로 회전을 잡고 특수 소재로는 스피드를 잡는다는 공식이 사라진 것이다.
목재 뿐만 아니라 특수 소재도 회전량을 고려한 소재가 대세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반드시 반갑지는 않다.
보다 더 화려하고 볼거리가 넘치는 경기가 되어야 탁구 부흥이 이루어질 텐데, 현대적 경기는 너무 순식간에 득점이 이루어진다.
보는 재미가 약해지고 있다.
전형도 천편일률적으로 같아지고 있다.
올라운드 전형이라는 말은 사라진지 오래 되었으며, 삼소노프 선수처럼 일부 노장들에게만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공의 변경으로 수비 선수들이 성적을 내기 어려워 지면서 그나마 보는 재미가 있던 수비 선수들의 경기를 접하기가 갈수록 어렵다.

ITTF에서는 안전의 문제로 인해 공의 소재를 바꾸었다고 하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탁구계에 불어닥친 변화와 영향이 너무 크다.
테니스 경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같지 않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있었다면 회전일 것이다.
그리고 똑딱 탁구에서 고수로 전환하는 과정에 등장하는 첫 번째 깨달음은 회전에 대한 이해다.
이런 탁구 본연의 즐거움을 상쇄해 버리는 회전 적은 공의 등장은 전혀 반갑지 않다.

그러나 이런 현대적인 압박 탁구를 위로해 주는 기술적 변화도 있다.
순식간에 일어나버린 랠리를 자세하게 보게 해 주는 슬로우 비디오 기술과, 이제는 작은 공도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된 시청 환경의 변화이다.
TV 브라운관이 점점 커지고, 온라인 동영상의 화질이 좋아지면서, 비록 랠리가 많지 않아도 선수들의 고급스런 기술은 충분히 분석하고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는 용품 변화를 거부하고 탓할 것이 아니라, 이런 현대적인 탁구에 발맞추어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마추어 동호인들도, 이제 한발 더 가까이 붙어서 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을 것이다.

첫댓글 잘읽었습니다
바운드가 높게생성되는 탁구대라면
앞에서 막고 잡아채는 누님탁구가 강세가.맞네요^^
그러게요...
최근 용품의 트랜드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회전없는 탁구...진짜 치는 것도, 보는 것도 재미없습니다. 다 쇼트 똑딱똑딱 진짜.. 이게 재미가 있는지 참... 그나마 폴리볼까지는 회전이 20~30% 정도 줄은 것 같아서 칠만했었는데, abs볼 이후로 아직도 스트레스입니다.. 탁구는 감각운동이고, 피지컬 덜타는게 매력인 스포츠인데 점점 라지볼처럼 될 것 같네요.
예, 아쉽습니다만, 박진감이 늘어난 면도 있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회전과 파워가 필요한 선수레벨에서는 지속적인 용품개발이 필수인데 생체에서는 공인구가 바뀌면 그냥 맞춰서 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는게 차이점이죠
일반인들도 공에 맞춰 바꾸는 경향이 흔히 있습니다.
예전에 알려지기로는, 유럽의 탁구대나 중국의 많은 탁구대들은 우리나라 탁구대에 비해서 회전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하였습니다. 스크루 서비스를 넣어보면, 바운드되면서 꺾이는 비율이 외국 탁구대가 더 심하며; 또한 그러기에 그렇게 꺾이면서 상대 라켓에 닿을 때에는 회전력이 줄어들며 스피드 또한 감소되는 경향이 있지만; 더 재미있다고 기억합니다. 반면에 참피온 탁구대는 바운드되면서 상판에서 마치 러버처럼 회전을 타기보다는, 미끄러지며 바운드가 되기에 더 빠르고 회전량과 스피드를 보다 보존시켜주는 경향이 있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도닉의 탁구대에서 고스트 서비스를 해보면, 뒤로 팽팽 잘 돌아오는 비율이 참피온 탁구대보다 더 높다고 들었습니다. DHS 등의 외국 탁구대 또한 도닉의 것과 비슷하다고 했었습니다.
반면에, 최근에 참피온에서 선보인 상판의 하얀 라인들을 코팅으로 처리하여 결코 잘 흐려지지 않는 "이탤리제" 상판은 예전의 탁구대보다 더욱 바운드가 크고 빠르게 이뤄지며, 상대적으로 회전의 영향은 덜 받아서 고스트 서비스나 꺾이는 스크루 서비스의 위력이 많이 줄어서 안타까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참피온 탁구대에 한정해본다면; 독일제 상판에서 이탤리제 상판으로 바뀌며 내구성이 더 높아지고, 바운드가 높고 빨라졌지만; 회전의 영향이 별로 빚어지지 못하기에 상대적으로 밋밋하고 심심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탁구대 경향이 오히려 이러한 회전의 영향을 덜 받고 잘 튀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하시니, 속상합니다. 탁구의 묘미는 회전인데, 그저 미끄러지듯 에너지를 보존하기만 하고; 이리저리 꺾이거나 묘기에 가까운 구질은 나오지 못하기에; 마치 셀볼에서 플라스틱공으로 바뀌고 나서 빠르기도 낮아졌지만 회전량이 덜 해져서 재미가 적어진 것을, 탁구대 또한 회전은 덜 타고 빠르기만 해져서 오히려 재미의 반감을 부채질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됩니다. ^^
예, 그런 면이 있죠.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많은 궁금증들을 해소시켜줍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탁구대 상판의 바운드 높이에 대한 규정이 바뀌는건지요?
재즈핑퐁님의 질문에 대비하여 얍실하게도 about 23cm로 명기 해 놓았네요. ㅋㅋㅋ
어바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