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고도 푸르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니 문득 어딘가라도 떠나고 싶었습니다.
달력을 보니 마침 언양장날이더군요.
옷을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기니
딸아이가 어디 가냐고 묻길래 언양장에 간다고 하니
엄마 혼자 무거워서 안 된다며 따라나섭니다.
사실, 장보러가는 게 아니라
추석대목장이고 해서 햇과일, 햇곡식 등 가을풍경을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길을 나서는 줄도 모르고...
저희 모녀는 그렇게 서로 목적은 다르지만 언양장을 찾았답니다.
울산에는 5일장이 언양장(2,7일)을 비롯해서 남창장(3,8일), 덕하장(2,7일), 다운장(1,6일), 호계장(1,6일), 태화장(5,10) 등
6개 5일장이 열리는데 저는 가끔 5일장을 찾곤 한답니다.
어릴 때의 추억은 그다지 없지만
오히려 나이들어 재래장, 특히 5일장에서 사람냄새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고
백화점, 마트보다 훨씬 정감 넘쳐서 말이죠.
그 많은 장터중에도 저는 언양장을 즐겨 찾는데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장이기도 하고 규모도 가장 크답니다.
장꾼들도 많지만 특히 언양 주변의 시골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것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이 또한 즐거움이지요.
제가 신문사에서 일할 때 몇 차례 직접 장을 보면서 취재했던 곳이기도 하구요.
이런저런 이유로 자동차로 20여분이면 가는 언양장을 지금부터 구경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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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 버스 터미널 뒤편에 자리한 곡물전이랍니다.
예전에는 미전이라 해서 쌀을 많이 팔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무다라이에 수 종류의 곡식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지요.
올해도 고추값은 무지 비싸네요.
다들 가격만 물어보고 살 생각은 전혀....
저도 살 듯이 가격을 물어보니 좋은 건 1근에 2만원이라카네요!!
아주머니 대신 고추를 사러온 아저씨 잘 사시나 모르겠네요.
살림을 잘 할 줄 몰라서인지 2만원짜리나 1만6천원짜리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은디...
쌀전에서 양산방향으로 조금 걸어 커버를 틀고 파출소를 지나면 강변로가 나오는데
여기에도 노점상들이 엄청 들어서 있었어요.
즉석 어묵 3개 2천원이랍니다~~
꿀호떡집에도 줄을 서야 사먹을 수 있는 거보니 유명한가 봅니다.
여기만 지나가려면 온몸이 오싹~~ 굼벵이가 꿈틀꿈틀~
변웅전 씨가 굼벵이 먹고 간염 나았다는 기사까지 내놓고 ...
굼벵이 아저씨 이 자리에서만 장사한 지도 꽤나 되지요~~
여기는 아주 좁은 골목길인데 비교적 할머니들이 많이 계신답니다.
언양 특산물도 볼 수 있는 곳.
가을 수확품종 다 모였어요!!
역시 가을인지라 먼저 버섯이 눈에 띄더라구요.
발가스레한 저 버섯은 처음 보는데
할머니께 무슨 버섯이냐고 물으니 할머니도 이름을 모르시는지 묵묵부답...
이놈들을 보는 순간 환장하겠지 뭐예요.ㅋㅋ
늙은호박만 보면 모조리 다 사고마는 성미이니...
저의 취미 중 하나가 호박죽 끓여 퍼주기이거든요.ㅎㅎ
이것은 신불산에서 캤다는 자연산 송이버섯!!
헐! 1kg에 거금 18만원씩이나 !!!
햇밤, 공주산이라고 엄청 자랑을 해서 저도 1되 9천원 주고 샀답니다.
지난 9월 초에 공주에 가서 밤을 사먹어봤는데 정말 밤맛이 좋았거든요.
가을만 되면 호박 다음으로 밤을 사곤 하지요. 밤킬러라서...ㅎㅎ
대추도 통통하니 아주 먹음직스러웠어요.
담감 가게를 지나는데 향이 어찌나 달콤하던지...
여기 단감 향내와 상반되는 향이 솔솔~~ 바로 추어탕에 없어서는 안 되는 산초였어요.
제사장 보려면 건어물가게도 지나치면 안 되죠잉~~~
옛날 어릴 적 형제 많은 집에서는 양말 한 켤레 얻어신기도 쉽지 않았겠죠?ㅎㅎ
없는 게 없는 만물코너...
몸빼바지 한 장에 오천원~, 만원~~
그래도 쳐다보는 이 한 명 없더군요...ㅠㅠ
'아, 추석 준비하려면 할 일도 많은데 이거 사고 말어?'
아주머니 정말 고민 되시겠슴다!!!
역시 추석대목이라 그런지 생선가게는 불티나더라구요.
'아, 먹고 싶당....'
"안 돼, 빵집 가서 사줄 게..."
애기 아빠 마음은 알겠지만 우린 어릴 때 저 샌빼이과자 엄청 먹고 컸는데도 아무렇지도 않았어용...
이 밀가루빵떡도 어지간히 유혹했던 어릴 적 간식...
보기에는 허름하고 비위생적이지만 이 국수집이 언양장에선 아주 유명한 집~~
저도 두 어번 기다려서 사 먹어본 적 있어요. 한 그릇에 3천원이던가???
언양장에는 또 곰탕집이 많기도 할 뿐더러 아주 유명하죠.
언양이 한우로도 유명하니 곰탕 또한 맛이 일품~~
이렇게 구경하다보니 카메라맨과 딸내미 손에는 어느새 장을 본 봉지가 한 가득이었네요.
집에 돌아오자마자 공주산 밤을 삶아 먹었는데 우리끼리 먹기 넘 아까웠어요~~
담 장날 가보셔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