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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다해 8월30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수원] 규칙적인 기도의 중요성 -
수원 교구 오산 성당 전삼용 요셉 신부
† 제1독서 : 1테살 4, 1 - 8
† 복음 : 마태 25, 1 - 13
★ 바오로 사도는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며 권고한
것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곧 하느님의 뜻에 따라 거룩한 사람이 되어
불륜을 멀리하고 정직한 태도로 다른 이들을 존중하라고 권고한다
(제1독서).
★ 예수님께서는 열 처녀의 비유를 통하여 하늘 나라의 신비를 밝히신다.
신랑을 맞이하는 데 어리석은 다섯 처녀는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을
준비하지 않은 반면, 슬기로운 다섯 처녀는 등과 함께 충분한 기름을
준비하였다. 주님을 맞이하는 사람은 등불(하느님의 말씀)에 따른 충분한
기름(말씀의 실천)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복음).
◈ 오늘의 묵상
오늘 복음은 열 처녀의 비유입니다. 이 처녀들은 혼인식에서 들러리
역할을 하는 이들로서 당시에는 큰 명예로 여겼습니다. 그러니 준비를
소홀히 해서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그들에게 상당히 수치스러운
일이었습니다. 혼인식은 저녁 무렵에 열렸고, 연회 중에는 축하의 의미로
횃불이 켜졌습니다.
행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신부와 함께 있던 들러리들이 신부를 뒤에
두고 밖으로 나가 신랑을 횃불로 맞이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횃불은
막대기를 심지로 삼아 기름에 적신 헝겊으로 둘러싸였습니다. 횃불이
꺼져 갈 때는 기름에 적신 새 헝겊으로 감아 주어야 했습니다.
오늘 비유에서 어리석은 처녀들이 기름을 준비하지 못해 혼인 잔치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신랑이 여느 혼인식과 달리 도착하는 것이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이 비유에서 등잔은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름은 그 말씀을 실천하는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등불을
켠다는 것은 그 말씀을 실천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평소에
하느님의 말씀을 잘 실천한 이들은, 가장 작은 이웃으로 다가오시는
예수님을 맞이할 때에도 그분을 알아보고 잘 모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잘 실천해 보지 못했던 사람은 예수님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그래서 제대로 모시지도 못합니다.
운동선수는 평소에 열심히 연습해야 시합 때에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결정적일 때에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해도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 매일 미사 -
◈ [청주] 풍습은 다르지만 / 반영억라파엘 감곡매괴 성모성당
2013년 다해 8월30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 마태오 25,1-13
풍습은 다르지만
멕시칸의 결혼식과 인도 사람의 결혼식, 그리고 미국인들의 결혼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서로 문화가 다르지만 복을 빌어주고
헤어지지 않기를 기원하며 자녀의 풍요를 누리기를 바라는 기원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신랑신부를 끈으로
묶는 행위라든지 반지를 교환하고 부모가 자녀에게 쌀을 뿌리는
행위를 통해서 복을 기원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계약의 선언 후 성모님께 꽃을 봉헌하는 모습을 통해 신앙인의 모습을
새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유다인의 결혼 풍습은 약혼을 먼저 합니다. 그리고 약혼으로 법적인
혼인이 성립되지만 약 1년간은 신부가 친정에 머물러 있고 부부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때가 되면 신랑이 친구들과 함께 신부 집으로
갑니다. 신부 집에서는 신부 친구들이 등불을 밝혀 들고 신랑을
마중합니다. 그리고 신랑 일행이 도착하면 함께 들어가 밤새도록
잔치를 벌입니다. 왠 등불이냐고요? 사막지역은 낮에는 너무 더우니까
밤을 이용하는 거죠. 그렇다면 오늘 비유에 등장하는 처녀들은 신부의
친구들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섯은 기름을 충분히 준비하였고
다섯은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신랑이 일찍 왔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늦어져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사실 등잔에 기름이 없으면 있으나마나 입니다. 따라서 등잔불을
밝히려면 언제나 기름을 준비해야 합니다. 저는 하루일정을 마감하며
자동차의 주유상태를 확인합니다. 혹 급한 일이 있어도 일정거리를 갈
수 있도록 하기해서 입니다. 간혹 미처 확인을 하지 못하는 날이면 하필
그날에 일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하루쯤이야! 하고 방심하는
그날이 심판의 날이 되고 맙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25,13)
기름을 채운다는 것은 준비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새겨듣고
실천에 옮긴다는 말씀입니다. 기름을 준비하지 못하였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도 행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7,21)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늘나라의 천상잔치에 참여하기위해서는 늘 깨어 준비해야 합니다.
방심은 금물입니다.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혼인 풍습은
다르지만 그 안에 예식이 의미하는 알맹이가 있듯 하느님의 나라를 차지
하기위해서는 행동하는 믿음의 알맹이가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 예기치
않은 시간에 갑자기 오시더라도 더 큰 기쁨으로 감당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할 일 없이 보낸 오늘 나의 하루가 어제 죽은 그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어 한 바로 그 내일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순간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천국에 가면 놀랄 3가지가 있는데 1). 와야 될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오지 않은 것이고 2). 못 올 것 같다고 생각한 사람이 와 있는
것이며 3). 내가 거기 와 있다는 것입니다.
천국에 가면 남아있는 사람에게 미안한 것도 있는데 1). 이렇게
좋은 곳에 혼자 와 있어서 가족에게 미안하고, 2). 나를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어서 미안하고 3).
내 힘으로 온 것이 아니라 주님의 보혈, 성인들의 통공과 가족,
이웃들의 희생과 기도로 온 것이기에 미안하답니다. 천상의 행복을
누리는 것은 내 공로가 아니라 주님의 자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사랑합니다.
- 청주 교구 감곡 매괴 성모 성당 반 영억 라파엘 신부 -
◈ [인천] 우리 모두 슬기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떤 책에서 ‘모죽’이라는 대나무에 대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 모죽은
씨를 뿌리고 5년 동안 하나의 싹도 나오지 않으며, 만약 나오더라도
1C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순이 나올 뿐이랍니다. 그러다가 다섯 번째
해가 끝나갈 무렵의 어느 순간부터 하루에 몇 십 Cm씩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서 거의 25미터에 이르는 엄청난 위엄을 자랑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5년 동안의 시간은 무엇일까요? 5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것이 아니지요. 땅 속에서 뿌리를 견고히
내리면서 모진 세월을 견디고 성장을 위한 준비를 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다른 어떤 식물보다도 빨리 그리고 높이 커나갑니다.
이 모죽이라는 대나무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줍니다. 지금이라는
순간에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현재를 허송세월하며 보내는 것이 아니라,
모죽처럼 인내하면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준비의 시간이 모두
지난 뒤에는 엄청난 성장이 바로 내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과연 어떤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탈출시켰던 모세는 40년 동안 숨어 살면서
하느님의 일을 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예수님 역시 30년 동안 소년과
목수의 삶을 사시면서, 하느님의 일을 준비하셨습니다. 나와 비교할 수
없는 분들도 이렇게 30년 이상의 시간을 준비했는데, 우리는 얼마나
급하게 내가 원하는 결과만을 요구하고 있었을까요? 특히 마지막 그
순간, 우리들이 모두 원하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해서 깨어서 준비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준비에 대해 늘 소홀한 우리는 아닐까요?
오늘 복음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이 점을 우리들에게 강조하여 말씀하십니다.
신랑을 맞이하러 나온 열 처녀의 비유지요. 기름을 미리 준비해 놓은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잔치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기름을 미처
준비하지 않은 처녀들은 급하게 기름을 사러 갔다가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지요.
여기서 복음은 잘 준비한 처녀를 슬기로운 처녀라고, 또 준비하지 못한
처녀는 어리석은 처녀라고 이야기합니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로
슬기로움이 구분되지 않습니다. 또한 세상의 기준으로 많은 것을
가졌느냐에 따라 구분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신랑 맞을 준비를
잘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로 슬기로움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슬기로움의 기준은 바로 준비에 있다는 것입니다. 즉,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그 마지막 순간을 위한 준비를 잘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가
슬기로움의 기준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 슬기로운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마지막 그 날을
위한 준비를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그 마지막이 보이지
않는다고 안일한 마음을 품어서도 안 되고, 또한 아직도 멀었다면서
나중에 하자고 뒤로 미루는 생활을 해서도 안 됩니다. 바로 지금 마지막
날을 위해 깨어 준비하는 사랑의 삶, 이 삶만이 슬기로운 사람으로
주님께 인정받을 수 있음을 늘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비교’만 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복은 수천 배로 부풀 것이다.
우리가 ‘계산’만 하지 않아도, 우리의 행복은 세상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것이다(정여울).
모죽입니다. 정말로 쭉쭉 뻗었지요?
불안도 쓸모가 있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부정적 감정 역시 욕망의 한 형태며 따라서
생의 에너지다.”라고 말합니다. 우리 삶의 완성을 위해서는 때로는
불안도 필수 요소가 된다는 것이지요. 불안하기 때문에 절망하기도
하지만, 이 불안 때문에 지금의 자리에서 도약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긴 러시아 과학자들이 했던 동물 실험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더욱 더 분명해지지요. 두 그룹의 실험 대상이 있습니다.
첫째 그룹의 동물들에게는 어떤 위험 요소 없이 풍성한 음식과 상쾌한
공기, 안락한 환경이 주어졌지요. 둘째 그룹에게는 걱정과 기쁨이
공존하는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이 둘째 그룹의 동물들은 초원에서
한가로이 놀다가도 가끔 맹수의 습격을 받았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는
직접 노력해야 했습니다.
연구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글쎄 안락한 환경에서 살던 동물들이
훨씬 빨리 병들어 죽어가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긴장과 불안, 노력을
요하는 환경에서 동물들의 건강과 장수가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에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그 불안 때문에 준비를 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노력들이 나를 지켜주는 방패가 되고 동시에
삶의 활력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주님께서 마지막
그 날이 언제인지를 말씀해주시지지 않지요. 바로 언제 올지 모르는
날이라는 사실 때문에 불안해 할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불안이라는
긴장 속에서 잘 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불안도 쓸모있네요.
- 인천 교구 성소 국장 조명연 마테오 신부 -
◈ [기타] 잘 산다는 말은 잘 죽을수 있다는 말 입니다.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2013년 다해 8월30일 연중 제21주일 금요일 복음묵상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마태오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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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처녀와 슬기로운 처녀의 비유말씀이다.
어리석은 처녀들이 신랑이 왔다는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기름을 달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는 대답만이 돌아온다.
그리고 어리석은 처녀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슬기로운 처녀들은
혼인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는 이야기다.
오늘은 조금 무서운 이야기를 해야 할 듯 하다.
그리고 간단히 끝내련다.
이 비유 말씀은 종말론적 이해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이 삶밖에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씀이다. 잘 살 것인지 그렇지 못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이 삶밖에는 없다는 말씀이다. 하느님의 한없는
기다림과 관대한 용서 역시 이 삶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말씀이다.
각자가 마지막을 맞이했을 때는, 기다림과 용서의 하느님이 아니신
심판의 하느님이실 수밖에 없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말씀이다.
뿌린 대로 걷어들인다는 말씀에 하느님께서 동의하신다는 말씀이다.
우리는 하느님의 한없는 사랑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사랑 역시 이 삶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그분 앞에 서야 할 날을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서야 함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우리의 선택과 실천만이 남아 있음이다.
- 사이타마 교구 오타(太田)본당 주임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
https://www.facebook.com/WithfatherPinetree
소나무 신부와 함께 하는 마음의 산책
◈ [수원]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규칙적인 기도의 중요성
2013년 다해 8월30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
복음 : 마태오 25,1-13
< 규칙적인 기도의 중요성 >
이태리에서 운전을 할 때 어떤 사람이 갑자기 옆에 붙더니 창문을
내리고 마구 욕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창문을 내리고 왜
그러느냐고 따졌습니다. 그랬더니 자신의 차선 앞에서 차가 고장나
있어서 제 앞으로 끼어들려 했는데 제가 양보를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저는 그 사람이 끼어들려고 하는 줄도 몰랐고
또 저는 제 차선을 가고 있었기 때문에 제 차선에 대한 권리도 제가
우선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그 사람에게 사정없이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동양인이 그렇게 따지니 깜짝 놀라 자신도 머쓱한지
그냥 창문을 닫고 가버렸습니다. 그동안 외국인으로서 당한 모든
것에 대한 복수를 한 듯 기뻤습니다.
우리나라에 돌아와서 또 차를 운전하다가 제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옆에서 창문을 내리고 뭐라 그러는 아주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냥 다짜고짜 “운전 똑바로 하세요!”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가 차선을
바꾸었는데 뒤에서 빨리 오다가 브레이크를 밟아야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열이 받았지만 제 복장이 클러지를 입고 있었던지라 뭐라 대꾸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상 복장이었다면 로마에서의 경우처럼 따질 텐데
그럴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깨어있음이 이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마에서는 내가
그리스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했고, 한국에서는
사제로서 행동했었던 것입니다. 화가 날 때는 예수님이고 뭐고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복장이 이미 그리스도를 입고 있으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분을 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오락실에서 오락에 심취해 있다가 오락 기계 바로 위에
올려둔 가방이 사라진 것도 몰랐던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깨어있지
못할 때는 다른 것에 정신이 팔려있을 때입니다. 이럴 때 나는 가방
속에 있었던 책들보다 오락을 더 좋아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나중에 책들이 저에게 원망을 한다고 한들 저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원하는 때에 그리스도를 잊고 내
맘대로 행동한다면 나는 그 때 그리스도를 모른다고 배교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내가 필요할 때 그분이 나를 모르신다고 하실 수도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기름을 준비해두지 않은 처녀들에게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여기서 ‘안다’는 말은 이름이나
얼굴정도를 안다는 말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안다’는 말은 더 깊은
의미로 ‘사랑한다’란 뜻입니다. 즉 신랑인 그리스도께서 어리석은
처녀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어리석은 처녀들이 먼저 신랑을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즉 ‘기름’은 ‘사랑’인 것입니다. 사랑이 부족할 때 깨어있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즉 무언가에 관심이 없을 때 다른 것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서만 신경을 쓰셨는데 우리는
다른 것에 신경이 팔려있다면 우리는 예수님을 아는 것이 아니고,
예수님도 언젠가는 우리를 모른다고 하실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사랑은 성령의 열매입니다. 즉 사랑이 쉬지 않고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평소에 충분히 기도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은 얼마나 빠르게 닳아 사라지시는지요. 예수님의 몸을 모셨던
제자들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것은 그
효력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일주일에
한 번만 미사를 하면 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니 그런 신자들 안에
사랑이 불타고 있는 시간은 매우 짧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항상’ 기도하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쉬지
않고 기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항상 기도할 수 있을까요? 큰 아름드리나무는
태풍이 지나가면 뿌리째 뽑혀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거센
바람에도 대나무는 쓰러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첫 째 대나무가
한데 뭉쳐있기 때문입니다. 쓰러지려고 하면 옆에서 그 어깨로
버텨주고 또 옆에서도 그렇게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단 두세
사람이라도 모인 곳에 당신이 함께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대나무는
이렇게 교회에서 함께 미사에 참례하며 교회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할 필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하시며 함께 모여 예배를 드리기를 원하셨던
것입니다.
또한 대나무가 꺾이지 않는 이유는 대나무가 마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마디가 있으니 유연하게 휘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마디는 일정한 간격으로 되어있습니다. 우리도 아침, 저녁기도,
삼종기도, 식사 전후기도 등 규칙적으로 기도하는 습관을 드린다면
매 순간 깨어있기가 훨씬 수월할 것입니다. 물론 가장 큰 기도는
규칙적으로 드리는 미사성제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매일미사를 하는
것이 현명한 처녀의 모습일 것입니다. 오늘 미련한 처녀들은 규칙적인
기도생활을 하는 이들이 아니라 필요할 때만 하는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몇 주 동안 미사나 기도도 드리지 못하다가 신랑이
오게 된다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사랑의
불이 타고 있더라도 미사를 또 드리며 여분의 기름을 마련해 놓고 사는
그리스도의 현명한 신부들이 되도록 합시다.
오산 성당 홈페이지: http://cafe.daum.net/ca-osan
- 수원 교구 오산 성당 전삼용 요셉 신부 -
◈ [서울]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2013년 다해 8월30일
2008년도에 서울대교구 성소국은 통합사목 연구소와 함께 ‘서울대교구
성소계발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하였습니다. 제게는 큰
도움이 되는 책입니다. 서울대교구 성소국은 성소계발을 위해서
‘예비신학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본당에 있는 ‘성소후원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예비신학생들은 수녀님들과 부제님들의 도움으로
사제성소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성소후원회는 피정과 연수를 통해서
영적인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예비신학생들은 본당의 복사단 활동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사제가
되려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복사를 하면서 신부님을 자주
만나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 기도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사제가 될
수 있도록 기도를 한다고 합니다. 복사단 활동과 가정은 예비신학생들
에게는 밭과 같습니다. 수녀님들과 신학생들은 예비신학생들이 성소를
잘 키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예비신학생들에게는 몇 가지 걱정이 생긴다고 합니다.
첫째는 세상의 것들에 대한 관심입니다. 세상은 아름답고, 하고 싶은
일들은 많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희생과 봉사의 삶, 겸손과 기도의
삶을 잘 살 수 있을까!’하는 걱정입니다. 셋째는 이성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이것은 젊은이들이 가지는 당연한 욕구이기도 합니다. 넷째는 가장
시급하면서도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학업성적에 대한 걱정입니다. 자신의
성적으로 신학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지 걱정을 합니다. 비록 성적이 좋지
않아도 열의가 있으면 신학대학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기도
합니다. 성적은 예비신학생뿐만 아니라 대학을 준비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다가오는 걱정과 근심입니다.
오늘 성서말씀은 예비신학생들에게 두 가지 ‘기름’을 준비하라고
이야기합니다.하나는 ‘거룩함’의 기름입니다. 거룩함의 기름을 준비한
사람은 근심하고 걱정하기 전에 먼저 기도를 합니다. 내 앞에 놓인
장애물이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고, 그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용기를
청합니다. 거룩함의 기름에서는 ‘겸손, 배려, 나눔, 친절, 사랑’의 불꽃이
피어납니다.
다른 하나는 ‘식별’의 기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언어는 나와 이웃과의 소통을 위한 도구입니다. 언어의 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수학은 모든 일의 순서를 알게 해 줍니다. 원리와 기초를 말해
줍니다. ‘왜?’라는 질문에 답변을 해줍니다. 외국어는 나와 또 다른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다리입니다. 이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배울 수 있게 합니다. 현재의 일들이 미래의 디딤돌이
된다는 것을 알게 합니다.
뜨거운 여름 햇빛이 없다면 알곡을 맺을 수 없습니다. 가을의 풍요로운
결실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거룩함’과 ‘식별’의 기름을 준비하지 않으면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예비신학생들이 좋은
기름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들 또한 좋은
기름을 준비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 서울 대 교구 성소 국장 조재형 가브리엘 신부 -
◈ [서울] 그저 자연과 함께
2013년 다해 8월30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사람들 모두 자기가 죽는 날과 시간을 안다면 세상은 달라질 겁니다.
갑자기 안 하던 착한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됐나?’하고 말들 하더군요.
죽음 앞에서는 모든 걸 포기해야 되기에 세상은 살기 좋아질 겁니다.
개미를 보더라도 밟히고 묻히고 먹히고 자연환경에 맡겨진 목숨이지요.
실은 세상 만물의 생성 멸망 모두가 자연의 진행 앞에 순응할 뿐이지요.
사람이라고 뭐 뾰족한 데가 있겠어요? 그저 자연과 함께 그렇지요.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오 25,13)”
- 이기정 사도 요한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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