㉗ 가슴 뛰는 일
노년기 4대 고통을 치료하는 묘약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하는 일 없이 시간이 점점 더 빨리 지나가는 느낌을 가진다. 가장 큰 이유는 반복된 일상, 무감각한 하루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뭔가 특별함이 없다. 어제와 오늘이 차이가 없다. 한 달이 지나 되돌아보아도 기억나는 일이 없다. 이런 경우 사는 재미가 없어진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기억에 남는 것이 없어 세월이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느껴진다. 우리의 뇌가 반복되는 말과 행동을 하나만 기억하고 나머지 시간들은 기억 속에서 그냥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반복되는 일상은 시간이 매우 짧게 느껴진다.
더욱이 나이가 들수록 호기심은 떨어지고 모험을 하지 않게 되는 상황에서, 그것이 일이든, 취미이든, 봉사 활동이든 뭔가 특별한 것을 즐기고자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을 늙음에 가두어두고 자기 자신을 죽음의 늪에 빠트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신체 활동이 점점 줄어들고, 감각운동기능도 저하되면서 노화가 촉진될 수밖에 없다. 중추신경은 무뎌지고 자극이 없는 뇌신경은 더 이상의 활동을 하지 않게 되어 둔감해진다.
그렇게 되면 나이는 먹어도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 오히려 퇴보한다. 몸도 급격히 늙어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오감은 점차 메말라 감정의 샘물은 더 이상 솟지 않아 삶이 무미건조해진다.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사는 것이 지옥이 된다.
무료한 과거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바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일이다. 스위스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였던 앙리 아미엘(1821~1881)은 희망만이 인생을 유일하게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과거라는 늪에서 빠져나오거나 무료함을 치유할 수 있는 묘약은 희망만큼 좋은 것이 없다. 무엇인가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리고 꿈은 청년이든 노년이든 삶의 시점을 과거에서 미래로 옮겨주는 묘약이다.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오늘이 어제와 다르기 위해서는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일상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변화는 도전 속에서 태어난다. 뭔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그래서 가슴 뛰는 일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롭게 접하는 일, 처음 만나는 사람, 하루하루 대하는 사물에서도 호기심을 잃지 않는다. 영국 시인 존 밀턴이 지은 '실락원'이 높게 평가받는 것도 나이 들어 눈이 보이지 않자 그의 아내와 딸에게 받아쓰게 하여 저술한 대서사시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삶의 투혼은 언제나 아름다운 법이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기본 욕구 두 가지가 일과 사랑이라고 하였다. 이 말은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하는 존재, 사랑하는 존재라는 말이다.
일하는 존재란 경제적이든 사회적이든 일정한 의미를 지닌 일을 하였을 때 생명체로서의 존재감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퇴직하면서, 그 퇴직의 의미를 인생의 은퇴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고생하였으니 이제부터 쉬자.’또는 ‘퇴직하였으니 산에 오르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놀자.’이런 태도는 일시적으로는 편할지 모르지만, 곧바로 무료함과 함께 노년기의 위기로 이어진다.
일을 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자신이 아직 유용한 존재라는 삶의 정체성으로 이어져 삶의 만족과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무슨 일이든 가치 있는 일이라면 나이에 관계없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백세시대 직장을 퇴직해도 30년, 50년을 더 살아야 하는 장수시대에는 일 할 수 있는 그날까지 부지런히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적 활동이 아니어도 된다. 취미도 좋고 봉사도 좋고 어떠한 일이든 내 몸을 움직이다 보면, 노화를 최대한 억제하는 지름길을 걷게 된다.
이러한 활동은 활력을 낳고 활력은 건강을 낳는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떠나는 도전이야말로 노년기 4대 고통으로 불리어지는 빈곤과 건강, 고독, 그리고 할 일 없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자 강력한 치료제이다. <계속>
글 | 김양식 객원논설위원