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다수를 경쟁시켜 소수만 선발하여 우대하고 나머지는 사회의 기능적 인간으로 만드는 자기 파괴적 교육 환경에서 벗어나, 아이 마다 각자 가슴에 하나씩 우주를 품고, 가꾸며 성장하기를 바라는 아빠-엄마(아마)들이 있었습니다. 아마들은 고양 파주에서 동생은 강보에 싸 업고 언니의 작은 손을 끌고 새로운 교육-학습 환경을 찾아 나섰습니다.
15 년 전 일입니다.
고양 파주에서 첫 번째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장항 벌판 한가운데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이때부터 강바람, 아파트 바람이 가득한 그 벌판 한가운데서 개미만큼 작은 소리가 바람결에 실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작은 소리라 처음에는 잘 들리지도 알아채지도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다투는 소리, 웃고 떠드는 소리, 노래 소리, 선생님을 부르는 소리, 선생님의 조근 조근한 소리, 엄마 아빠를 부르며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 아이를 혼내는 아빠 소리, 달래는 엄마 소리,
함께 터전 구석구석 달리는 소리, 작은 운동회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 혼자 달리기도 벅차서 놓아 버렸던 친구 손을 다시 잡으려 달려가며 친구를 부르는 소리. 아이들 함성 소리! 아마들의 박수 소리!
터전 고치는 망치 소리, 톱질 소리, 와당 탕탕 청소하는 소리,
늦은 밤 술잔 부딪치는 소리, 이웃들의 어려움을 듣곤 한숨 소리, 서로 얼굴 붉히는 어른들의 고함 소리, 이웃집 아이를 걱정하는 소리, 가끔은 서로 헤어지는 아쉬운 소리, 울음소리.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어른들 소리, 동네 모듬살이 즐거움을 나누는 소리, 생활 전선에는 쓸모가 없으므로 마음속 깊은 창고에 넣어 두었던 "희망", "꿈", "미래", "이웃"을 다시 꺼내어 먼지를 털어내는 소리,
가만히 들어 보니 이런 소리였습니다. 처음에는 작아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개미처럼 작은 소리가 모이고 또 모이고, 서로 합쳐져 뚜렷하고 큰 소리로 자랐습니다. 강바람보다 세고 아파트 바람보다 더 높이 오르는 바람이 되었습니다.
2010년, 큰 바람이 고양 파주 벌판을 가로 지르고 있습니다. 고양 파주 이곳저곳에서 큰소리가 들립니다.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이리 저리 구르다 햇볕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무성한 상수리 숲이 되듯이, 하나의 씨앗이 자라 무성한 공동육아-대안교육이란 작은 숲을 이루었습니다. 숲속 여기저기 행복한 아이들이 보입니다.
나무를 키우는 햇살, 도깨비 어린이집, 도토리 어린이집, 반닷불이 어린이집, 소리나는 어린이집, 여럿이 함께 어린이집,
정다운 방과후, 푸른학교 반디교실, 열린배움터 이든혜윰, 재미있는 느티나무 온가족도서관,
고양우리학교, 고양자유학교, 불이학교, 파주자유학교, 하나인학교, 화정 마을 학교.
우리 동네 숲을 이루는 나무들입니다.
아직 유년기 숲이기 때문에 여기 저기 거친 맨땅과 어지러운 덤불이 남아 있지만 큰 숲으로 자라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주고 그늘도 기꺼이 내줄 것입니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또 성장했습니다. 세 살 아이가 자라 열여덟 청년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아마들에게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내 아이의 해맑은 얼굴을 보면서,
아웃 아이가 내 품에서 위안 받은 경험을 하면서,
함께 풀을 베고 텃밭을 일구며 땀을 한 바가지 흘리면서,
무너진 담장을 바로 세우고 오래된 벽지를 새로 바르는 노력 봉사를 하면서,
십시일반 상호부조의 정신으로 부동산왕국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영구 터전을 만들어 내면서,
아이만이라도 반듯하게 잘 키우겠다는 마음에 다른 소망이 생겨났습니다. 나도 행복할 수 있겠다. 나도 너희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겠다.
굳은 혀가 풀리면서 이야기가 시작 되었습니다. 그리고 창이 열리고 방문이 열리고 대문이 열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이 열렸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나눔이 점차 익숙한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행복한 어른아래 행복한 아이가 있다.”는 체험을 했고,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결심이 생겼습니다.
스스로 성장하기로 마음먹은 선생님과 아마-어른들은 아이들의 큰 학습 환경, 성장 환경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선생님과 아마-어른들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이 시작되었습니다.
위인이 사라져버린 이 시대에,
선생님이 대접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
부모가 아이의 미래가 되지 못하는 이 시대에,
성장하는 선생님과 아마-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미래의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아마들의 변화는 동네의 재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동네의 재탄생은 아이와 선생님, 아마-어른들의 상호 성장의 새로운 큰 터전이 되고 있습니다.
독서모임, 토론모임, 들살이-등산모임, 운동모임, 노래모임, 통기타모임, 뜨개질 모임, 마실, 풍물모임, 동네잔치, 일일 호프.
남다른 우리 동네 어른들의 활동입니다. 우리네 청년시절에 흔했던 그런 모습입니다.
학교를 마치고 동네 어귀에 들어 설 때 느끼던 어릴 적 그 설래임, 오늘은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런 기대감. 지금 우리 동네 어른들의 모습입니다.
학교가 동네를 낳고, 동네가 학교가 되는 이런 곳에서, 동네가 모여 지역이 되는 이런 고에서, 지역이 우리들의 생활공간이 되고 고향이 되는 이런 곳에서,
아이들은 함부로 담배를 피우거나 싸움막질을 하지 않겠죠?
어른들이 작은 이해 때문에 살풍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죠?
아직 여기까지는 희망입니다.
우리 동네는 여전히 아주 작고 지역에 섬처럼 존재합니다. 동네끼리 조금씩 왕래가 있을 뿐입니다. 아직은 잔치에 초대받은 귀한 손님입니다. 이웃이 되고 고향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지역은 행정구역의 다른 이름으로 존재합니다. 관리들의 관할 구역이고 기업들의 시장입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은 낮선 타자들입니다. 여기저기 열리는 축제에 손님이 아니라 구경꾼으로 참가합니다. 가끔 우리 동네 이웃, 다른 동네 이웃을 만나면 너무 반가운 그런 곳입니다. 지역이 삶의 터전이 되고 고향이 되려면 갈 길이 멉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동네-지역에서 아슬아슬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소위 유해 환경이 넘쳐나고,
어른답지 않은 어른을 만나 좌절하고 삐뚤어지기까지 합니다.
아이들의 살아가기에는 너무 파헤쳐버린 도시의 살풍경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빌려 쓴다는 자연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아이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곤 하나도 남아있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시작은 이미 되었습니다.
온가족 느티나무 도서관, 자연에 찬, 탐바루, 고양올레, 불이아카데미, 마을 학교, 푸른 반디 교실, 이든혜윰등 지역과 호흡하는 생활인, 동네 사람들이 속속들이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
동네와 호흡하려는 일곱 개 공동육아 어린이집, 다섯 개 대안학교, 지역 방과후 교실, 아동센터, 지역 도서관과 지역 시민 사회 문화 단체들이 오랫동안 무던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양파주 공동육아 대안교육 한마당"이 있습니다. 작은 동네는 작은 동네대로 큰 동네는 큰 동네대로 모이고 또 모이고 모여서 한판 잔치를 벌여봅시다.
“새로운 이웃을 만나서 인사하고 오랜 이웃들과 한 해를 풀어내는 큰 잔치”,
“아이가 배우고 자라나는 터전으로써 우리 동네를 되돌아보는 큰 잔치“,
"고양파주 공동육아 대안교육 한마당"이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우리 동네에 놀러 오세요! 여전히 미미하지만 울림이 있은 동네잔치에 놀러 오세요.
“2010 고양파주 공동육아 대안교육 한마당. 우리 동네에 놀러 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