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목표로 하는 산업화 대비 1.5도가 오르기 전에 이미 전 세계 식량난이 시작될 수 있다는 유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다. 물 부족과 가뭄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농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UN
지난해 5월 제15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당사국총회(COP15)를 이끌었던 알랭리샤르 돈바히 의장(코트디부아르 전 국방부장관)은 12일 영국 가디언을 통해 “가뭄의 영향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 중”이라며 “예상보다 더 이른 시기부터 전 세계가 식량난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 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평균 1.5도’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평균 기온이 산업화 대비 1.5도 가량 오르면 전 세계에서 폭염과 홍수, 산불 등 기후 재난이 일어날 위험이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2040년 즈음에는 기온 상승 폭이 이 기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돈바히 의장은 기후변화를 ‘우리가 빨리 싸워야 하는 팬데믹’에 비유하며 “전 세계가 1.5도 제한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그 전에 이미 물 부족과 가뭄, 토양 황폐화, 사막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대다수 지역에서 폭염과 홍수, 가뭄 등 기후 재난이 빈번해지며 이미 식량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저소득국가들로, 약 1억 명 이상이 위험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의 농업 방식이 가뭄과 사막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며 “토양이 황폐화하는 것을 막고 유기농 작물도 수확할 수 있는 ‘혼농임업’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혼농임업은 작물과 나무를 함께 심어 식물 다양성과 토양 비옥도를 늘리고 작물 수확량도 증가시키는 지속가능한 농법이다.
국제 사회는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협약과 함께 사막화를 방지하자는 내용의 협약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사막화를 주제로 열린 UNCCD COP15은 같은 해 12월에 열린 유엔생물다양성협약 COP15에 비해 거의 주목 받지 못했다.
돈바히 의장은 “현재 저소득국가가 타격받고 있지만 결국 모두가 식량 안보라는 한 배에 타고 있다”며 “가뭄과 폭풍, 홍수 같은 기후 재난은 다른 나라에 가기 위한 비자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소득국가들도 지대한 관심을 갖고 사막화 방지에 힘 써달라는 호소다.
그는 “가뭄과 사막화는 기후변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결국 생물다양성 손실로 이어진다”며 “전 세계가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