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반 회원 여러분 꼭 읽어보세요.
오늘 수업 시간에 감상한 4수의 시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 李商隱의 <無題>시였으니,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相見時難別亦難, 東風無力百花殘.
春蠶到死絲方盡, 蠟炬成灰淚始乾.
曉鏡但愁雲鬢改, 夜吟應覺月光寒.
蓬萊此去無多路, 靑鳥殷勤爲探看.
이 시에 대한 韻字를 설명하면서, 의문으로 남겨 두었던 내용을 좀 이야기할까 합니다. 이 시는 [平聲寒韻]으로 上平聲 ‘十四寒’의 韻目에 속하는 글자인 ‘難·殘·乾·寒·看’을 脚韻字로 채용하였습니다. 그런데 교재의 부록에 수록된 韻目表에서, [平聲寒韻]에 속하는 총 84자의 韻字 중 위 시의 首聯 出句의 ‘難’자가 없었습니다. 마음먹고 대조해보았는데 보이지 않으니 얼마나 대략난감의 심정이었겠습니까.
오늘날 通行되는 106운의 운목표는 宋 眞宗 시기 陳彭年이 편찬한 《廣韻》의 206운 체례를 바탕으로 하여, 南宋 시기 劉淵이 《平水韻》에서 107운으로, 다시 元代 陰時夫가 편찬한 《韻府羣玉》에서 上聲의 ‘拯’韻字를 ‘逈’韻으로 합쳐 지금의 106운(上平聲 15目, 下平聲 15目, 上聲 29目, 去聲 30目, 入聲 17目)으로 정착시켰습니다. 물론 淸나라 때 황제의 칙명에 의해 편찬된 《佩文韻府》 역시 106으로, 이 《패문운부》가 바로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韻書인 셈이지요.
그럼 ‘難’(nán)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廣韻》에 의하면, ‘難’은 ‘那干切’로서, ‘平寒’이라고 되어있습니다. ‘難’자가 비록 《패문운부》의 106운에는 빠졌지만, 206운의 《광운》에는 분명하게 평성의 ‘寒韻’에 속하는 글자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시인들이 암묵적으로 ‘難’자를 ‘寒’자와 동류의 운목 글자로 사용하였던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우리가 얼마 전 수업시간에 배운 또 다른 7언율시인 岑參의 <和賈至舍人早朝大明宮之作>(제185수)과 杜甫의 <宿府>(제192수)에서도 이 ‘難’자를 [平聲寒韻]의 동일한 운자로 사용하였습니다. 예시하면 각각 다음과 같습니다.
雞鳴紫陌曙光寒, 鶯囀皇州春色闌.
金闕曉鐘開萬戶, 玉階仙仗擁千官.
花迎劍珮星初落, 柳拂旌旗露未乾.
獨有鳳凰池上客, 陽春一曲和皆難.
淸秋幕府井梧寒, 獨宿江城蠟炬殘.
永夜角聲悲自語, 中天月色好誰看.
風塵荏苒音書絶, 關塞蕭條行路難.
已忍伶俜十年事, 强移棲息一枝安.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꼭 100년 전의 선배였던 杜甫와 岑參 같은 대가들도 이 ‘難’자를 사용하였기에, 李商隱 역시 별 거리낌 없이 ‘難’자를 각운자로 채용하였던 게 아닐런지요.
그리고 <無題>시의 頷聯의 각운자로 쓰인 ‘乾’자 역시 [平聲寒韻]에는 없었고 대신 下平聲 ‘一先’의 운목에 들어있었습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연유에서였습니다. ‘乾’자는 현대중국어로 ‘gān’과 ‘qián’의 두 종류로 읽힙니다. 즉 전자는 〔《廣韻》 古寒切,平寒。亦作“干”。〕으로서, 곧 上平聲 ‘十四寒’의 운목에 있는 ‘干’자에 해당합니다. 그리고 후자는 〔《廣韻》 渠焉切, 平仙。〕으로 下平聲 ‘一先’의 운목에 속하는 ‘乾’자입니다. 뜻도 전자는 ‘마르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주역의 괘 이름, 하늘, 君王’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李商隱의 <無題>시에 채용된 다섯 개의 각운자[難·殘·乾·寒·看]는 어느 하나도 잘못 쓰이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수업시간에 좀 더 명확하게 설명드리지 못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17일 저녁 신재환 드림.
첫댓글 감사합니다. 팬더곰 선생님. 온라인 수업이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