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연과 송강호는 없었습니다. 하기사 그들을 밀양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조차 하지를 않았습니다. 사실 갑판장은 '밀양'을 온전히 본 적도 없습니다. 케이블방송을 통해 잠시 몇 장면을 봤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밀양에 대한 인상이, 전도연과 송강호의 연기가, 이창동의 연출이 갑판장의 뇌리에 찐덕하게 남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방앗잎을 얹은 돼지국밥/단골집(밀양 경남)
비록 이번 밀양여행에서는 전도연과 송강호와 마주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만 그 대신 방앗잎을 수북히 얹은 돼지국밥을 맛볼 순 있었습니다. 서울에서야 돼지국밥보단 순댓국밥이 흔하지만 경상남도에선 얘기가 달라집니다. 지금은 부산이 돼지국밥의 일번지가 된 듯 하지만 돼지국밥의 원조로 밀양이 꼽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남녀를 차별하는 돼지국밥/단골집(밀양)
시어머니 밑에서 식당일을 배운 며느리가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단골집을 지키고 계십니다. 단골집은 50년이 넘게 시장통에서 돼지국밥을 말아오신 할머니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긴 대중음식점입니다. 특이한 점은 남녀노소는 물론이고 지역차별을 일삼는다는 겁니다. 돼지국밥 세 그릇을 주문하니 성인남자인 갑판장에겐 큰그릇에 머릿고기와 내장 등을 골고루 수북히 담아 주었고, 아내와 딸아이에게는 작은그릇에 고기 위주로 담아 주었습니다. 또 방앗잎을 넣어 준다는 소문과 다르게 처음엔 신김치와 정구지만 얹혀진 밋밋한 돼지국밥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서울말투를 쓰는 손님을 위한 배려였을 것입니다. 서울사람이 방앗잎을 청하니 신기해 하시며 소쿠리째 내어 주셨습니다.
묵은지를 얹어 먹으면 더 맛있습니다.
백문이불여일식이라고 갑판장이 백번 말씀을 드려봐야 장님 코끼리 만지기일 뿐입니다. 음식의 맛보다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갑판장은 아주 맛나게 먹었습니다만 아내와 딸아이는 각각 절반 쯤 남겼습니다. 아내에게는 불호였고, 딸아이에겐 그냥저냥 먹을만 했답니다. 이제사 생각해 보니 이른 새벽에 서울을 출발하여 오전 8시가 되기도 전에 밀양에 도착해서 먹는 아침밥이라 입이 까끌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습니다.
단골집의 이모저모(2014년 8월)/밀양 경남
단골집은 밀양전통시장 안골목에 자리잡은 식당이라 윗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기물들은 정리정돈이 되어 있으나 구석구석 새심한 손길로 쓸고 닦은 깔끔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이 날 따라 방앗잎도 살짝 숨이 죽었고....아마도 이런 것들이 아내에게 안 좋은 인상을 심었지 싶습니다. 만일 이 음식 그대로를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내주었다면 아내의 평가가 지금과는 달랐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그다지 만족을 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내는 국물에 말려 있는 고기(고깃국)를 별로 좋아하질 않습니다. 쇠고기나 돼지고기는 굽고, 닭은 기름에 튀긴 것을 선호합니다.
시장통 골목식당의 후진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는 지난 5월에 방문했던 포항의 오거리곰탕 역시 도찐개찐입니다만 아내는 그 집에는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비록 허름하지만 쥔장의 손길이 구석구석에 닿아 전혀 누추해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상차림새나 정갈한 반찬 등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쥔장의 마음이 아내에게 고스란히 전달 되었지 싶습니다. 돼지국밥보단 선지해장국을 선호하는 아내의 식성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
밀양관아/밀양 경남
단골집을 찾아가면 자연스레 밀양전통시장과 밀양관아를 함께 둘러 보시게 됩니다. 차를 가져 가셨다면 아예 밀양관아 주차장에 주차를 하셔도 됩니다. 밀양관아에 첫 관람객으로 입장을 했더니만 직원이 오셔서 아내와 딸아이에게만 부채를 선물해 주시더군요. 밀양은 확실히 남녀차별을 일삼는 동네임이 분명합니다. 한 개 더 주지...쫌...
작곡가 박시춘선생 옛집/밀양 경남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
잘난 사람은 잘난 대로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대로 산다
야이야이 야들아 내 말 좀
들어라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인생 살면 칠팔십년 화살 같이 속히 간다
정신 차려라 요지경에 빠진다
아! 이 노래도 박시춘선생의 곡이랍니다.
영남루/밀양 경남
밀양의 영남루에 오르니 진주의 촉석루가 연상됩니다. 두 곳 다 박재된 구경거리가 아닌 시민이 직접 올라가 볼 수 있는 살아 숨쉬는 생활속의 역사공간입니다. 촉석루는 남강을, 영남루는 밀양강을 각기 내려다 보는 곳에 세워졌습니다.
영남루에서 바라 본 밀양강
밀양의 살인적인 더위도 영남루 대청에 기대어 앉으니 아주 먼나라 이야기일 뿐입니다. 오전내내 한 말가량 흘렸던 땀이 쏙 들어 간 자리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밀양 말고 김양이나 이양에 대한 추억을 생전에 쌓을 순 있을까요? 현실에선 오양과 최양에 대한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벅찹니다.
첫댓글 그것까지 챙기시려면 벅차실겝니다.
내세를 도모하시지요.
전양과의 추억이라도 어찌 안 될라나요?
@강구호 갑판장 대신 주위에 여러 군들이 있잖습니까.
물에 빠진 고기도 같이 먹어주고...^^
@강구호 갑판장 늙으니 군것보다 물-괴기가 좋으니 같이 먹자고
@준아빠 내일 야밤에도 강구막회에서 모종의 회합이 있을 예정이란 소문이 무성합니다.
두해전 똑같은 코스로 밀양 갔다온 1인
일산표 마카롱과 케익은 인기가 없었다는 소문입니다.
@강구호 갑판장 우리얘덜도 잘 안먹더만 ㅠㅠ
@수빈아빠 락앤락 용기에 담겨 냉장고에 봉인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