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4일 대강절 넷째주간 토요일 - 음악묵상(4)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어린이를 위한 메르헨 오페라
훔퍼딩크의 <헨젤과 그레텔>
“옛날 옛적에 어느 마을에 …”
이렇게 시작하는 동화나 민간설화는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든 수도 없이 전해집니다. 허풍선이처럼 말도 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지만 재미 있습니다. 이러한 문학장르를 독일어로 ‘메르헨’(Märchen)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콩쥐팥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동화작가 그림(Grimm) 형제는 유럽 전역의 구전 메르헨을 모아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동화집』을 출판한 업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고난을 겪는 주인공, 그때 어디선가 나타나는 의인 혹은 뜻밖의 행운, 초자연적 능력, 권선징악 그리고 행복한 결말, 대개의 메르헨은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헨젤과 그레텔>도 이 범주에 속하는 이야기입니다.
가난한 나무꾼 가정의 오누이 헨젤과 그레텔은 양식을 찾기 위해 숲속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맛있는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하고 배불리 먹었는데 알고 보니 그 집은 아이들을 살찌워 잡아 먹으려는 마녀의 함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꾀를 내어 마녀를 물리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옵니다.
독일의 작곡가 훔퍼딩크(E. Humperdinck, 1854-1921)는 이 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었습니다. 오페라는 음악, 미술, 문학, 무용 등 예술의 전 분야가 어울어지는 음악극이므로 짜임새가 탄탄한 대본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헨젤과 그레텔>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인지라 쉽게 작곡에 착수할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순수 창작곡 이외에도 독일민요를 넣어 작품에 대한 관객의 친밀도도 높였습니다. 그중 2막에 나오는 ‘저녁 기도’가 아주 예쁩니다. 숲에서 잠들기 전 아이들이 부르는 이중창으로, 잠든 사이 우리를 지켜달라고 천사에게 기도하는데 시편 91편이 연상되는 곡입니다.
메르헨 오페라인 <헨젤과 그레텔>은 무대에 과자로 만든 집이나 성탄소품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오늘 같은 성탄전야에 주로 상연하여 어린이 관객의 상상력을 키워주기도 합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의 절기인 대림절이 저물어갑니다. 하지만 시작도 끝도 없는 예수 그리스도의 계절은 계속됩니다. 왜냐하면 영원한 시간의 주인은 바로 그분이니까요. 곧 성탄의 아침이 밝을 겁니다. 생명의 구원을 의미하는 성탄절은 인종이나 종교와 상관없이 전 인류의 축제일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성탄 축제를 즐기는 모든 사람을 위해 기도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입니다. 이 땅에 오신 아기 예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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